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규 삼성투신운용 상무

주식처럼 투자하는 펀드인 ETF(상장지수펀드)가 국내 주식 시장에 첫 상장된 지 7년이 지났다. 그동안 상장종목이 53개로 불어났고 기초자산도 초기의 코스피200지수, 업종 지수에서 홍콩 일본 중국 등 해외지수, 금 원유 등 실물지수, 국고채 지수 등으로 다양해졌다.

ETF는 변동성이 적고 투지비용이 저렴해 개인투자자들에게는 최적의 상품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여전히 저변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증권가에서 ‘ETF전도사’로 잘 알려진 배재규 삼성투신운용 상무는 “ETF는 수수료가 낮아 투자자에게 가장 유리한 상품인데도 판매사들이 수익성을 이유로 적극적인 판매를 하지 않고 있다”며 “합리적인 수준의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라면 주식이나 펀드보다는 ETF가 훨씬 낫다”고 강조했다.

배 상무는 우리나라 최초의 ETF인 ‘코덱스200’을 상장시킨 주역이다. 그가 이끄는 삼성투신운용 인덱스2본부는 국내 ETF시장에서 점유율 66%(주식자산 기준)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배 상무로부터 훨씬 다양해진 ETF의 투자방법과 유망 ETF에 대해 들어봤다.
“합리적인 투자자에게 ETF는 최상의 상품”
지난해 자본시장통합법으로 금융상품에 대한 규제가 대폭 완화돼 새롭게 등장할 ETF에 대한 기대가 크다. 올해 어떤 ETF를 준비하고 있는가.

“올해 초에 실물 금에 투자하는 금ETF를 준비했는데 금값이 약세를 보여 상장시기를 늦췄다. 금값이 반등하는 적절한 시점에 상장을 할 계획이다. 또 지난 22일에는 올해 첫 신상품으로 레버리지ETF를 상장시켰다.

이 ETF는 코스피200지수를 추종하지만 이익과 손실 모두 지수 대비 2배씩 나도록 설계돼 있는 상품이다. 지금 국내에서는 코스피200지수 대비 1.5배 움직이는 인덱스펀드가 나와 있지만 2배씩 움직이는 펀드는 이번이 처음이다.

앞으로 개발할 상품으로는 각종 원자재 등 실물지수를 추종하는 ETF와 해외 주요지수를 추종하는 ETF가 남아있다. 개인적으로는 상해A지수, 인도지수 등을 추종하는 해외ETF를 만들고 싶다.

그러나 이 상품을 운용하려면 실제 해당 시장의 주식에 투자하는 해외IB(투자은행)와 스와프거래를 해야 한다.이 경우 7월부터 세금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기가 쉽지 않다는 게 고민이다.”

레버리지ETF는 삼성투신운용 외에도 다른 곳에서도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레버리지 ETF를 만들기 위해서는 독창적인 방법이 동원돼야 한다. 현행법에서는 기초자산에 파생상품의 편입비율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레버리지ETF를 설계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다른 운용사들은 법 개정 이후에 상품을 내놓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펀드의 자산을 담보로 RP(환매채)를 빌려와 투자하는 방법을 생각해냈다. 펀드자산을 늘려서 투자함으로써 레버리지를 일으킬 수 있게 한 것이다. 덕분에 가장 먼저 상품을 내놓을 수 있게 됐다. 다른 자산운용사들은 우리가 금감원에서 약관을 승인받자 우리와 유사한 방식으로 레버리지ETF를 출시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합리적인 투자자에게 ETF는 최상의 상품”
ETF에 대해서도 올해 7월부터 과세가 된다. 투자자들은 어떤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는가.


“정부는 ETF를 펀드로 보고 올해 7월부터 해외펀드와 마찬가지로 해외ETF에 대해 15. 4%의 배당소득세를 과세할 방침이다.

그러나 ETF는 매매를 전제로 하는 상품이다. ETF에 대해 배당소득세를 부과하면 거래를 자주할수록 세금만 많이 내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예를 들어 어떤 투자자가 특정 ETF를 5번 거래해서 2번 손해를 보고 3번 이득을 봤다고 치자. 이 투자자는 결과적으로 이익을 내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 3번 이득 본 금액의 15. 4%를 세금으로 내야한다. 2번 손실을 본 부분은 과세 시 감안되지 않는다.

그래서 지금 업계에서는 배당소득이 아닌 양도차익을 기준으로 과세를 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이렇게 하면 세율은 22%로 높지만 과세가 1년에 한번 이뤄져 거래횟수와 관계없이 이익금에 대해서만 과세되고, 분리 과세되는 특징이 있다.

또 증권사들이 과세를 위한 시스템을 별도로 구축하지 않아도 된다. 만일 배당소득 과세를 하게 되면 일부 증권사들은 시스템 구축비용 때문에 ETF거래를 아예 포기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ETF시장이 전반적으로 타격을 받게 된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ETF를 펀드가 아닌 주식으로 간주해 거래세만 내도록 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본다.”

국내에 ETF가 도입된 지 7년이 지났는데 상품이 지닌 매력에도 불구하고 생각만큼 활성화되지는 않은 것 같다.

“ETF란 상품이 판매사가 아닌 운용사가 주도를 하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대중화되려면 이 상품을 파는 증권사와 은행에서 고객에게 상품을 추천해줘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일반적으로 ETF는 보수가 낮고 변동성이 적다. 판매사 입장에서는 돈이 되지 않는다. 반대로 말하면 ETF는 그만큼 고객에게 좋은 상품이라는 의미다.

그래서 고객이 적극적으로 ETF를 원하지 않는 한 판매사는 ETF를 권하지 않는다. 또 ETF가 결정적으로 대중화되는 계기가 없었다.

홍콩의 경우 정부가 주식에 투자한 펀드를 ETF로 전환시켜 투자자에게 싼 값에 판매하면서 ETF가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일본도 비슷한 계기가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철저하게 시장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보니 한계가 있었다.”

“합리적인 투자자에게 ETF는 최상의 상품”
ETF에 투자하는 개인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ETF는 개별종목이 아니기 때문에 대박상품은 절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ETF에 투자하려는 사람은 먼저 기대수준을 합리화할 필요가 있다.

즉, 증시에서 경제성장의 과실만큼만 얻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경제성장의 과실을 가져다주는데 중간매매 비용이 가장 적은 상품을 선택하는 게 좋다. 그게 ETF다. 흔히 사람들은 액티브펀드는 우수한 펀드매니저가 비싼 보수를 떼니까 그만큼 좋은 성과를 가져다줄 것이라는 환상에 빠진다.

그러나 운용사가 떼는 보수는 확정보수지만 투자자의 기대는 불확실하다.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확실한 비용을 과다하게 지불하는 것도 비합리적 의사결정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수가 많은 액티브 펀드도 피해야 한다.

또 비용이 많이 드는 펀드가 수익률이 좋다는 생각도 버려야 한다. 흔히 투자자산이 1억 원일 때와 10억 원일 때의 투자 방식은 다르다고 한다. 1억 원이 있는 사람은 대박을 좇을 수 있지만 10억 원이 있는 사람은 대형 우량주에 분산투자한다.

물론 대박을 좇아 성공하는 사람도 있지만 결국 평균적으로 보면 우량주를 사는 재산가들의 수익률이 더 낫다. 왜 돈이 적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위험성이 높은 주식을 사는가. 그런 분들께 ETF를 사서 합리적인 투자를 하라고 말하고 싶다.”

현재 상장된 ETF중에서 투자자에게 권유할만한 상품을 추천해준다면.

“최근 중국의 경제회복세를 감안한다면 차이나ETF가 괜찮을 것 같다. 국내에서는 반도체나 자동차 등 섹터ETF와 삼성그룹주ETF를 권하고 싶다.

그러나 ETF도 지수움직임을 예측한 단기투자보다는 적립식 펀드처럼 꾸준히 투자하는 게 수익을 올리는 데 훨씬 좋다.

펀드에 투자하기보다는 ETF에 꾸준히 투자하면 분명히 비용절감분만큼의 추가 이익을 더 볼 수 있을 것이다.”

배재규

삼성투신운용 인덱스2 본부장 삼성투신운용 ETF운용팀장
SK증권
연세대 경제학과


글 김태완·사진 이승재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