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과 열정의 도시, 세계의 수도 New York50여 년 전에 E. B. 화이트는 ‘다른 곳에서 태어나 뭔가를 찾아 뉴욕으로 온 사람들이 최고의 뉴욕을 만든다’고 썼다. 이처럼 뉴욕을 꿈꾸는 사람에게는 갈망이 필요하다. 자신의 재치와 용기를 시험해보고 싶다는 갈망, 예술을 하거나 돈을 벌고 싶다는 갈망, 모든 것을 벗어버리고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갈망, 사람들 속에 파묻혀 익명의 존재로 살고 싶다는 등의 철저한 갈망이 필요한 것이다.한가로움과 긴장, 흑과 백, 세계적 명품과 Made In China의 공존, 우아함과 격동, 어울림과 고독. 자칭 타칭 ‘세계의 수도’라 일컫는 미국 뉴욕의 여러 얼굴이다. 미드 타운의 센트럴 파크를 시발점으로, 패션의 명가 5Th Ave, 공연의 메카 브로드웨이를 이어 뉴욕의 불야성, 타임스 스퀘어에서 발걸음이 멈추어 진다. 42번가 뒷골목엔 여전히 뉴욕 속의 코리아타운이 형성되어 고향의 향수를 달래려는 코메리칸들의 전쟁 같은 삶도 만나게 된다.맨해튼 남쪽 그리니치빌리지와 이스트 빌리지를 지나 소호에 다다른다. 그리고 워싱턴 스퀘어와 NYU대학을 지나 월가에 이르면 저 멀리 자유의 여신상이 손짓하며 우리를 부른다. 이처럼 미드 타운에서 로 타운으로 이어져 내려온 브로드웨이 주변의 거리들은 뉴욕이 가지고 있는 그 많은 매력을 동시에 대면할 수 있는 가장 뉴욕다운 거리다.4번가 지하철 역에서 나오자마자 워싱턴광장으로 걸음을 옮겨본다. 워싱턴의 대통령 취임 100주년을 기념해 세운 아치가 당당히 서 있다. 한가로운 오후 이곳에선 세계 금융의 중심, 월가의 긴장감은 찾아볼 수 없다. 장중한 유럽풍 건물이 밀집한 그리니치빌리지는 20세기 들어 젊은 화가와 작가들이 몰려들면서 예술의 거리로 변모했다. 하지만 예술가들의 낭만적인 면도 부각되고 있지만 범죄와 마약사범 또한 우글거리는 뉴욕의 어두운 면들을 한낮에도 그리 어렵지 않게 목격하게 된다.돈벌이와 상관없이 색소폰을 불고, 1인극을 열연하는 무명 예술가들이 곳곳에 눈에 띈다. 그들 틈에 섞여 한가로움을 즐기는 사람들의 방황도 있으며 곧 개봉할 영화의 마지막 촬영에 한창인 영화 스태프들의 부산한 움직임들을 바라보노라면 뉴욕이 미국 동부 영화 산업의 메카임을 다시금 실감케 되기도 한다.뉴욕이 미국을 대변하듯 타임스 스퀘어와 브로드웨이의 교차점은 맨해튼의 대변자다. 그만큼 젊음의 뜨거운 열기와 세계 최고의 네온사인 광고들이 뉴욕을 찾은 세계의 시민들에게 생생한 밤의 활기와 열기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브로드웨이와 7번가가 교차하는 이곳 타임스 스퀘어는 미국 공연문화와 예술의 중심지이다. 19세기에는 말 거래업자, 마구간, 마차 등으로 붐비던 곳이었지만 1899년 오스카 해머스타인이 이곳에 최초로 극장을 세우면서 브로드웨이 공연문화가 시작됐다.이곳 타임스 스퀘어는 뉴욕을 찾는 사람들에게 밤을 잊게 하는 곳이다. 현란한 광고 조형물들은 혼을 빼놓기에 충분하고 귀와 눈을 즐겁게 하는 거리의 스트리트 뮤지션들의 열광적인 공연, 뮤직 비디오 촬영 현장도 흥겨운 볼거리다. 뉴욕 중 이곳 타임스 스퀘어야말로 미국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지역 아이콘으로서 엄청난 다양성을 용해시켜 내는 곳이란 생각이 든다.반면 부정적인 시각으로, 뉴욕을 방문하는 일부 사람들은 이 도시를 ‘한때 스쳐가는 곳으로는 볼거리가 많은 곳이지만, 터 잡고 살만한 곳은 못 된다’고 평하기도 한다. 그 이유로 우선 어둡고 낡은 지하철의 금속성 소음이 소름을 돋게 하며, 거리 곳곳에서는 사람들의 삶에 지친 무표정한 얼굴을 쉽게 마주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길거리의 공기 속을 감도는 살벌한 분위기, 물질적 풍요의 절정과 공존하고 있는 참을 수 없는 퇴폐, 무질서, 빈곤 등이 결코 뉴욕이라는 거대 도시의 앞날을 밝게만 볼 수 없게 만드는 이유로 충분해 보인다.그러나 정작 뉴요커들은 ‘뉴욕에 살아보지 않고서는 어느 누구도 이 도시가 얼마나 사람을 끌어당기는지 알지 못한다’고 대답한다. 이 도시에서 누릴 수 있는 문화적 혜택은 다른 어느 곳에서도 그처럼 다양하게, 또 값싸게 얻을 수가 없어, 그 멋과 매력에 젖은 사람이라면 헤어나지 못한다는 얘기다. 최근에 다시 찾은 뉴욕은 뉴요커들의 그런 자부심을 충분히 전해주고 있었다. 열정과 도전의 공간이란 이유 하나만으로도….글·사진 함길수 자동차 탐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