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윤선 메디포스트 사장

메디포스트는 관절염 치료제 외에도 알츠하이머와 뇌졸중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이들 신약에 대해서는 이미 글로벌 제약사들과 판매 전 라이선스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 회사인 메디포스트는 최근 약 4개월간 주가가 두 배 이상 뛰었다. 코스닥시장에 바이오테마가 형성되면서 다른 기업들과 함께 덩달아 오른 것도 있지만 이 회사가 개발 중인 줄기세포 치료제의 출시가 가시화되면서 투자자들의 기대가 주가에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줄기세포 치료제는 난치성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꿈의 신약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론적으로 줄기세포는 인간의 몸을 구성하는 모든 세포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치매, 뇌졸중 등은 물론 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치료제가 개발되고 있다.

메디포스트는 국내 첫 줄기세포 치료제로 관절염 치료제인 카티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신약 출시의 마지막 관문인 임상 3상에 이미 돌입했다. 현재 관절염을 앓고 있는 환자 대부분은 항생제 치료로 버티다가 연골이 완전히 닳아 없어지면 인공관절로 대체하는 수술을 받는다. 연골을 되살릴 수 없어서다.

그러나 카티스템은 없어진 연골을 재생시켜 관절염을 치료한다. 200만 명에 달하는 관절염 환자들에게는 꿈 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메디포스트 양윤선 대표는 “내년 하반기에는 카티스템의 판매가 시작된다”며 “국내에서도 이제 바이오 신약의 시대가 열리게 됐다”고 말했다. 양 대표를 만나 메디포스트가 개발하고 있는 줄기세포 치료제에 대해 얘기를 들어봤다.
최초의 줄기세포 치료제 내년 하반기 출시 국내 바이오 신약 시대 연다
최근 주가가 많이 올랐다.

“바이오 신약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합성 신약이나 바이오 신약 중에서도 단백질 항체 신약은 있었지만 줄기세포나 유전자 치료제는 아직 시장에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줄기세포 치료제가 실제 시장에 나오게 되니 화제가 되고 있는 것 같다.

관절염 치료제인 카티스템은 이미 임상 3상에 들어가 대상 환자 모두에게 약을 투여했다. 이제 효과를 기다리는 기간만 지나면 제품이 나오게 된다. 이미 제약업계도 바이오 신약에 대해 투자를 늘리고 있다.

글로벌 10대 제약사 중 절반 이상이 줄기세포 전담부서를 꾸렸을 정도다. 줄기세포는 치료제 외에도 항노화 화장품 등 노령화 시대에 웰빙과 관련된 소프트한 부문에서도 산업화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메디포스트 역시 신약 개발 외에 줄기세포를 활용해 다른 사업에 진출할 계획이 있는가.

“경쟁업체들을 보면 화장품 회사와 제휴해 줄기세포 화장품을 만든다거나 줄기세포를 배양한 주사액을 인체에 주입해 노화를 막는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메디포스트 역시 사업다각화 차원에서 여러 가지 사업 아이템을 검토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화장품 사업은 화장품 제조업체와 사업제휴 형태로 추진하고 있다. 조만간 파트너십을 체결할 것이다.

동남아시아에서 현지 업체와 합작법인을 설립해 제대혈은행 사업을 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아시아권에서는 아직 제대혈 사업이 한국처럼 서비스업으로서의 모습을 갖추고 있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줄기세포의 용도가 점점 더 다양해지고 있어 해외에서도 관심이 높다.

그러나 우리의 진정한 사업 확장은 의약품 개발이다. 카티스템 외에도 다양한 신약 개발이 진행되고 있어 글로벌 제약사와 판매 전 라이선스 등을 협의하고 있다. 아마 올해가 회사의 사업다각화 원년이 될 것 같다.”

카티스템은 언제 시판되는가.

“내년 하반기로 보고 있다. 이미 임상 3상에 참여한 환자들에게 투여됐는데 안전성 검증기간이 내년 1월까지다. 그 후 식품의약품안전청의 행정적인 절차를 밟아서 실제 약이 시판되는 데는 수개월이 걸린다.

처음 나오는 카티스템은 관절 수술을 받는 환자에게 투여되는 형태로 제공된다. 관절 부분을 절개하고 투여해야 한다. 이후 주사 등을 이용해 간단하게 투입할 수 있는 약을 개발할 생각이다.

이 약은 연골을 재생시키는 효능을 갖고 있다. 그래서 인공관절 수술을 해야 하는 중증환자에게 투여가 가능하지만 비교적 가벼운 관절염을 앓고 있는 40∼50대 환자들에게도 미리 투여할 수 있다.

최초의 줄기세포 치료제 내년 하반기 출시 국내 바이오 신약 시대 연다
환자들의 관심도 클 것 같다.


“전화가 굉장히 많이 온다. 이 약의 시판을 기다리면서 수술을 미룬 환자들도 있다. 이름을 대면 알만한 유명인사에게서 돈은 얼마든지 낼 테니 치료를 받게 해달라는 요청도 받았다.”

시장규모는 얼마나 될 것으로 보는가.

“우리나라에서 이뤄지는 인공관절 수술이 한해에 5만 건이 넘는다. 환자만 200만 명이고 매년 10% 이상 증가하고 있다.

또 노령화사회가 진행될수록 관절염 환자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아직 약값이 정해지지 않아 구체적인 규모는 추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정부는 국내에서 순수 개발된 신약에 대해서는 의료보험 지원을 해주겠다는 방침이어서 고가가 되더라도 시장을 형성하는 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2012년에는 카티스템에서 발생하는 매출이 지금 메디포스트의 전체 매출을 뛰어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의 면모도 크게 바뀔 것이다.”

해외 판매는 어떻게 되나.

“올해 카티스템에 대한 미국 임상을 시작한다. 그래서 미국 식품의약국(FDA) 기준에 맞는 공장을 현지에서 만들어 약을 생산하고 있다.

미국은 줄기세포 치료제에 대해서는 기존 합성 신약에 비해 임상환자 수를 대폭 줄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래서 임상시험이 끝나는 데 3∼4년 정도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에서는 임상이 끝나고 약을 판매하는 게 아니라 임상 중에 글로벌 제약사와 라이선싱 계약을 할 예정이다. 사실 국내에서도 제약사들과 카티스템 판권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첫 줄기세포 치료제로 관절염 치료제를 개발한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는 제대혈에서 출발했다. 제대혈에 들어있는 줄기세포 중에서 우리가 원료로 쓰는 간엽줄기세포라는 게 있다. 이 세포는 연골이나 뼈 근육 등을 재생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데이터가 많았다. 그래서 재생이 불가능한 연골에 초점을 맞춰 개발을 시작했다.

요즘은 줄기세포가 훨씬 더 많은 기능을 갖고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다양한 질환으로 신약 개발이 확산되고 있다. 예를 들면 알츠하이머(치매)병과 폐질환 치료제의 임상시험을 올해 시작한다.

이것 역시 제대혈 줄기세포 원료 중에서 이런 병에 효과가 있는 부분을 발견해서 개발을 해온 것이다. 특히 알츠하이머 치료제는 이미 동물실험에서 획기적인 결과를 얻어 기대가 크다.”
메디포스트는 제대혈을 이용한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에 연구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메디포스트는 제대혈을 이용한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에 연구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최근 제대혈이 뇌성마비 치료에도 이용된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제대혈을 배양하는 것이 아니라 세포분리와 냉동처리 과정을 거쳐 환자에게 투여하는 것은 일종의 시술이어서 별도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

기존에 제대혈은 백혈병 환자들에게만 썼는데 최근 뇌성마비 환자들에게도 효과가 있다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한양대 의대 소아과에서는 아예 제대혈 클리닉을 개설하고 질병에 따라서 제대혈로 치료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동안 의학계에서도 붐이 일었다가 사라진 사례가 많은데 줄기세포는 생각보다 범위가 넓다.”

줄기세포 치료제 회사로서 메디포스트의 강점은 무엇인가.

“줄기세포는 크게 성체줄기세포, 배아줄기세포, 역분화 줄기세포로 나눈다. 메디포스트는 이 중 신생아의 제대혈에서 얻은 줄기세포로 신약을 만든다.

예를 들어 복부지방이나 골수에서 얻은 줄기세포를 주로 이용해 신약을 개발하는 업체들도 있다. 그런데 성체줄기세포는 인체의 어느 부위에서 얻는지에 따라 모두 성격이 다르다. 우리의 목표는 제대혈 줄기세포의 장점을 살려 효과 좋은 신약을 개발하는 것이다.

제대혈은 신생아의 탯줄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골수나 지방보다 훨씬 신선하고 잠재력이 크다. 배양하는 기술도 훨씬 어렵다. 제대혈 공장을 가진 곳도 국내에서는 우리가 유일하다. 그래서 우리는 제대혈 줄기세포를 이용해 다른 회사보다 더 다양한 제품을 만들 수 있다. 또 다른 바이오 회사와 달리 우리는 의약품 개발에만 핵심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창업한 지 5년 만에 코스닥에 올라왔다. 그동안 어려움은 없었나.

“사실 2000년에 회사를 설립한 후 6개월 만에 카티스템 개발이 국책과제로 선정됐다.

그러나 투자자들에게 줄기세포는 물론이고 제대혈에 대한 개념조차 제대로 이해시키기 어려웠다. 더구나 바이오 벤처는 정보기술(IT) 벤처보다 투자 회수기간도 길고 성공률도 낮다는 인식이 퍼져 제대로 투자를 받을 수 없었다.

결국 아는 지인들이 십시일반 투자했고 평소 친분이 있던 엔젤투자자 2∼3곳의 도움을 받아 회사를 꾸려갈 수 있었다. 다행히 2002년에 제대혈 붐이 일면서 2년 정도 버틸 수 있는 자금을 마련할 수 있었다.

2003년 전반기에만 제대혈 사업으로 2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런데 10여 개 업체가 제대혈 시장에 진입하면서 네거티브 마케팅이 난무하고 리베이트 문제가 불거지면서 붐이 금세 꺼져버렸다. 그래서 코스닥시장에 상장할 당시 매출이 줄어 상장심사에서도 어려움이 있었다.”

메디포스트는 어떤 회사를 지향하는가.

“사실 의학 분야에서 우리나라 기업이 미국의 바이오 제약사나 일반 제약 회사를 뛰어넘기는 어렵다.

그러나 메디포스트는 줄기세포 치료제라는 첨단 분야에서 다양한 분야의 신약을 가장 먼저 개발해 난치병을 치료할 수 있는 회사가 되는 것이 목표다. 이번에 카티스템이 나오게 되면 다른 신약 개발에도 가속도가 붙을 것이다.

줄기세포 치료제는 공통되는 기반기술이 많아 후속 제품 개발에 소요되는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융합기술이 필요하다. 그래서 앞으로는 다양한 기술을 가진 회사들과 연구·개발(R&D) 단계에서부터 협력을 할 것이다. 제약사들도 어차피 복제약만 판매해서는 생존할 수 없다. 그래서 우리에게 앞으로 더 많은 기회가 올 것으로 본다.”

양윤선
메디포스트 사장
서울대 의학박사
서울삼성병원 임상병리과 전문의
성균관대 의학과 임상병리학교실 조교수


글 김태완·사진 서범세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