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을 추진해온 생보사들의 주가는 이미 장외시장에서 급등세를 보여 왔지만 공모를 계기로 시장에서 재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주가도 한 차례 큰 변동을 겪을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지분을 보유한 기업들 역시 시장에서 집중적인 조명을 받게 된다.
특히 올해는 국내뿐 아니라 아시아 지역에서도 대형 생보사 상장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어 생보주 상장이 외국인투자자와 기관투자가들의 투자관행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생보사 상장 가시화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빅3 생명보험회사 중 하나인 대한생명은 지난 1월 말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해 상장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일반적으로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할 경우 최대 6개월 이내에 상장을 하도록 되어있다.
그러나 회사 측이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상장을 완료한다는 방침이어서 실제 상장 시기는 2월 말∼3월 초가 될 가능성이 높다. 국내 최대 생명보험회사인 삼성생명 역시 지난 1월21일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청구서를 냈다.
시장에서는 조만간 상장예심을 통과한 후 늦어도 상반기까지는 상장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남은 빅3 중의 하나인 교보생명은 “자본 확충의 필요성이 없어 상장을 서두를 이유가 없다”며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사실 국내 생보사 상장 1호는 동양생명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10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됐다. 그러나 당시 단독상장인데다 공모 규모 3400억 원, 시가총액 1조5000억 원에 그쳐 투자자들의 큰 관심을 끌어내지 못했다. 상장 후 주가도 탄력을 받지 못해 여전히 공모가 수준에서 머물고 있다. 반면 이번에 상장되는 대한생명은 공모 규모만 1조5000억∼3조 원에 이를 전망이다. 삼성생명 역시 공모규모가 2조∼6조 원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이들 회사가 상장되면 시가총액은 삼성생명이 20조 원, 대한생명이 6조 원을 넘는다. 현대증권 이태경 연구원은 “대한생명의 상장을 계기로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투자자들의 생명보험주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이라며 “장기금리도 상승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고 올해는 보험주들이 시장에서 재평가(리레이팅)를 받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올해는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시장에서도 생명보험주들이 집중 조명을 받을 전망이다. 지난해 말 중국의 3위 보험업체인 CPIC가 홍콩증시에 상장됐고 일본의 2위 생보사인 다이치생명이 4월1일에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다.
또 글로벌 생명보험회사인 AIG의 아시아생명보험 부문인 AIA도 올해 상반기 중 홍콩증시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장외주가는 이미 급등…공모가 관심
상장을 추진하는 생명보험주들은 이미 장외시장에서 고가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 장외시장에서 70만 원대에서 거래되던 삼성생명은 상장추진 방침이 알려진 뒤 주가가 급등, 한때 150만 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최근에도 130만 원대에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대한생명은 소액주주 지분이 전무한데도 불구하고 장외시장에서 선거래 형태로 매매주문이 이뤄지고 있다. 주가는 대략 1만2000원대로 형성돼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현재 장외시장 가격은 상장 기대감이 과도하게 반영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단기적으로 봤을 때 가격이 부풀려져 있다는 것이다. 신한금융투자 성용훈 연구원은 “일부 생보사들은 회사의 순자산가치와 향후 수익능력을 고려하더라도 가치가 부풀려져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솔로몬투자증권은 생보사들의 향후 3년간 추정 실적을 기준으로 적정주가를 산출한 결과 삼성생명은 10만1500원(액면 500원), 대한생명 9070원으로 계산했다.
이 증권사 송인찬 애널리스트는 “삼성생명이 업계 1위 업체이고 대한생명이 한화그룹의 주력 금융회사라는 점을 감안, 각각 30%와 20%의 할증률을 적용하더라도 적정 주가는 현재 장외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주가에 비하면 훨씬 낮다”며 “결국 공모가가 어떻게 결정되느냐가 투자여부를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생보사들이 △올해 이후 실적개선이 기대되고 있고 △그룹지배구조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데다 △기관투자자들의 금융포트폴리오로 자리를 잡을 것이라는 전망 등을 이유로 장기적으로 매력적인 투자대상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병건 동부증권 연구원은 “삼성생명과 대한생명의 상장으로 국내 보험주의 시가총액 비중은 2%대에서 5%대로 높아지게 된다”며 “보험주들은 대부분 양호한 펀더멘탈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의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송 애널리스트도 “글로벌 금융위기 완화에 따라 생보사들은 지난해 사상 최고의 실적을 냈을 가능성이 크고 이런 추세는 올해도 이어질 것”이라며 “올해 상반기에는 금융주의 포트폴리오 변화를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상장 수혜주들도 주목
상장되는 생명보험사들의 주식을 보유한 기업들도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삼성생명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상장사는 신세계(지분율 13. 57%) CJ제일제당(4.80%) CJ(3.20%) 삼성전기(0.60%) 삼성정밀화학(0.47%) 제일기획(0.21%) 등 6개사,대한생명의 지분을 갖고 있는 상장사는 한화(28.16%) 한화석화(7.30%) 등 2개사다.
이들 8개사는 대부분 보유지분의 장부가격이 공모가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어서 삼성생명과 대한생명의 상장 시 막대한 상장차익을 누릴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신세계의 경우 삼성생명 상장 후 지분가치(공모가 10만원의 경우)는 2조7144억 원으로 시가총액의 30%에 육박하지만 장부가격은 53억 원에 불과하다.
조용현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공모가를 삼성생명 10만 원, 대한생명 1만 원으로 가정하더라도 한화 CJ제일제당 CJ 등은 시가총액 대비 지분가치가 30%를 넘는다”며 “이들 지분가치가 많은 기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화와 한화석유화학은 최근 대한생명 주식을 각각 450만 주씩 구주매출 형태로 매각키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한화와 한화석유화학의 대한생명 지분율은 각각 27.35%, 6.7%로 감소하게 된다. 그러나 공모가를 1만 원으로 가정할 경우 각각 450억 원의 현금이 유입되게 된다.
직접적인 지분관계는 없지만 삼성증권과 삼성카드도 삼성생명 상장 수혜주로 꼽힌다. 키움증권 서영수 연구원은 “삼성은 삼성생명 상장 후 금융지주 전환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에 따라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증권 카드가 상대적으로 많은 수혜를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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