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성엽 KB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

“하반기에 코스피지수 1800선 돌파 낙관, 주식매수 타이밍은 2분기 중반”
KB자산운용은 업계에서 설정금액 기준으로 미래에셋, 삼성, 신한BNP파리바에 이어 4위에 올라있는 대형 자산운용 회사다. 운용규모가 18조7000억 원에 육박한다. 그런데도 그동안 업계에서조차 주목을 받지 못했다.

수년간 펀드수익률이 평균 이하로 저조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2006년 말 송성엽 상무가 주식운용본부장으로 부임하면서 회사의 면모가 크게 달라졌다.

지난해 이 회사의 주식형 펀드 수익률은 운용규모 5000억 원이 넘는 자산운용사 중 한국운용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코스피 대비 평균 10% 포인트 이상 초과수익을 냈다. 최근 3년 수익률도 신영, 미래에셋에 이어 3위에 올랐다. 송 본부장은 자산운용업계에서 장기투자자(?)로 유명하다. 펀드의 1년 회전율이 100%가 되지 않을 정도로 바이 앤 홀드(buy and hold) 전략을 구사한다. 그를 만나 올해 주식시장의 전망에 대해 들어봤다.

최근 KB자산운용의 펀드수익률은 어떤가.

“연간 단위로 보면 좋지만 올해는 별로 좋지 않다. 사실 매년 연초에는 수익률이 부진한 편이다. 연초에는 보통 모멘텀 장세가 펼쳐지는데 안정적인 이익을 내는 기업보다는 모멘텀이 있는 기업들의 주가 변동성이 크다. 그러나 우리는 분기별 이익 모멘텀을 활용한 주식매매는 하지 않는다. 그래서 상반기보다는 하반기의 수익률이 더 좋다.”

주로 어떤 주식을 선호하는가.

“물론 주가가 수익가치나 자산가치에 비해 낮은 싼 주식을 좋아한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성장을 할 수 있는 기업, 그중에서도 기존 영업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현금흐름이 나오면서도 비즈니스 로드맵이 길어서 경기와 상관없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높은 성장을 하는 기업을 선호한다. 모든 업종을 골고루 사들이지만 다른 곳과 비교하면 통신 유틸리티 비중이 낮고 모바일커뮤니케이션 등 인터넷 비중이 높다.”

요즘 주가지수가 많이 회복됐는데.

“지수는 정상적인 수준이지만 투자흐름은 과거로 돌아간 느낌이다. 외환위기 이전에 우리 주식시장은 뉴스나 이벤트에 즉자적인 반응을 보였다. 수익성을 크게 따지지 않았다. 지금 시장상황을 보면 그때로 되돌아간 느낌이다.

시장은 웬만한 뉴스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예를 들면 원전이 그렇다. 지금 원전 관련 기업들의 주가는 크게 올랐지만 최근 수주가 수익성에 크게 도움이 된다는 확신은 없다. 향후 2∼3년이 지나도 수익성이 크게 개선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주가는 크게 올랐다. 이런 현상은 수급 측면에서 설명할 수 있다.

외국인들은 지금 한국 주식을 사지만 포트폴리오상에서는 아직도 한국 비중이 정상적인 수준에 비해 낮은 편이다. 그래서 호재가 발생하면 즉자적으로 반응한다. 증권사가 운용하는 랩어카운트도 박스권에서 수익을 내기 위해 단기매매를 하고 있다.”
“하반기에 코스피지수 1800선 돌파 낙관, 주식매수 타이밍은 2분기 중반”
올해 하반기에는 주식시장이 어떤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는가.

“지수가 1800대 선까지 올라오는 강세장을 연출할 것으로 보고 있다. 거시적인 측면에서 보면 한국과 중국 등 이머징마켓의 경기선행지수가 회복되면서 민간 소비가 늘어날 전망이다. 지금은 기업들의 재고 수준이 낮아서 민간소비가 증가하면 가동률이 증가하고 생산설비 투자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정부의 출구전략도 마지막 국면이 금리인상이라고 본다면 너무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

하반기에 유망한 종목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요즘 장을 주도한 정보기술(IT)과 자동차도 여전히 한 축이 될 것이다. 그러나 자동차의 경우 올해 1분기에는 일본 업체들의 어려움으로 반사이익을 본 측면이 있다. 하반기에는 이런 반사이익을 기대하기 어려워 투자 매력은 좀 떨어질 수 있다.

올해 상반기에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IT 부품주들이 하반기에는 약진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의 내수는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이런 현상이 어느 기업에 이익을 줄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중국 정부는 국산품 애용을 정책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래서 IT 완성품 업체들은 실질적인 수혜를 덜 받는다. 반면 반도체 LCD패널 등 부품은 그런 제약이 없다. 그런 측면에서 하반기는 부품주들이 부각될 것이다.

금리가 오르면 금융주도 괜찮다. 그러나 은행은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라는 폭탄을 안고 있다. 더구나 경기양극화로 중소기업들이 고전하고 있어 일부 자산부실화도 우려된다. 그래서 은행주보다는 보험주가 더 나아 보인다. 모바일커뮤니케이션 관련주도 관심 있게 볼 주식이다. 정부가 보조금을 줄이면 스마트폰의 확산 속도는 줄겠지만 하반기에는 신형 아이폰이 출시되면서 다시 관심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외국인들이 주식을 많이 샀다.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는가.

“사실 외국인들의 매매행태를 보고 정확한 분석을 하기는 어렵다. 이머징 관련 펀드에 자금이 많이 들어오면 자동적으로 주식을 사는데 펀드에 돈을 넣은 개인투자자들의 생각을 알기는 쉽지 않다.

더구나 외국인 매매에서 직접투자를 제외한 금액을 정확히 알기도 어렵다. 다만 하반기에는 이머징마켓의 경기가 살아나고 외국인들의 위험자산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한국에서도 외국인들이 순매수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그런데 올해 2분기에 결정될 모건스탠리캐피털인덱스(MSCI) 선진국지수 편입이 변수가 될 수도 있다.

많은 사람이 선진국지수에 편입되면 외국인 매수가 늘 것이라고 보고 있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오히려 MSCI 선진국지수에 편입되면 외국인 매수가 줄어들 것이다. 각종 지표를 보면 올해 상반기에는 선진국, 하반기에는 이머징마켓의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좋을 것 같다.

하반기에 자금은 이머징마켓으로 몰릴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선진국지수로 편입되면 일부 대형주에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몰릴 수는 있겠지만 중소형주에서는 오히려 많이 줄어들 수 있다.”
“하반기에 코스피지수 1800선 돌파 낙관, 주식매수 타이밍은 2분기 중반”
해외는 어디가 유망한가.

“앞에서도 말했지만 상반기에는 미국 등 선진국이 상대적으로 낫다. 경기 모멘텀이 살아있고 출구전략 부담이 없다. 실업률 등 지표들도 호전되고 있다. 하반기에는 반대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한국, 중국, 인도 등 주요국들이 모두 호전될 것이다. 경기 저점으로 보면 선진국은 작년 초였고 이머징마켓은 지난해 여름 정도였다. 6개월 정도의 시차를 두고 움직인다. 유럽 일부국가의 재정위기 문제는 경제규모 등을 고려하면 생각보다는 큰 문제가 안 될 것이다.”

최근 원자재 가격이 많이 올랐다. 원자재펀드에 가입하는 것이 좋은가.

“원자재 가격이 오르는 이유는 달러 약세, 경기회복 등 두 가지 요인이다. 원자재펀드는 달러로 투자하기 때문에 첫째 요인인 경우 환차손을 고려해야 한다. 둘째 요인인 경우에는 괜찮겠지만 그래도 변동성이 큰 주식이 낫다고 본다. 예를 들어 금 가격이 오른다면 고려아연 주식을 사고, 유가가 오르면 SK에너지나 LG상사를 사는 게 낫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에 원자재 가격보다는 원자재 관련 주식이 더 많이 올랐다. 그리고 올해는 원자재펀드도 지난해와 같은 수익을 내기 어려울 것이다. 달러의 추가 약세요인이 별로 없는 데다 지난해 너무 많이 올라 모멘텀이 약화됐다.”

하반기에 주식시장에 변수가 있다면.

“가장 큰 대외변수는 중국의 금리인상일 것이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부동산PF가 문제다. 정부가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할 경우 지수가 1500선 밑으로 내려가는 폭락세를 경험할 수도 있다. 건설사들은 작년과 올해 수주한 해외 플랜트의 수익성도 좋지 않다.”

개인투자자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올해는 특히 부화뇌동하면 안 된다. 주가가 내린다고 불안감에 팔고, 오른다고 흥분해서 사면 안 된다는 것이다. 주식은 쌀 때 사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가장 편하게 투자하려면 중국, 한국 등의 경기선행지수가 바닥을 치는 2분기 중에 주식을 사는 게 좋을 것 같다.

2분기 중반 이후 선행지표들이 우상향하는 모습을 확인하고 사도 늦지 않다. 출구전략에는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다. 경기상황이 좋아지기 때문에 그 전략을 쓰는 것이고 경기를 꺾을 정도로 출구전략을 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송성엽


KB 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서울대 신문학과
동부증권 애널리스트
PCA투신 주식운용팀장


글 김태완·사진 이승재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