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재테크 시장의 최고 전문가들은 2010년에도 주식을 가장 좋은 투자 자산으로 보고 있으며 연 10∼15%의 수익률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또 IT 자동차 은행 등을 유망한 업종으로 꼽고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차 포스코 KB금융 등 우량주를 매수할 것을 권했다. 이는 한경 <머니>가 은행 PB본부장, 증권사 리서치센터장, 자산운용사 주식운용본부장 등 국내 최고 재테크전문가 24명을 대상으로 ‘2010년 재테크시장 전망’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른 것이다.전문가들은 2010년에는 정부의 출구전략이 본격화되면서 재테크 시장이 요동을 칠 가능성이 높아 위험관리가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러나 우리 경제가 완만한 회복세를 나타내고(87.5%),금리인상 폭도 0.5∼1%포인트로 제한적(70.8%)일 것으로 전망돼 국내 주식시장은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분석했다.설문에 응한 전문가들은 대부분 경기회복세에 힘입어 2010년에 코스피지수가 1800포인트를 넘어설 것(91.6%)으로 전망했다. 이 중 서명석 동양종금증권리서치센터장(2120포인트),강광일 농협중앙회 강남PB센터장, 남운택 IBK기업은행 개인고객본부장, 황상연 미래에셋리서치센터장(이상 2100포인트), 김영찬 신한BNP파리바운용 자산운용본부장(2050포인트) 등 5명은 코스피지수가 2000포인트를 넘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특히 서 센터장은 “내년 우리경제는 V자형 반등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며 “글로벌 경기회복세가 최고조에 달하는 내년 4분기에는 주가가 전고점(2085포인트)을 넘어선 2120까지 오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주식시장의 저점은 1400∼1500포인트가 될 것이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이에 따라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2010년에도 부동산 채권 은행상품보다는 주식이 가장 유망한 재테크상품이 될 것(80%)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채권 부동산 은행상품 파생상품 해외펀드 원자재 등이 유망하다고 답한 의견은 각각 1명에 불과했다. 주식투자를 통한 기대수익률은 10∼15%가 적절하다(50%)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15∼20%(20.8%) 혹은 20∼25%(16.7%)를 기대할 수 있다는 답변도 적지 않았다.그러나 대표적인 비관론자로 꼽히는 김학주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내년 주식시장의 고점을 지금과 비슷한 수준인 1640포인트로 제시했다. 김 센터장은 “내년 세계경제는 성장률은 회복세를 보이겠지만 인플레이션으로 고통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며 “주식보다는 원자재 상품이 더 유망하다”고 주장했다. 윤중재 SC제일은행 PB사업총괄 상무도 “국내의 경우 금리인상으로 코스피 지수의 최고점은 1700포인트 수준에 머물 것”이라며 “국내 주식시장보다는 해외펀드에 투자하는 것이 더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주식시장이 언제 고점에 도달할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크게 엇갈렸다. 경기회복세가 빨라지는 4분기가 고점이 될 것이라는 의견(54. 1%)이 가장 많았지만, 정부의 출구전략 등을 감안하면 상반기에 고점을 형성하고 하반기에는 오히려 주가가 약세를 보일 것(33%)이라는 답변도 만만치 않았다. 4분기가 주식시장의 고점이 될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은 2010년 상반기에는 두바이사태와 같은 잠재적 신용경색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고 미국의 경기도 저점을 형성하는 반면 하반기로 갈수록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논리를 폈다.이재광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선진국의 경기회복이 예상보다 늦어지고 한국은 경기선행지수가 1분기에 정점에 도달할 것”이라며 “주가는 1분기에 조정을 받은 후 하반기에 선진국의 경기회복 가시화와 함께 다시 상승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양정원 삼성투신운용 자산운용본부장도 “1분기에는 정부의 정책효과가 약화되고 투자심리도 위축될 것”이라며 “경기회복이 가시화되는 하반기에 주가가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그러나 권준일 하나은행 부행장보는 “달러약세 지속에 따른 글로벌 유동성 등을 고려하면 1분기가 주식시장의 고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하반기에는 정부의 출구전략과 함께 금리 달러 원자재 등의 가격변동성이 커질 우려가 있어 주식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양기인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도 “2010년 상반기에는 ‘경기회복 저금리 약달러’라는 3가지 매력적인 환경이 유지되는 반면 하반기에는 금리인상 논의가 본격화되고 달러가치 상승에 따른 달러캐리트레이드 청산가능성도 있다”며 “주식시장은 2분기에 고점을 형성하고 3분기에 저점으로 떨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14명(58. 3%)이 내년도 최고 유망 업종으로 전기전자 반도체 등 IT업종을 꼽았다. 세계 경기가 회복되면서 IT업종의 설비투자가 본격화되고 국내 IT기업들의 시장점유율 상승이 기대된다는 것이 이유다.서용원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경기회복 초기국면에 들어선 만큼 IT분야에서도 교체설비투자가 활발하게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며 “국내 대표적인 IT기업들은 글로벌 경쟁업체에 비해 탁월한 시장선도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시장에서 확고한 지위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반도체 시장이 경기순환 사이클상 호황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IT기업들의 주가상승 견해를 뒷받침한다.문기훈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윈도7 출시에 따른 PC수요 증가와 스마트폰 시장의 확대가 기대되는 반면 그동안의 설비투자 부진으로 D램과 낸드플래시메모리 등의 공급부족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며 “메모리 업황은 내년에 본격적인 회복국면에 돌입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대표적인 IT기업인 삼성전자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화학 하이닉스 등을 유망기업으로 추천했다. 특히 설문에 응한 전문가들은 2010년 유망기업 5개를 뽑아달라는 요청에 절반이 넘는 14명이 삼성전자를 추천 목록에 포함시켰다.IT보다는 자동차 또는 은행 보험 등 금융주가 유망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윤중재 SC제일은행 PB사업총괄상무는 “국내 자동차 산업은 경기회복에 따른 내구소비재 증가와 중국의 내수시장 확대의 수혜주가 될 것”이라며 현대차를 탑픽으로 추천했다. 이재광 한국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세계 자동차시장에서 국내 자동차 회사들의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어 자동차부품업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현대모비스를 최고 유망종목으로 꼽았다.김순현 KB국민은행 PB사업본부장과 금기조 우리은행PB사업단장, 박병탁 한국씨티은행 본부장 등은 2010년 유망주식으로 금융주를 추천했다. 이들은 “경기회복에 따라 은행의 부실여신이 줄어들고 금리상승에 따라 순이자 마진의 확대가 기대된다”며 신한은행 외환은행 KB금융 등이 유망하다고 말했다.전문가들은 또 펀드 투자자에게는 국내 주식형을 기본으로 삼고 내수경기가 회복되는 중국펀드와 원자재 가격상승 효과가 기대되는 남미펀드 및 원자재펀드 등에 분산투자할 것을 권했다. 홍콩H지수를 추종하는 ETF,비철금속에 투자하는 원자재펀드, 하이일드채권형 펀드, 유가에 연동되는 WTI펀드 등 틈새펀드를 권하는 전문가들도 있었다.전문가들은 그러나 2010년 재테크시장은 정부의 출구전략에 따른 금리인상, 인플레이션, 부동산경기 침체 등 악재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문기훈 신한금융투자 센터장은 “내년 세계경기는 회복과 침체가 짧은 기간에 반복되는 닷컴형(WWW)형 추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철저한 분산투자와 눈높이를 낮춘 신중한 투자가 요구된다고 입을 모았다. 박재홍 외환은행 부행장은 “내년 재테크 시장은 올해와 같은 활황장세가 펼쳐지기 쉽지 않기 때문에 목표수익률을 낮춰 잡는 것이 중요하다”며 “경기회복이 예상되는 한국과 중국시장을 중심으로 투자하되 시간에 대한 분산투자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설문에 응한 은행PB 9명은 “현금 30억 원을 보유한 50대 자산가가 1년 기간을 잡고 투자할 경우 자산배분을 어떻게 해주겠느냐”는 질문에 전원이 주식 비중을 50% 이하로 줄일 것을 권했다. 유희숙 신한은행 PB고객부장은 채권·예금(50%)과 유동성(10%) 등 안전자산으로 60%를 보유하고 20%는 주식에 그리고 나머지 20%는 원자재 등 대체투자를 하라고 조언했다. 금기조 우리은행 PB사업단장도 50%는 안전한 정기예금에 가입하고 주식형 펀드와 ELS(주가연계증권) 그리고 유동성이 높은 MMF 등에 나머지 돈을 분산투자할 것을 권했다.그러나 일부 증권사 리서치센터장과 자산운용사 주식운용본부장들은 경기회복세를 감안하면 오히려 지금이 주식 비중을 늘려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양기인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경기회복세를 감안하면 적어도 자산의 60% 이상을 주식 등 위험자산에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영찬 신한BNP파리바운용 자산운용본부장도 “향후 2∼3년을 본다면 자산별 기대수익률은 채권이나 부동산보다는 주식이 더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장기적 관점을 갖고 주식형 펀드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 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