섬 2개 소유한 황보창호 황보건축사무소 대표

“산은 산이어선 안되고 물은 물이어선 안된다는게 제 부동산 투자의 원칙입니다.” 성철스님의 법어(法語)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山是山 水是水)’는 들어봤어도 산은 산이어서 안 되고 물은 물이어선 안 된다니.

남해안의 섬 중도와 장사도를 소유하고 있는 황보창호 황보건축 대표의 부동산 원칙은 이처럼 독특하다. 건축설계사 출신답게 그는 자신의 가장 중요한 부동산 투자 원칙으로 ‘희소성’을 꼽았다.
“지역 주민 동의가 섬 개발의 최대 관건”
황보창호 대표가 중도, 장사도와 인연을 맺은 것은 198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동대문구청 건축과 직원으로 근무하던 그는 우연한 기회에 이 섬을 알게 됐다.

“지금도 그때의 감격을 잊지 못합니다. 낭도에서 배를 타고 사도로 가는 배가 처음 도착한 곳이 바로 지금 중도와 증도를 잇는 양면 해수욕장이었죠. 양쪽에 바다가 있고 그 사이에 새하얀 모래사장이 펼쳐진 곳은 아마 비진도 해수욕장과 제 섬밖에 없을 겁니다.”

그전까지 황보 대표는 지인들과 함께 지낼 별장 부지와 개인 섬 등을 찾고 있던 터였다.

“가평 연인산에 별장 부지를 발견한 것도 바로 그해였습니다. 그 때문에 저에게 1984년은 굉장히 의미 있는 해죠. 이 땅을 매입한 것은 한강을 바라보는 경치가 유별났기 때문입니다.

별장 부지를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단순히 한강이 보이느냐만을 갖고 판단합니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별장 부지들이 특징이 없어요. 섬 투자도 마찬가지입니다. 테마가 있어야 해요.”

그의 섬은 매우 특징이 있기로 유명하다. 사도는 공룡화석과 발자국이 발견된 이른바 공룡 섬이다. 그가 소유한 중도와 장사도 역시 공룡 발자국 등 화석의 보고(寶庫)다.

진기한 기암절벽과 새하얀 모래사장이 어우러져 있어 여름 휴가철에는 피서객들로 섬 전체가 붐빈다. 약 1억3500만 년 전부터 6500만 년 전까지 백악기 시대의 흔적이 섬 곳곳에 남아 있으며 84m로 세계 최대 길이인 공룡 보행화석도 이 섬의 자랑거리다.

이순신 장군이 앉아 작전회의를 했다는 장군바위 등 임진왜란과 관련해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도 있다. 실제로 사도, 중도, 장사도 등은 임진왜란 당시 전라좌수군의 전략적 요충지로 <난중일기>에도 여러 차례 등장하는 곳이다. 뿐만 아니라 그의 섬에서는 나로도 우주센터가 한눈에 들어온다. 직선거리로 13.5km다.

사실상 과거, 현재, 미래가 한눈에 펼쳐지는 셈이다. 이 때문에 그는 자신의 섬을 ‘타임 아일랜드’라고 부른다.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만날 수 있다는 뜻에서다. 더군다나 매년 3월이면 추도와 사도 사이 바닷길이 열리는 현대판 ‘모세의 기적’이 일어난다.

1984년 당시 그가 이 섬을 구입한 금액은 3.3㎡당 2만 원. 당시 시세의 20배 수준이다. 주변 섬들이 거래되는 금액이 현재 최고 3.3㎡당 20만 원이라고 쳐도 지나온 시간을 비교하면 그다지 투자 수익이 높은 것은 아니다. 가족들의 반대는 당연했다.

“한 필지씩 꾸준히 매입하다 보니 프리미엄을 얹어주고 살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들은 섬을 팔았겠지만 저는 우리 섬에 딸린 바다와 해수욕장을 산 거니까 그다지 비싸게 샀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섬 투자 비결에 대해 그는 ‘명품론’으로 설명했다. 옷으로 치면 원단이 좋아야 한다는 얘기다. 활용도마저 다양하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1976년 구청에서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부업으로 서대문구 홍은동에서 탁구장을 운영한 적이 있습니다. 다른 탁구장과는 뭔가 달라야 한다는 생각에 개당 400~500원 하던 탁구 라켓을 1만8000원짜리 국가대표 선수용으로 교체했고, 남녀가 데이트할 수 있도록 휴게실도 만들었습니다. 백열전구로 내부를 환하게 했고 매달 등록회원별 랭킹제도를 도입한 것도 당시로선 파격적인 일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황보 대표의 탁구장은 평일에도 늘 만원이었다. 주말이면 예약 티켓을 사야 입장이 가능했다. 당시 탁구장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은 평일 3만 원, 주말 5만 원. 공무원 한 달 봉급이 5만 원인 걸 감안하면 엄청난 대박이었다. 그는 “탁구장은 10가지, 음식점은 20가지, 영화는 100가지 아이템이 필요하다면 섬 개발에는 최소 200가지 이상의 아이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황보 대표는 중도, 장사도를 대대적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7월 전남도, 여수시, 하나대투증권과 투자협약(MOU)을 체결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섬을 콘도미니엄, 모노레일 등을 갖춘 테마파크로 개발할 계획이다.
“지역 주민 동의가 섬 개발의 최대 관건”
사도와 장사도 사이 420m에는 국내 최대 길이의 출렁다리가 들어설 계획이다. 사도와 낭사도 사이 바다 위로는 집트렉(zip-trek : 나무와 나무 또는 평지에 설치된 기둥을 와이어로 연결해 도르래를 타고 활강하는 친환경 스포츠 시설)이 설치된다.

개발 금액 중 100억 원가량은 사모펀드 방식으로 마련할 계획을 갖고 있다. 운영 수익은 물론 소유권도 투자자에게 우선적으로 배정할 계획이라고 황보 대표는 설명했다.

물론 그가 섬을 개발하기까지는 난관도 숱하게 있었다. 구입 후 알게 됐지만 몇 해 전까지만 해도 그의 섬 주변은 수자원보호구역, 문화재보호구역 등에 묶여 개발 자체가 불가능했다.

규제가 전혀 현실적이지 않다며 해당 관청을 수십 차례 방문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했다.

민족사관고, 신사동 K타워 등을 설계한 유명 건축설계사였지만 시간 앞에서는 장사가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별도로 진행하던 인라인스케이트 사업마저 모 유명 연예기획사와 소송에 휘말리면서 가세는 급격하게 기울었다. 10억 원에 섬을 매물로 내놨지만 주변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는 역부족이었다. 그러나 2012년 여수엑스포가 그의 인생을 완전히 뒤바꿨다.

황보 대표의 섬을 둘러싸고 있던 규제들은 여수엑스포지원특별법으로 하나둘씩 풀려나가기 시작했다. 여수와 고흥을 잇는 연륙·연도교 프로젝트로 바로 옆 낭도도 이제 조만간 차로 갈 수 있다. 낭도에서 사도까지는 배로 5분 거리다. 조만간 그는 중도, 장사도 등을 여수엑스포 배후단지로 조성하겠다는 제안서를 해당 지자체에 제출할 계획이다.

“섬 개발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주민과의 화합입니다. 저희 섬은 개발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동의율이 100%에 이르죠. 환경단체들이 주민들을 부추겨 개발을 막을 수도 있기 때문에 지역주민들과 끊임없이 대화를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해당 섬 바다에 양식이 가능한지도 살펴봐야 합니다. 현행법에서는 해안선 3해리 이내까지는 어업우선권이 주어지기 때문에 이 부분도 꼼꼼하게 따져야 합니다.˝

여수=글 송창섭·사진 이승재 기자 reals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