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지수가 지난해 9월 이후 갇혔던 박스권 상단을 넘어 1730을 넘어섰다. 불안해 보였던 한국 증시가 두세 차례 시도했던 지수대를 넘어섰다는 것은 향후 주가가 상승 방향성을 잡기 시작했음을 시사한다.

그럼에도 국내 펀드 투자자들은 원본 회복과 막연한 경기 불안 전망에 의거, 펀드 환매에 나서고 있다. 물론 지금의 펀드 투자자들의 환매 심리도 공감은 간다. 금융위기 이후 펀드 손실 확대로 마음 고생했던 괴로움을 생각하면 지금의 주가 상승으로 과거를 잊고 싶을 법도 하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계속해서 한국 기업을 사들이고 있는 외국인들의 움직임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과거 환매가 나타났던 2003년 4월부터 연말까지 코스피 지수는 34% 상승했고, 2007년 1월에서 5월 중에는 21% 상승했으며, 지난 한해 환매 기간 동안은 45% 넘게 올랐다.
한국의 환매는 항상 주가 상승기에 일어났고 수급의 주체는 항상 외국인이었다. 환매 기간만을 놓고 보면, 월 평균 외국인 순매수 금액은 4조 원 수준으로 과거 많아야 1조 원이었던 수준을 크게 앞서고 있다. 지난해 이후 외국인이 40조 원 가까이 순매수했음에도, 글로벌 이머징 주식형 펀드에서 여전히 비중 확대가 필요한 나라가 바로 한국이다.

미국의 사례를 비교하면, 간접 투자 문화가 정착된 미국에서도 환매는 일어나지만 우리와 다른 것은 환매의 시기다. 2002년 6월부터 이듬해 4월 말까지 미국 S&P500 지수는 10% 하락했고, 이 기간 뮤추얼 펀드에서는 660억 달러가 이탈했다.

2009년 3월 이후 S&P500 인덱스가 63% 상승하는 동안에는 미국 내 뮤추얼펀드로 545억 달러가 들어왔다. 국내 사정은 정반대다. 지난 3월 이후 주가는 53% 상승했지만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는 11조8000억 원이 이탈했다. 주가 상승기 환매가 늘어나는 이유도 투자자들의 펀드 투자 시계가 장기적이지 않고 단기 트레이딩 관점에서 접근하기 때문이다.

사실 펀드 투자자들이 트레이딩 관점에서 환매에 나서고 있지만, 뚜렷한 투자처도 없다. 주식형 펀드 이탈 자금은 채권이나 머니마켓펀드(MMF), 혹은 고객예탁금 형태로 잔류하게 되는데, 2003년의 경우 환매 기간 중 MMF 잔고만 16% 증가했고, 2007년과 2009년에는 MMF 대신 고객예탁금이 각각 46%, 29% 증가했다.

최근 환매로 MMF와 고객예탁금이 동시에 6.4%, 14% 늘어나고 있다. 이는 ‘자금 부동화’가 예전보다 심화된 상태를 의미한다. 정기예금 금리가 꾸준히 하락하는 상황에서 예금 잔고 증가율도 연초 대비 크게 둔화되고 있다. 주식의 기대수익률은 약 10%로 채권의 기대수익률 3.5%를 크게 앞서고 있다. 외국인의 순매수가 지속되는 가운데 주가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결국 부동 자금은 다시 주식으로 환류될 가능성이 높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한국 펀드 투자자들의 평균 투자 기간은 22.8개월로 2년이 채 안 됐고 투자 목적 역시 응답자의 45%가 단지 ‘돈 벌기’로 나타났다. 미국의 경우 소위 베이비 부머 세대인 40~60대 투자자들이 펀드 투자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데, 대부분 목돈 불리기보다는 노후 자금 마련이다. 전체 응답자의 76%는 펀드 투자의 목적으로 노후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즉, 시장 트렌드를 반영하는 펀드를 골라 단기간에 수익을 취하는 트레이딩 개념이 아니라는 것이다. 분산 투자는 자산 종류의 분산뿐 아니라 기간의 분산에도 적용된다. 장기간에 걸친 투자는 시간에 대한 분산 투자를 의미하는 것이며, 이는 위험을 낮추고 수익률을 올리는 투자의 첫 출발이다.

펀드 환매를 바라보는 안타까움
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