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국내 부동산 시장은 출구전략 지방선거 세제변동 등 그 어느 때보다 시장에 미칠 변수가 많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만큼 전체적인 시장 흐름을 섣불리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 중론이다. 그런 가운데서도 주택건설 관련 연구기관 및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 몇 가지 공통된 시각이 나타난다. 2010년 부동산 시장도 2009년과 비슷한 박스권 장세를 보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2010년 4~5%대의 비교적 높은 경제성장과 6월 지방선거가 부동산시장 불안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지만 금리인상으로 대표되는 출구전략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고 대출규제(DTI),양도소득세 감면시한 만료 등 부동산가격 하락 요인도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2010년 부동산 시장은 전반적으로는 안정 기조를 유지한 가운데 상품별·지역별로 편차가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주택의 경우 매매시장은 보합권을 유지하는 반면 전세시장이 서울 강남지역을 중심으로 불안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표적이다. 주택 매매가격은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와 보금자리주택 공급 등으로 큰 상승이 어렵지만 전세가격은 서울 강남권 입주물량이 적은 데다 보금자리주택 대기자들이 기존 주택을 매입하는 대신 전세 수요자로 남을 공산이 커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2010년 국내 부동산 가격을 끌어올린 요인으로 경기회복 지방선거 주택공급부족 등이 꼽힌다. 먼저 수치상의 경기회복은 낙관적이다. 정부는 내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5%로 설정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5.5%까지 높여 잡았으며 한국은행도 4.6%의 성장률을 예측했다.삼성경제연구소 LG경제연구원 국제통화기금(IMF) 등도 4.3~4.6% 선의 성장을 전망하고 있다. 이는 2009년 경제성장률 추정치 0%대와 비교할 때 상당히 높은 성장이다. 내년 6월 지방선거도 단기적으로 부동산시장을 불안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 닥터아파트 이영진 이사는 “지방선거 때는 자치단체장 후보자들이 지역 주민들에게 직접 영향을 주는 공약을 내놓는 경우가 많다”며 “이번에도 단체장 후보들이 다양한 지역개발 공약을 쏟아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그러나 부동산 시장을 위축시킬 요인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게 금리인상 가능성이다. 지난 2008년 하반기 금융위기 이후 경기회복을 위해 대대적으로 취해진 유동성 공급으로 인플레이션 위험성이 어느 때보다 큰 상황이다. 한국은행은 이에 따라 부동산가격 불안,물가 상승 등의 조짐이 나타나면 금리를 바로 인상한다는 방침이다. DTI 규제도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여름 서울 집값 급등으로 부동산 시장 전체가 불안해지는 것을 경험한데다 지난 9월 대출규제 확대로 급한 불은 끈 상황에서도 2009년(11월 말 현재) 서울 주택매매가격이 2.6%, 전세값은 무려 7.7%나 올랐기 때문이다.정부가 2009년 하반기부터 본격 공급에 나선 보금자리주택은 2010년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서울 송파구 위례신도시를 비롯해 서초내곡지구 구리갈매지구 등 서울·수도권 안에서도 선호도가 높은 곳에서 대규모 사전청약이 예정돼 있다.주택산업연구원은 2010년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5.6% 오르는 반면 매매가격은 1.8% 상승하는 데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수도권 전체로 확대할 경우 아파트 전세가격은 4.2% 상승, 매매가격은 1.4%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전세가격의 상대적인 강세 이유로는 값싼 보금자리주택 공급이 확대되면서 무주택자들이 기존 주택을 구입하지 않고 보금자리주택 청약을 기다리면서 전세살이를 지속할 가능성이 높은 점이 우선 꼽혔다. 또 재개발 및 재건축 사업 추진으로 이주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다.반면 DTI 규제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금리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어 매매가격 상승이 제한될 것으로 이 연구원은 진단했다. 대출을 무리하게 받아 집을 구입하려는 수요자가 크게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박원갑 부동산1번지 대표도 서울지역 집값 상승이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실물경기가 회복되면서 부동산 경기도 살아나겠지만 2000년 초 이후 지금까지 집값이 가파르게 올라 가격메리트가 크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서울 강남권도 소득 대비 집값이 너무 비싸 급등이나 장기적인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집값 상승은 물가상승률 이내인 3% 선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이영진 닥터아파트 이사는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기간이 2010년 말로 끝나기 때문에 2010년 하반기 3채 이상 집을 가진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을 수 있다”며 “서울 지역의 경우 이 매물이 집값을 잡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3채 이상 다주택자에게 60%까지 중과되는 양도세율이 2010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최고 35% 일반세율로 과세된다.그러나 전세가격 상승에는 전문가들 의견이 일치했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실장은 “재건축 및 뉴타운 지역 용적률 상향 기대감으로 사업 추진이 속도를 내면서 이주 수요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재개발 추진 인근지역이나 재건축이 많은 서울 강남권에서는 전세시장 불안이 2009년에 이어 2010년에도 지속될 가능성 높다”고 말했다. 함 실장은 서울에서 관리처분인가가 난·재개발 구역이 지난 2006년 6개에 조합원수 1868명에 불과했으나 이듬해에는 17개 구역 조합원 1만256명,2008년엔 21개 구역 조합원 9596명 등으로 증가하고 있어 세입자까지 포함하면 한해 4만 세대 이상 이주 수요가 생겨나고 있다고 설명했다.전문가들은 2010년 부동산 시장은 지역별, 상품별로 차별화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4~5%대 경제성장을 예측하고 있지만 주요 수출국인 미국을 비롯한 해외 선진국들의 경기회복이 더딘 상태여서 국내 경기의 본격 회복도 속도를 높이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고용 상황이 여전히 불안한 상태여서 2010년 경기회복이 수출 주도형 진행될 경우 내수 부진으로 인해 부동산 시장 회복세를 전체 경제성장률보다 미약할 있다는 시각도 있다.이 때문에 상승 재료가 확실한 지역과 상품으로만 자금이 유입된 가능성은 그만큼 더 높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박원갑 대표는 “보금자리주택이 2010년 최대 히트상품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박 대표는 “부동산 가격이 전반적으로 많이 올라 가격메리트가 줄어든 상황에서는 일단 시세보다 싼 상품을 고르는 게 최선인데 보금자리주택을 입지여건과 가격 경쟁력으로 볼 때 최고의 부동산 상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함영진 실장은 “용적률 상향 등으로 재개발 시장이 활성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서울 주요 재개발 사업장 및 역세권 지역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또 위례신도시 내곡지구 세곡2지구 갈매지구 등 2차 보금자리주택의 인기가 이어지고 경기지역 그린벨트 토지시장도 관심대상이라고 덧붙였다. 수익형 부동산 중에서는 서울 도심 역세권 오피스텔이 꾸준한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이지만 도시형생활주택이 높은 땅값 문제로 인해 활성화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연구소 연구원 등 전문가 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0년 부동산시장 전망 설문에서는 응답자의 61%가 “부동산버블 가능성은 없다”고 답했다. 그런 가운데 서울·수도권 중 주택상승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은 서울 강남(52%),서울 강북(25%),경기 남부(12%),인천 송도신도시(7%) 등의 순이었으며 비수도권 중에서는 충청권이 78%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스피드뱅크에 따르면 주택건설업체들도 2010년 총 분양예정 아파트 25만3233채 가운데 79%를 서울·수도권에 집중적으로 배정했다.김철수 한국경제신문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