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 3월 주식 시장에 상장
2010년 3월 한국 주식 시장에 ‘스팩’이 등장한다. 학점 영어점수 어학실력 등의 취업 스펙(spec)이 아니라 기업인수목적회사(Special Purpose Acquisition Company,SPAC)가 그것이다.스팩이 증시에 상장되면 일반 투자자들도 스팩을 통해서 인수·합병(M&A) 시장에 참여,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는 셈이다. 특히 일반 개인투자자들은 M&A에 따르는 높은 위험(리스크)을 부담하지 않고 투자를 할 수 있어 스팩은 매력적인 투자 상품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대우증권의 그린코리아 스팩이 유가증권시장에 3월 3일 상장되는데 이어 미래에셋증권도 최근 코스닥시장 최초로 스팩 청약일정(3월 3일, 4일)을 확정했다. 이 밖에도 여러 증권사가 추가로 스팩 상장을 추진하고 있어 스팩이 증권투자의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개인도 주식투자 통해 M&A시장에 참여](https://img.hankyung.com/photo/202101/AD.25109858.1.jpg)
‘스팩(Spac)’이란 기업인수를 목적으로 투자자로부터 일정 규모 이상의 자금을 공모방식으로 모집해 설립한 일종의 명목회사(paper company)다.
스팩의 투자구조를 살펴보면 먼저 스팩 투자의 주체인 스폰서(증권사)가 발기인(재무적 투자자)들과 함께 회사를 미리 설립한 뒤 기업공개(IPO)를 통해 자금을 조달한다.
스팩은 상장 후 3년 내에 비상장회사를 인수 합병하는 방식으로 기업가치를 창출해 투자자에게 수익을 안겨주게 된다. 비상장회사의 경우 스팩에 피인수되면서 우회상장이 되는 셈이다.
투자자(기관과 개인)들이 수익을 얻게 되는 과정을 좀 더 구체적으로 보면 투자자들은 먼저 스팩의 공모에 참여하거나, 상장된 스팩의 주식을 매입함으로써 투자에 참여할 수 있다. 이 때 투자자는 스팩의 투자분야와 경영진에 대한 정보만을 알 수 있다.
![개인도 주식투자 통해 M&A시장에 참여](https://img.hankyung.com/photo/202101/AD.25109859.1.jpg)
투자자들은 스팩이 구체적인 인수대상 기업을 정하게 되면 주주총회에 참석해 인수합병에 관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리고 합병 후 기업의 가치 상승을 통해 장내에서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
다시 말해 스팩 설립 후 3년 내에 비상장 회사 1개사를 인수한 뒤 가치가 상승하면 합병기업의 주식을 투자자들이 주식 시장에서 매각해 이익을 회수할 수 있게 하는 구조로 돼 있는 것이다. 스팩이 3년이 지난 시점까지도 M&A를 하지 못했을 경우에는 상장이 폐지되며 남은 자금을 투자자에게 배분한 뒤 해산하게 된다.
개인투자자 보호에 역점
스팩의 장점은 투자자들이 M&A에 참여하면서도 언제든지 주식을 매매할 수 있는 장내 확보된다는 것이다. 특히 M&A와 같은 리스크가 큰 시장에 투자하면서도 투자자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먼저 스팩의 스폰서로는 국내 증권사만이 참여할 수 있다. 또 스폰서로 참여하는 증권사는 일정 책임을 지기 위해 반드시 자본금의 5% 이상을 투자하도록 되어 있다.
M&A가 실패할 경우에도 투자자들은 별다른 손실을 보지 않는다. 스팩은 상장 후 운영비용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공모자금을 금융기관에 예치하게 된다. 따라서 만일 M&A가 이루어지지 않아 상장이 폐지될 경우 주주들의 손실은 아무리 커봐야 스팩의 운영비용으로 제한된다.
예를 들어 대우증권이 3월3일 상장하는 그린코리아 스팩의 경우 공모자금의 96%를 M&A가 이루어질 때까지 증권금융에 예치한다. 따라서 이 스팩이 M&A에 실패하더라도 증권금융 예치금에서 발생하는 이자를 감안하면 투자자들은 원금은 보존되는 셈이다.
특히 동양종금증권의 스팩 ‘동양밸류오션’의 경우 36개월 이전에 청산이 이뤄져 원금에 못 미칠 경우 발기주주의 투자금으로 공모주주의 원금을 보전토록 정관에 명시했다.
또 스팩이 인수하는 회사가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주주총회에 참석해 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 스팩은 또 일반 상장법인과 똑같이 주요 경영사항에 대해서는 공시를 해야 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회사와 관련된 주요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다.
![개인도 주식투자 통해 M&A시장에 참여](https://img.hankyung.com/photo/202101/AD.25109860.1.jpg)
스팩을 도입하게 되면 주식 시장에서는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 먼저 경기침체로 인해 IPO(기업공개) 시장이 위축됐을 때 유망 비상장기업의 자금조달을 가능하게 한다.
차입금융을 활용하는 PEF(사모투자펀드)활동이 상대적으로 위축됐을 때도 대규모 공모자금을 바탕으로 우량기업을 인수하는 노력을 계속함으로써 M&A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게 된다.
스팩 제도의 도입은 투자자와 기업, 금융투자업자로 구성되는 국내 자본시장 참여자 모두에게도 혜택을 줄 수 있다. 일반투자자들은 스팩 투자를 통해 투자의 안정성, 전문성, 투자회수의 편의성을 보장받을 수 있다.
스팩은 국내 IB(투자은행)가 단순한 중개업무(brokerage)중심에서 IPO(기업공개), M&A(인수 합병), PI(자기자본투자) 등 다양한 IB업무로 수익구조를 다변화시킬 수 있는 수익 기반을 제공한다.
또 비상장기업은 스팩의 대상기업으로서 상장 편의를 제공받을 수 있고 IPO시장의 침체기에도 항상 상장 기회가 열려 있다는 점에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상장예정인 스팩은?
국내 1호 스팩은 지난해 12월15일 설립된 ‘대우증권 그린코리아 기업인수목적회사’다. 대우증권이 스폰서로 참여했으며 녹색성장과 신성장 동력업체를 인수 합병할 계획이다. 지난 2월22~23일 공모를 했으며 3월3일에 상장된다.
액면가 1000원인 주식을 3500원에 공모를 받았다. 그린코리아 스팩은 영국 헤지펀드(Arrowgrass)와 산업은행 그린손해보험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 신한캐피탈 등 다양한 발기인 그룹과 우수한 역량의 스팩 경영진 확보를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미래에셋증권도 최근 제1호 스팩의 청약 일정을 확정했다. 이 스팩은 대우증권의 스팩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되는 것과는 달리 코스닥시장에 상장될 예정이다. 미래에셋증권 스팩은 3월 3~4일 일반인과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청약을 받는다.
이 스팩의 자본금은 3억 원이며 공모를 통해 200억 원(주당 예정공모가 1500원)을 조달할 예정이다. 현대증권의 스팩 ‘현대PwC드림투게더’는 3월 10~11일 공모를 거쳐 19일 코스닥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다.
이 스팩은 333만4000주의 공모로 모두 200억 원을 조달해 녹색성장 기업 등을 M&A할 계획이다.공모 희망가격은 주당 6000원(액면가 100원)이다.
동양종금증권 스팩 ‘동양밸류오션’은 내달 16~17일 공모 청약을 실시해 26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다. 공모예정주식수는 450만 주이며 공모 희망가액은 주당 1만 원(액면가 500원)이다.
한편 스팩이 제시한 공모가는 발기인들에게 나눠준 신주 가격의 2∼3배에 이르는 금액이어서 일부에서는 “지나치게 고평가 됐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발기인들은 일반주주와 달리 투자금의 원금보존이 안되고,합병주총에서 의결권이 없으며, 받은 신주는 합병후 6개월까지 매매를 할 수 없다”며 “이런 차이를 감안하면 투자자보호 측면에서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정현영 한경닷컴 기자 j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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