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왕의 남자’의 원작 공연 연극 ‘이 (爾)’
12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왕의 남자’의 뒤에는 연극 ‘이(爾)’가 있다. 2000년 초연 당시 한국연극협회 올해의 한국 연극상, 작품상 등을 휩쓸며 탄탄한 작품성을 인정받은 연극 ‘이’가 공연 10주년을 맞아 원년 멤버들과 함께 다시 무대에 오른다. 왕을 매료시킨 궁중 광대들의 신명나는 공연‘왕과 광대’, 어울릴 수 없는 두 인물이 웃음이란 매개체로 만났다. 소재만으로도 흥미를 끄는 이 연극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조선시대 연산조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광대’라는 새로운 캐릭터를 내세워 독특한 상상력을 발휘한다. 절대 권력자인 왕을 희롱하는 광대들의 놀이판을 보며 관객들은 카타르시스와 함께 대리만족을 동시에 경험하게 된다.
‘이’란 왕이 신하를 높여 부르는 호칭으로 극중에서 연산군이 천민광대 공길을 부르는 말이다. 공길은 왕에게 몸과 웃음을 바치는 대가로 희락원의 우두머리가 되고 왕으로부터 이 호칭을 선사받는다.
왕의 총애를 받는 ‘공길’을 시기하는 왕의 여인 ‘장녹수’는 애정을 빼앗기는 것을 시기해 공길에게 공개적으로 모욕을 준다. 이에 공길은 왕 앞에서 장녹수의 하수인인 형판의 비리를 들춰내는 놀이를 하게 되고 이것을 통해 형판을 제거한다.
언어 유희를 통해 웃음을 전달하는 소학지희는 단순한 놀이를 넘어 정치형태나 풍속의 부정적인 면을 왕에게 우회적으로 보고하는 수단이었다.
역사를 바탕으로 더해진 상상력 연극 ‘이’는 역사적 인물의 이야기에 상상력을 가미한 이야기다. 그 상상력은 두 가지 설정에서 출발하는데 ‘연산군이 궁중 광대극을 좋아했다’는 것과 ‘연산군과 공길이 동성애 관계였다’는 것.
여기서 ‘동성애’란 설정은 대중의 흥미를 끌기위한 요소가 아니다. 이것은 연산과 공길의 관계를 단단히 이어주고 장녹수와 공길의 갈등을 심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연산군이 좋아한다는 ‘광대극’은 고조된 갈등과 긴장을 이완시키는 장치로 사용된다.
공길이란 인물은 ‘임금은 임금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하고, 아비는 아비다워야 하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 임금이 임금답지 않고, 신하가 신하답지 않으니 비록 곡식이 있다 하더라도 먹을 수가 있으랴’는 말을 했다가 참형을 당했다는 연산군의 일기 한 줄 기록에 의해 되살려진 캐릭터다.
최고와 최하 신분의 두 인물이 만나는 기회가 있었다고 짐작하게 하는 이 문헌은 상상력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여기에 작품의 원동력을 불어넣어줄 인물로 만들어진 캐릭터가 바로 ‘장생’. 타고난 광대 장생은 오로지 오랜 동료 공길과 함께 신명 나게 놀이판을 벌이는 것 외에는 아무 관심이 없는 ‘자유’의 상징을 표현하는 축의 역할을 한다.
뛰어난 연기력으로 뮤지컬 배우의 입지를 다져가고 있는 공길역의 오만석은 이 공연을 마지막으로 연극 ‘이’의 무대를 내려온다. 10년간의 성원에 화답하는 이번 공연은 원년 멤버들의 노련한 연기로 다시는 볼 수 없는 무대를 만들어 낼 것이다.
공연 일시 : 2010년 2월 27일 ~ 3월 21일 평일 오후 8시, 토 오후 3시·7시, 일·공휴일 오후 2시·6시 (월 공연 없음)
공연 장소 :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공연 문의 : 1588-5212
정인영 어시스턴트 기자 0520jiy@moneyro.com 공연 일시 : 2010년 2월 27일 ~ 3월 21일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