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는 위대했다 리카르도 & 렌죠 코타렐라
이탈리아에서 가장 센 영향력을 가진 와인 피플은 누굴까? 작년 9월, 이탈리아의 주요 와인 사이트 중 하나인 와인뉴스(www.winenews.it)는 자국의 주요 와이너리 관계자를 포함, 총 1243명의 와인 애호가를 대상으로 “이탈리아 와인계의 파워 피플”에 관한 설문 조사를 실시, 총 10명의 인물을 선정, 발표했다.1위에 이름을 올린 이는 안티노리의 오너 피에로 안티노리로 이 결과는 워낙에 예상할 수 있었던 터라 그리 새삼스럽지 않았다. 10명의 인물 중 시선이 가장 오래 머문 이름은 리카르도 코타렐라로 그는 ‘슈퍼 투스칸의 대부’ 지아코모 타키스를 6위로 따돌리고 4위에 올라와 있었다. 이탈리아 와인계의 바로미터, 코타렐라 형제
리카르도 코타렐라는 ‘이탈리아 와인 산업의 개척자’로 추앙받고 있을 정도로 이 나라 북쪽부터 시칠리아 섬에 이르기까지 전 국토에 퍼져있는 50여 곳의 와이너리에 자신의 양조 기술을 전해주고 있는 스타 컨설턴트이자 양조학자다.
안티노리와 리카르도 이름을 보니 자연스레 떠오르는 인물은 렌죠 코타렐라. 렌죠는 리카르도의 동생이자 현재는 안티노리 사의 사장의 자리까지 오른 인물이다. 개인적으로 이들 형제는 은인이나 다름없다.
복잡하고 어렵게만 느껴졌던 이탈리아 와인의 세계는 ‘코타렐라’라는 이정표를 만나면서부터 정리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들 형제의 움직임을 가만히 살펴보면 현대 이탈리아 와인 흐름이나 다름없다는 걸 금세 눈치 챌 것이다.
형, 리카르도 와인을 만들어 온 아버지 덕에 형제는 태어날 때부터 와인 향에 휩싸여 있었다. 형제의 고향인 움브리아 주는 이탈리아 중부에 있는 곳으로 리카르도는 이곳을 기점으로 이탈리아 중남부 와인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해오고 있다.
대학 졸업 후 먼저 두각을 보인 것은 화이트 와인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레드 와인 쪽에서도 눈부신 결과를 내놓기 시작했다. 로버트 파커의 저서 ‘세계의 위대한 와이너리(The World's Greatest Wine Estates)’에서 소개하고 있는 중남부 이탈리아 와인 3종은 모두 그의 손을 거친 와인이다. ‘포도 품종의 연금술사’라는 별칭을 먼저 얹어 주고 싶을 만큼 다양한 품종으로 놀랄만한 성과를 낸 것을 알 수 있다.
‘남부의 사시카이야’라고 불릴 만큼 뛰어난 평가를 받고 있는 몬테베트라노와 테라 디 라보로의 성공 스토리(둘 다 움브리아産)는 그의 철학과 열정을 고스란히 이야기해 준다.
몬테베트라노의 소유주인 임파라토 여사는 애초에 리카르도에게 토착 품종인 알리아니코를 가지고 와인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그는 아직 그곳의 테르와르가 그 품종에 적합한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며 거절을 했다. 대신 그는 카베르네 쇼비뇽, 메를로와 같은 외래 품종과 소량의 알니아니코를 사용하여 와인을 만들었다. 결과는 대성공! 이 일이 있고 몇 년 후 갈라르디 와이너리에 비로소 알리아니코(80%)와 피에디로소(20%)를 가지고 테라 디 라보로라는 위대한 와인을 안겨주었다.
동생, 렌죠
안티노리 사의 사장인 렌죠 코타렐라가 이곳에서 일한 지는 곧 30년을 헤아린다. 이탈리아를 벗어나 전 세계를 무대로 와인 사업을 펼치고 있는 안티노리의 행보가 그의 행보나 다름없다.
그러다 보니 활동 무대는 구대륙 이탈리아뿐만 아니라 미국, 칠레와 같은 신세계도 넘나든다. 콜 솔라레, 하라스 데 피케처럼 친숙한 이름 뒤에 그가 있다고 보면 맞다. 유럽(2000년대 들어서면서 형 리카르도는 이탈리아 와인 컨설턴트로서는 최초로 프랑스에서 와인 컨설팅을 시작했다)에서만 활동하고 있는 형과 확연히 다른 점이다.
그는 지아코모 타키스가 1992년 안티노리에서 물러난 자리를 훌륭히 이어 받았다. 세상을 놀래켰던 티냐넬로, 솔라이아의 명성이 지금까지 한 치의 흠도 나지 않고 유지될 수 있었던 데에는 그의 공로가 크다.
90년대 말까지 현장에서 뛴 그는 이제 오직 안티노리 가문의 사람들만 입장이 허용 되었던 이사회에 참석할 정도로 빼어난 경영 능력도 보여주고 있다. 이미 오래 전부터 많은 해외 언론은 그를 두고 피에로 안티노리의 오른팔이라고 소개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수많은 안티노리 와인 중 체르바로 델라 셀라은 그에게 가장 애틋한 와인이다. 안티노리에 입사해 만든 첫 와인이기 때문이란다. 이 와인은 몇 년 전, 이탈리아 전역의 레스토랑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한 ‘20세기를 빛낸 10개의 이탈리아 와인’ 리스트 중 8위에 이름을 올렸지만 국내에서는 아직도 존재감이 약하다.
팔레스코, 코타렐라 형제의 와이너리
형 리카르도처럼 활발한 컨설팅 활동을 할 수는 없지만 렌죠 역시 바쁜 시간을 쪼개 몇몇 와이너리에 그의 노하우를 전해주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열과 성을 다한다 해도 본인 소유의 와이너리만큼 애정을 품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라치오 땅 위에 세워진 팔레스코는 이 두 형제가 공동으로 소유, 운영하고 있는 곳으로 여기서 형제는 외래 품종, 토착 품종을 자유자재로 써가며 레드, 화이트는 물론이고 그라파, 스파클링 와인까지 생산하고 있다.
이중 몬티아노는 리카르도에게 ‘미스터 메를로’ 라는 별칭을 안겨주었을 만큼 성공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 누구도 이탈리아 시골 외진 곳의 외래종 메를로를 거들떠보지 않았다. 그러한 메를로의 잠재력을 파악하고 오직 이 포도만을 사용해 만든 몬티아노는 다시 한 번 이들 형제의 역량을 말해준다.
코타렐라 형제가 다른 어느 지역보다 애정을 가지고 있는 움브리아, 캄파니아, 시칠리아와 같은 이탈리아 중남부 와인들은 아직 토스카나, 피에몬테의 와인과 같은 명성을 얻지 못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코타렐라 형제를 비롯한 많은 이탈리아의 와인 전문가들이 이쪽 와인들의 무한한 가능성에 대해 모두들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직은 덜 유명한 덕분(?)에 품질에 비해 가격이 좋다.
혹, 이 글을 읽고 이탈리아 중남부 와인들에 흥미가 생겼다면 꼭 준비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리카르도 형제의 손을 거친 와인 목록이다. 이 형제의 이름을 믿고 맛본 와인 치고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 와인을 나는 아직 만나지 못했다.
글 김혜주(알덴테북스 대표)·사진 아영FBC 루벵코리아 나라식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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