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운 FWS 투자자문 사장
강남 아파트를 중심으로 형성된 고급주택 시장은 2000년대 들어 새로운 전기를 맞는다. 기존의 아파트를 대신해 새로운 주거형태로 부상한 것이 주상복합 아파트들이다. 2000년대 전반기 빠르게 확산된 주상복합 아파트는 철골 구조의 타워형으로 기존의 아파트와는 다른 구조 때문에 주동의 형태와 구성도 달랐다.주상복합 아파트들은 날로 발달하는 건설 기술 덕분에 30~40층, 또는 그 이상 층수로 점점 높이 건설되었다. 현대건설이 2003년에 완공한 목동의 69층 하이페리온I(256m)은 63빌딩을 제치고 한국 최고층 건물로 자리매김했다.
그리고 한 해 뒤 도곡동에 지어진 삼성건설의 타워팰리스(69층, 261m)가 건설되면서 1위 자리는 다시 바뀌게 되었다.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는 처음에는 1·2 동으로 개발되었으나 2000년 이후에는 단지를 이루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분양가 45억 펜트하우스 7년 만에 4배 상승 2002년 말 입주를 시작한 타워팰리스는 고급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의 대표격이다. 타워팰리스는 69층에 339.9㎡, 409.2㎡ 등의 펜트하우스를 배치하여 초고층으로 인한 불안감을 대형 평형에 거주함으로써 얻게 되는 특별함으로 보상했다.
특히 한 건물 안에서 상가는 물론 연회장, 헬스장, 수영장, 골프 연습장, 옥상 정원 등을 배치해 밖으로 나갈 일 없이 최상의 편리함을 누리게 되었다는 점이 크게 부각되었다. 40층 이상의 최고층 펜트하우스는 ‘초고층은 좋은 것’이라는 인식의 전화를 유도하며 구매력 있는 상류층에게 ‘원 스톱 라이프’라는 편리함을 어필했다.
FWS 투자자문 박상운 사장은 초기에 타워팰리스 펜트하우스를 분양받아 지금까지 거주하고 있는 터줏대감이다. 단지 내 커뮤니티인 골프 동호회 회장도 맡고 있는 그는 누구보다 타워팰리스의 가치를 먼저 알아본 사람이다.
“한때 미분양 사태를 빚기도 했지만 제 믿음에는 변함이 없었습니다. 미국 등 선진국의 고급주택을 보면서 우리나라도 주상복합아파트와 같은 원 스톱 서비스가 가능한 주택형태가 고급주택시장을 형성할 거라고 예상했으니까요.
아파트가 주택시장을 선도하던 70년대는 국민소득이 1000달러에 불과하던 시기입니다. 국민소득 1만 달러를 넘어서면 아파트를 대신할 새로운 주택형태가 나올 거라고 봤죠. 그게 주상복합아파트였던 거죠.” 일반적으로 주상복합아파트의 가장 큰 장점으로 주거의 편리성이다. 단지 내에서 독서실, 헬스장, 수영장, 식당 등이 들어 있어 단지 밖으로 나갈 일이 없다. 이 같은 편리성과 함께 박 사장은 타워팰리스만의 장점으로 강남에, 그것도 대단지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을 꼽는다.
대단지는 지역의 랜드마크로서의 역할과 함께 대규모 상권을 형성하게 된다. 타워팰리스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2002년 타워팰리스 입주 후 이 지역은 강남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고, 유동인구를 배후로 은행 등이 들어서 생활을 더욱 편리하게 만들었다.
물론 대단지는 미분양 사태를 낳기도 했다. 대단지로 구성된 압구정 현대아파트나 올림픽 선수촌 아파트 등은 한때 미분양으로, 입주 초기에는 가격 상승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이들 아파들의 가치는 지속적으로 상승해 고급 아파트의 대명사가 되었다.
타워팰리스는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많은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지다 보니 생기는 어쩔 수 없는 과정이라는 게 박 사장의 생각이다. 대단지들은 입주 초기에는 가격 상승에 어려움을 겪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가치는 올라간다.
특히 한두 번 손바뀜을 거치고 단지가 안정되면 본격적으로 가격이 올라가게 마련이다. 박 사장의 경우만 보더라도 45억 원에 분양받은 펜트하우스가 현재는 4배 정도 가격이 뛰었다.
가격 올랐지만 강남 재건축 아파트 여전히 매력적 타워팰리스 중에서도 박 사장이 사는 펜트하우스의 장점은 뛰어난 조망권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그의 집에서는 시원하게 뚫린 창을 통해 구룡산, 대모산, 청계산 등이 한눈에 들어온다. 박 사장은 날씨가 좋을 때는 북한산 백운대까지 보인다고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조망권의 가치는 높아질 것입니다. 제가 고객분들에게 한강 조망이 가능한 주택을 추천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얼마 전에 평당 3억 원 정도하는 홍콩의 고급 주상복합을 보고 왔는데요, 정말 뷰가 좋더군요. 전망 좋은 곳에 농구장, 아이스링크 등을 배치했더라고요. 우리 같으면 거기 펜트하우스 넣어서 분양하겠지만, 그 사람들은 다르더라고요. 아마 우리 주택시장도 언젠가는 그런 식으로 변하지 않을까 싶어요.”
부동산에 대한 그의 생각은 여느 부동산 전문가 이상이었다. 고급주택에 대한 식견에 놀라자 그는 대학시절부터 고급주택에 관심이 많았다고 했다. 대학을 다닐 때는 틈나는 대로 성북동, 평창동 등의 고급주택을 보러 다녔고, 유학시절에는 부러 시간을 내어 미국의 고급주택을 보러 다녔다고 한다.
그는 미래의 고급주택은 홍콩이나 미국처럼 부대시설이 좋은 곳이 각광받을 것으로 본다. 국내는 전용면적을 조금이라도 늘이기 위해 부대시설을 축소하는 경향이 있지만, 국민소득이 많아질수록 부대시설의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는 것이다. 주상복합이 아닌 일반 아파트들도 새로 지어지는 곳에 부대시설이 들어서는 것이 단적인 예다. 그는 10년 안에 단지 내에 수영장을 갖춘 아파트가 생길 것이라고 했다.
“투자의 정답은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마찬가집니다. 주식을 보면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가 계속해서 수익을 내잖아요. 부동산도 마찬가집니다. 주식에 대표주가 있는 것처럼 부동산에도 시장을 선도하는 상품이 있습니다.
지금은 강남의 재건축이 시장을 선도할 거라고 봐요. 가격이 많이 오르긴 했지만 여전히 상승여력이 남아있어요. 이 지역에 고급 아파트가 들어선다고 생각해보세요. 그러면 답이 나올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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