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천의대 윤방부 부총장
윤방부 부총장은 한국에 가정의학과를 처음 들여온 건강 전도사다. 오랫동안 몸담았던 연세대 의대에서 정년을 마친 그가 가천의대 부총장으로 변신했다. 예순여덟, 적지 않은 나이에도 남부럽지 않은 건강을 유지하고 있는 그의 건강 비결을 들었다.원 조 국민주치의로 불리는 윤방부 부총장은 한국 의료계에 큰 족적을 남겼다. 최초의 가정의학 전문의로 한국에 가정의학과를 처음 들여왔고, 1981년 직접 대한가정의학회를 창설하고 초대 이사장을 지냈다. 1986년~91년에는 세계가정의학회 부회장으로 활동하며 가정의학 발전에 크게 공헌했다. 국내 의료계를 대표하는 그를 만나기 위해 인천 길병원을 찾았다. 부총장실은 길병원재단 뇌과학연구소에 있었는데, 부총장실에 들어서자 그가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맑은 안색과 밝은 웃음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밖에서 보다 직접 이곳(길병원)에 와보니 정말 대단한 것 같습니다. 병원이나 연구소 규모를 보고 저도 놀랐습니다. 가천의대도 제대로 된 대학을 모습을 갖추었고요. 이길녀 이사장님, 여자로서 정말 대단하신 분입니다.”
의사는 환자의 롤모델이 되어야 한다
윤 부총장은 가천의대로 자리를 옮긴 뒤 새로운 도전에 흥분이 된다고 했다. 평창동 자택에서 아침 6시에 나와 오후 5시 퇴근할 때까지 진료를 보고 대외업무를 봐도 아직은 피곤하지 않다고 말했다.
일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이처럼 건강한 비결을 물었더니 “28년째 매일 10km를 달리는 것”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운동이 건강에 필요조건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바람직한 운동은 각 개인의 요구와 능력에 맞되 개개인의 기능적 능력을 향상시키고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즐길 수 있어야 하고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어야 한다.
일정 기간 큰 근육을 지속적으로, 또 반복적으로 사용하지만 무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렇게 8~12주 지속적으로 꾸준히 운동을 해야 효과가 나타난다. 이런 여러 조건을 만족시키며 손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이 걷기와 달리기이다. 운동을 시작할 때는 무리를 해서는 안 된다. 그도 처음에는 걷기부터 시작했다. 그가 처음 운동을 하기로 마음먹었을 때는 건강이 무척 좋지 않았다.
그가 미국생활을 정리하고 돌아온 것은 1978년으로 30대 후반, 의욕이 앞섰던 그는 국내 의료계에 가정의학을 도입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그러나 보수적인 의료계는 그를 쉬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의 표현대로 1 대 8만의 싸움이었다.
각과마다 왜 우리 영역을 침범하느냐고 반기를 했다. 반대가 심해 한 때는 동기, 선배들로부터 거의 왕따를 당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귀국 이듬해인 1979년 12월, 전국 규모의 가정의학회를 창설하고 5년 동안 학회에 매달렸다. 젊음만 믿고 건강을 돌보지 않자 몸무게가 5kg 가까이 불었다. 콜레스테롤과 당 수치도 위험수위에 가까워졌다.
“걷는 것부터 시작해 차츰 속도를 붙였죠. 처음에는 굼벵이처럼 걸었는데, 3주마다 속도를 높였습니다. 그렇게 1년을 하다보니까 10km까지 뛰게 되더라고요. 뛰니까 살도 빠지고 스트레스도 없어져요. 젊어서는 50분에 10km를 뛰었는데, 지금은 1시간 정도를 뜁니다. 시속 6km에 맞춰 걷다가 5분 간격으로 속도를 높이고 마지막에는 스피드를 올려 10.5km까지 뜁니다.”
뛰면서 그는 TV나 음악을 듣지 않는다. 딴 곳에 정신을 뺏기지 않다보니 많은 상상을 하게 되고, 복잡한 일도 정리가 된다. 대한피트니스협회 회장이기도 한 그가 회원들을 상대로 강의를 할 때 ‘제발 피트니스 센터 안에서 음악 좀 틀지 말라’고 당부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달리기를 통해 건강을 되찾은 그는 달리기 전도사가 되었다. 아내와 두 딸, 아들까지 달리기는 거의 생활이 되었다. 그는 지인들에게도 틈만 나면 달리기를 하라고 권한다. 특히 의사를 업으로 삼은 사람이라면 꼭 운동을 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배 나오면 의사 하지 말라’는 극언을 할 때도 있다. 의사는 환자에게 모범이 되어야 한다. 환자한테는 술, 담배 하지 말라면서 자신은 담배 피우고 폭탄주 마시는 의사를 어떤 환자가 신뢰할 수 있을까. 의사라면 그 정도의 소명의식은 있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의사가 수도승이 될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의료 기술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모든 직업에 대한 존경과 존엄은 종사자 스스로가 만들어야 한다.
고기, 채소 가리지 말고 골고루 양껏 먹어라 그는 운동을 강조하며 제자들에게 환자들한테 음식 얘기 좀 하지 말라는 당부도 잊지 않는다. 현대병의 원인이 서양화된 식생활이니, 신종플루에 강한 음식이니 하는 말들은 모두 근거 없는 소리라는 것이다. 그의 이름 뒤에 따라붙는 수많은 직함 중 국민의학지식향상위원회 위원장이라는 직함을 걸고 하는 말이다.
“젊어서 제가 운동을 많이 했거든요. 그때는 정말 많이 먹었습니다. 지금도 음식 가리지 않고 양껏 먹습니다. 과식이 안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소식이 좋은 것도 아닙니다. 골고루 맛있게, 감사하게 먹으면 제일 좋습니다.”
윤 부총장은 음식처럼 우리 사회에 잘못된 의료 정보가 너무 많다며 개탄했다. 그것을 두고 그는 단순, 무식, 지랄스럽다는 의미로 단무지라고 불렀다. 이 중에는 음식과 관련한 속설이 가장 많다. 채식위주로 식단을 짜라, 기름진 음식을 피하라 등등. 그는 이 모든 게 근거 없는 속설이라고 잘라 말했다.
다양한 비타민을 먹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그는 반대했다.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너무 많은, 그러나 필요 없는 약을 먹는다. 대부분의 비타민은 음식을 통해 섭취하는 게 가장 이상적이라는 것. 단 비타민C는 인체에서 생성되지 않기 때문에, 보충해주는 게 좋다. 그런데 골고루 음식을 잘 먹는 사람은 그것조차 안 먹어도 된다고 그는 말했다.
“저는 ‘건강재아’, ‘안미재아’라는 말을 자주 씁니다. 건강도 얼굴도 모두 자기가 관리하기 나름입니다. 얼굴도 나이가 들면서 변하는데요, 그것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단 77세까지는 관리가 가능하지만, 그 이후는 전적으로 DNA에 달려 있습니다. 인명은 재천이 맞습니다.”
9988234라는 말이 있다. 99세까지 팔팔(88)하게 살다가 이틀간 아프고 3일 만에 죽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윤 부총장은 강의 때 이 표현을 즐겨한다. 결국 건강의 핵심은 살아있는 동안 얼마나 건강하게 사느냐에 있다.
글 신규섭 기자·사진 김기남 기자 wawoo@moneyro.com
< = 행복한 인생을 위한 장수 건강 5계명>
1. 매사 긍정적으로 사고하고 아름다운 삶을 살자
심각한 생각보다는 유머를 즐기고 밝고 화려한 색상의 옷을 입는 것도 도움이 된다.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며 웃는 연습을 하며 하루를 시작해 보자. 또 마음을 훈훈하게 해주는 이야기를 많이 읽고 매사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다면 하루하루가 즐거워질 것이다.
2. 지적 활동을 통해 뇌 기능을 유지하라
뇌 활동을 자극하고 정신 건강을 유지시켜 주는 두뇌 운동은 크로스퍼즐, 산 이름이나 지명 암송 등 다양하다. 가벼운 운동이나 걷기도 두뇌 자극에 효과적이다. 운동은 팔, 다리, 근육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 신체가 움직이도록 하는 데는 뇌의 조정 역할이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3. 근력 강화 운동으로 전신 건강을 다져라
근육량이 감소하면 체력뿐 아니라 근육에 의해 운동하는 심장 등의 장기 기능에도 악영향을 주고, 균형감각과 순발력이 줄면서 낙상 등의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걷기, 수영 등이 좋고 신체의 유연성을 증가시켜주는 스트레칭 또한 적절히 하는 것이 좋다.
4. 고른 영양 섭취는 건강의 기초다
생선이나 육류의 살코기 등 소화가 잘되는 단백질과 식물성 지방을 우선으로 선택하여 비만을 예방하고 소화 흡수를 증가시키도록 한다. 하루 1~2컵 우유를 데워서 마시면 칼슘 섭취에 좋다. 마지막으로 식사는 최소한 30분이 소요되도록 천천히 먹고 규칙적으로 해야 비만 예방에 도움이 된다.
5. 정기 검진으로 병을 관리하라
규칙적인 검진을 통해 건강을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 설령 지병이 생겼더라도 자신의 건강 상태를 수시로 점검할 수 있어 응급상황을 예방하거나 병을 키우지 않게 된다.
윤방부
가천의과학대학교 부총장
한국의료관광진흥협회장
전 세계가정의학회 부회장
전 연세대 의대 교수
연세대 대학원 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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