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디밸리 골프 & 리조트
골프를 치기 위해 제주도를 찾은 김 사장 부부. 테디밸리 골프 & 리조트에서 하루를 묵고 다음날 아침 창밖을 보는 순간 당황스러웠다. 밤새 5cm가 넘는 눈이 쌓인 것.전화로 지배인을 찾은 김 사장. “오늘 라운드 가능한가요.”, “회원님, 지금 제설 작업하고 있으니 오전 11시 전에 티업 하실 수 있겠습니다.”
지난 2007년 개장한 테디밸리 골프장은 전장 7300야드에 테디코스(9홀)와 밸리 코스(9홀)로 이뤄져 있다. 국내 최초로 미국 PGA 개최 골프장 스탠더드 잔디인 버뮤다그래스가 식재돼 있으며 겨울철에는 한지형 잔디인 라이그래스를 덧뿌려 연중 푸른 그린 상태를 유지한다.
제주 지역 특유의 원시림인 곶자왈(나무, 덩굴식물, 암석 등이 뒤섞여 수풀을 이룬 곳)을 그대로 보존하고 채석장으로 파헤쳐진 곳에 흙을 쌓은 후 잔디와 나무를 심어 자연 생태계를 복원했다.
골프장 코스 내에도 에코 브리지, 에코 터널을 만들어 사람과 야생 동물이 하나가 되는 생태 공간을 만들어 놓았다.
제주 공항에서 섬을 가로지르는 서부 관광 도로를 타고 25분, 중문 관광단지에서 7분 정도 거리에 있는 테디밸리는 해발 190m 저지대에 위치해 눈과 바람, 안개에서 자유로운 편이다. 테디 코스는 곶자왈이 우거진 평탄한 코스로 한라산의 아름다운 풍광을 그대로 눈에 담을 수 있는 편안한 코스다.
1번 홀 티 샷을 시작으로 2번·3번 홀을 지나면서 골프 좀 친다는 사람들은 ‘너무 쉬운 코스 아니야’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무난한 편이다.
하지만 4번·5번 홀을 지나면 곶자왈이 양쪽으로 자리하고 있는 마의 6번· 7번·8번 홀과 만난다. 6번(파5, 챔피언 티 기준 588) 홀은 티잉 그라운드에 서는 순간 페어웨이 양쪽으로 사열하듯이 펼쳐진 곶자왈이 위협적으로 다가온다.
푸른 페어웨이와 한라산의 조합이 한 폭의 그림 같은 6번 홀, 좁은 페어웨이는 약간의 슬라이스나 훅을 용납하지 않고 곶자왈은 티 샷한 볼을 그대로 삼켜 버린다. 두려움과 안도감이 공존하는 7번·8번·9번 홀을 지나면 이국적인 풍경의 밸리 코스가 기다리고 있다.
밸리 코스의 특징은 두 개의 호수를 중심으로 열대식물인 팜나무와 야자수가 식재돼 있어 동남아의 어느 골프장에 와 있는 것 같은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삼방산을 조망할 수 있는 밸리 코스는 페어웨이 중간 중간에 위치한 크리크와 페어웨이 한쪽으로 길게 도사리고 있는 해저드가 골퍼들의 발목을 잡는다.
특히 밸리 4번 홀(파 5, 챔피언 티 기준 612)은 왼쪽으로 휘어지는 도그렉 홀로 아름다운 테디베어의 털 속에 숨겨진 발톱처럼 날카롭다. 우측은 OB, 좌측은 해저드며 페어웨이는 가늘고 길다. 그야말로 무심타법이 최대 비법이다. 18번 홀을 지나 19번 도네이션 홀에서 라운드는 끝난다.
글·사진 이승재 기자 fotoleesj@money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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