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부동산시장의 회복을 예상했던 이유는 경기회복이 본격화되면서 부동산 경기도 같이 회복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출구전략이 상반기 중에 구사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저금리체제가 지속될 것이고, 이 또한 부동산시장 강세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됐다.
그렇다고 올해 들어 거시경제의 환경이 예상과 크게 달라진 것도 아니다. 더블 딥(double dip)에 대한 우려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경기회복세가 꾸준하고, 금리의 경우도 아직 출구 시점이 이르다는 판단하에 오히려 내리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동산시장은 극도의 거래 부진에 빠져있다. 이러한 현상을 양도세 감면 종료와 같은 정책적 수혜가 줄어든 결과로 보기도 하지만, 역시 주택금융규제가 큰 영향을 주었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좀 더 근원적으로는 공급 측면에서 과잉 재고와 신규 미분양 증가가 불경기의 밑바탕에 깔려있다. 특히 과거와 달리 이러한 공급과잉의 문제가 지방이 아니라 경기도를 비롯한 수도권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은 시장에 상당한 충격을 주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상황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시장에 대한 전망은 비관론보다는 낙관론이 더 많아 보인다. 물론 겨울이 깊어지면 봄이 올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낙관론에 근본적으로 동의할 수 있다.
그렇지만 그 시기가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고, 정책적으로 현재와 같은 국면이 오히려 경제위기 탈출에 유리하다는 인식이 있어 정책에 의한 인위적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러므로 시장의 자생력이 가장 중요한데, 이러한 관점에서 구조적인 수요 감퇴의 문제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두 가지 초점이 있다. 하나는 연초부터 사회적 여파가 컸던 55년생의 은퇴 문제다. 즉 장기적인 주택수요층의 감소가 본격화된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이전에 수도권 전체로 인구가 증가하던 추세에서 수도권 내에서도 지역별로 인구변화 추세가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베이비부머의 문제는 55세 이상이 고연령층이 은퇴하면서 생기는 문제로 인식하고 있지만,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이 연령층이 좀 더 낮아질 개연성이 있다. 즉 고령층의 고용을 꺼리는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소득 능력을 상실하는 은퇴연령층이 좀 더 낮아지면서 주택수요층도 그만큼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수도권 내에서 서울 지역은 2003년 이후 인구가 증가하고 있고, 순전출이 급감하고 있는 반면 경기권은 인구가 정체되고, 순전입이 크게 감소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 지역의 주택 가격이 강세로 가는 반면 경기권이 약세를 보이는 현상이 되풀이 되고 있다. 특히 1기 신도시의 경우 주택 주 수요층이 정체되고, 이들이 2기 신도시나 서울 지역으로 분화되는 양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아직은 이러한 인구구조의 변화가 선진국과 같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최근과 같이 서울 도심 또는 주변지역에 공공이나 민간 개발이 집중되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장기적으로 수도권 내에서도 지역 간 양극화문제가 본격화될 가능성은 매우 높아 보인다.
이상영
명지전문대 부동산경영과 교수
미래에셋부동산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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