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계획을 세웠더라도 자칫 작심삼일(作心三日)에 그치는 경우가 다반사다. 해마다 금연, 다이어트 등을 결심하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돌아간다. 이는 다름 아닌 ‘관성’ 때문이다. 움직이는 물체에만 관성이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에게도 관성이 있다.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원래 하던 습관대로 계속 하려고 한다. 이 때문에 계획을 유지하는 일에는 아주 많은 의지가 필요하다. 꾸준히 펀드에 투자해서 미래를 준비한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처음에는 단단히 마음을 먹고 소비를 줄여 펀드나 저축을 하지만 어느 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돈을 다른 데 써버린다.

특히나 수익률이 시원치 않으면 투자보다는 소비할 구실을 찾게 마련이다. ‘수익률도 나쁜데 괜히 넣었다고 손해 보느니 차라리 물건 하나 사는 게 나을지도 몰라’ 하면서 말이다.

사람들이 미래보다 현재의 것을 더 중시하는 것이 계획을 지키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숲속의 두 마리 새보다 수중의 한 마리 새가 더 낫다’는 속담이 가리키듯 사람들은 당장 결과가 나타나는 일을 더 선호한다.

미래는 불확실하고 실제로 손에 들어올지 여부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금연이나 금주에 대한 결심이 번번이 좌절되는 것은 담배 한대나 술 한잔이 주는 즐거움은 지금 당장의 것이지만 이를 오랫동안 참아 건강한 몸이 되는 것은 미래의 일이기 때문이다.

매일 등락을 거듭하는 시장 역시 꾸준한 투자를 어렵게 만든다. 수익률 등락을 매일 확인하다 보면 손실을 크게 느끼게 되고 그 손실을 회피하려는 경향을 가지게 된다. 이를 ‘근시안적 손실 회피 경향(myopic loss aversion)’이라고 하는데 실제 실험을 통해 증명된 바 있다.
자동투자시스템 만들고 한동안 잊어라
미국 행동재무학자인 베나치(Shlomo Benartzi)와 테일러(Richard H. Thaler) 교수가 대학직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험에서 1년간 투자 수익률을 제공했을 때와 30년간의 수익률을 제공했을 때 주식펀드를 선택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크게 달라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1년간의 수익률을 제공했을 때 조사자 중 약 40%가 주식형 펀드를 선택한 데 반해 30년간의 수익률을 제공했을 때는 약 90%가 주식펀드를 선택했다. 평가하는 시간이 짧아질수록 손실에 민감해지기 때문에 안정적이고 보수적인 투자를 원한다. 이러다 보니 중간에 투자를 중단하게 된다.

지난 2007년 6월 당시 한 경제신문에 ‘미래에셋인디펜던스펀드’에 설정 이후 무려 6년간 장기로 자금을 맡긴 투자자 3명의 인터뷰 기사가 실렸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중도에 환매하고픈 유혹을 이겨내느라 너무 힘들었다’고 입을 모았다.

한 투자자는 환매 유혹이 강할 때마다 “연 1~2% 수수료를 주고 대한민국 최고의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를 고용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맘을 달랬다”고 말했다. 이 기사에 따르면 당시까지 6년 넘게 투자를 유지한 사람은 19명에 불과했다. 이 펀드의 당시 설정액이 1조500억 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소수만이 긴 시간을 이겨낸 것이다.

이렇게 사람들이 가진 본래의 한계를 극복하고 투자에서 성공하기 위한 좋은 방법은 자동 이체를 통해 적립식으로 펀드에 투자하는 ‘자동 적립식 투자 시스템 (Automatic Investment System)’을 만드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자동 적립식 투자 시스템이란 투자자가 일일히 신경쓰지 않아도 자동적으로 매월 일정액씩 적립식펀드에 불입되도록 미리 약정해두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은행 예금이나 증권사 자산관리계좌(CMA) 등에 들어 있는 목돈을 자동 이체를 통해 매월 불입되도록 정액 적립식을 신청해 두는 것이다.

미국 최고의 자산관리 구루(GURU)로 불리는 데이비드 바크는 그의 책 ‘자동으로 부자되기’라는 책에서 “체계적인 투자는 강한 의지력이 필요한데 이러한 투자를 장기간 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자동투자시스템 만들고 한동안 잊어라
따라서 체계적인 투자를 강한 의지력이 필요없이 자동으로 이뤄지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자동이체를 활용해 투자를 자동으로 할 수 있도록 하는 ‘자동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적립식펀드 투자는 크게 정액 적립식 투자와 자유 적립식 투자가 있다. 일반적으로 일상 업무가 바쁘거나 투자경험이 적은 초보투자자일수록 정액 적립식이 더 적합하다.

언제든 자유롭게 불입할 수 있는 ‘자유 적립식 투자’가 시장 상황에 따라 투자금액을 조정함으로써 정액적립식보다 더 높은 성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즉 주가가 많이 빠졌을 때 투자금액을 늘리고 주가가 올랐을 때는 투자금액을 줄인다면 투자수익이 일정하게 투자한 것보다 훨씬 높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이론적인 가정일 뿐이다. 실제로 적절한 시장상황을 판단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또 적립식 투자를 하다보면 주가 상승기에는 더 많이 투자하고 싶고 주가하락기에는 중단하고 싶은 유혹에 빠지기 쉽다.

이런 유혹에 빠지게 되면 결국 적립식 투자의 효과가 현저하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처럼 사람이나 시장은 결코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렇게 자동 적립식 투자시스템을 만들면 설사 가격하락으로 손실을 기록하더라도 극심한 스트레스를 피해 상대적으로 평상심을 유지하기가 수월하다. 가격이 떨어지면 더 싼 가격에 펀드를 추가로 매입할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인 성과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반면 한꺼번에 목돈을 맡긴 상태에서 주가가 등락을 보이면 마음이 불안할 수밖에 없다. 며칠 만에 수십만 원이나 수백만 원씩 손해를 확인하고도 아무렇지 않을 만큼 ‘강심장’인 사람은 거의 없다.

자동 적립식 투자시스템을 성공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를 약정해 둔 다음 아예 한동안 잊어버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예를 들어 결혼기념일이나 생일날 1년에 한번 정도 확인하는 것이다.

대부분 가격이 오랫동안 하락하고 경제가 불안한 상황에서 손실을 확인한 다음 투자시스템을 유지하기란 매우 어렵다. 실제로 적지 않은 투자자들이 글로벌 경제 위기 이후 주가 하락 시기에 적립식 투자를 속속 중단했다.

오히려 이 시기에 투자자금을 늘렸다면 향후 주가 상승기에 더 높은 성과를 올릴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나중에 국내외 주가가 반등하자 많은 투자자들이 투자중단을 후회하며 뒤늦게 적립식 투자를 다시 시작했다.

이처럼 시장상황을 보고 있으면 애초 마음먹은 대로 투자를 유지하기가 매우 어렵다. 미국의 유명한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은 “사람들은 단기 손실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가격 추이를 관찰하는 것은 당신이 할 수 있는 최악의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카너먼 등이 실험한 결과에 따르면 사람들이 자신의 투자성과를 자주 확인할수록 단기간 투자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장기적으로 높은 성과를 낼 확률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계속 투자할 자신이 없다면 자동투자 시스템을 만들어 놓고 아예 잊고 지내는 것이 최선의 투자 방법이다.

민주영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