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가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 2010년 세계 경제는 전년 대비 3% 안팎 성장할 것이라는 게 주요 국제기구와 연구기관들의 전망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전 수준의 성장률에는 못 미치지만 대공황 이후 최대의 경제 위기가 될 것이라던 당초 전망에 비하면 빠른 속도로 침체에서 벗어나고 있는 셈이다.세계 경제 회복세에 힘입어 한국 경제도 5% 안팎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2009년 성장률이 0∼1%대에 그친 것에 비하면 큰 폭의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예상이다. 그러나 두바이월드의 채무 상환 유예(모라토리엄) 선언과 그리스 스페인 등 일부 국가의 신용등급 하락에서 나타나듯 국내외에 잠재해 있는 위험 요소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올해 국내외 경제를 전망하고 주요 변수를 점검해 본다.정부는 ‘2010년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올해 경제성장률 예상치를 5.0%로 제시했다. 지난 해 큰 폭으로 감소했던 수출과 투자가 증가세로 전환되고 극심한 침체를 보였던 민간 소비도 점차 살아날 것이라는 전망이다.국제기구와 경제 연구기관들의 전망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10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4.5%로 전망하고 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4.4 %의 성장률 예상치를 내놓았다. 국책 및 민간 경제연구소들도 4~5%대의 성장을 점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5.5%, 삼성경제연구소는 4.3%, LG경제연구원은 4.6%의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부문별로는 수출이 두 자릿수의 증가율을 기록하면서 경제 성장의 견인차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올해 수출이 지난해보다 13.0%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설비투자도 10% 안팎의 증가세가 기대된다. 원·달러 환율이 지난해보다 하락하면서 자본재 수입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저탄소 녹색성장에 바탕을 둔 시설투자도 확대될 전망이다. 반면 민간 소비는 3~4%의 미약한 회복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노후 자동차 교체에 대한 세제 지원 등 정부의 소비진작책이 점차 중단되고 있고 경기가 살아나도 고용 사정은 한동안 개선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세계 경제는 3% 안팎으로 성장하는 가운데 특히 중국을 비롯한 신흥 개발도상국이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중국 경제는 연 9%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기타 개도국들도 5% 내외의 성장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지난해 일제히 마이너스 성장의 늪에 빠졌던 미국 유럽 등 선진국들도 올해는 플러스 성장이 예상된다. 미국은 2% 안팎, 일본은 1%대, 유로존(유로화 사용 국가)은 1% 미만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게 현재까지의 대체적인 전망이다.낙관적인 전망이 많지만 불안 요인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우선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다. 전문가들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이나 리먼브러더스 파산과 같은 초대형 악재가 다시 등장할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그러나 두바이월드의 모라토리엄 선언과 같은 중·소형 악재가 간헐적으로 터져 나오면서 전 세계 금융시장을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진우 NH선물 리서치센터장은 “두바이 사태는 경기 회복에도 불구하고 지구촌 곳곳에 해결되지 않은 채 숨어 있는 부실이 많다는 점을 상기시켰다”며 “비슷한 일이 연이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지난해 세계 각국이 경기 부양에 쏟아 부은 막대한 돈은 재정 위기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 지난달 피치와 S&P 등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그리스의 국가 신용등급을 떨어뜨리고 스페인의 국가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하면서 이 같은 우려는 현실화되고 있다.더블딥(일시적인 회복 후 침체)을 예상하는 전문가도 있다. 김영용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은 지난달 9일 한경밀레니엄포럼 송년회에서 “글로벌 금융위기를 초래한 근본 원인이 해결되지 않았고 부실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안 됐다”며 “이로 인해 더블딥이 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국제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 상승세도 걱정거리다. 경기 회복에 따른 수요 증가로 원자재 가격은 연중 상승세를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주요 연구기관들은 두바이유를 기준으로 한 올해 연 평균 유가가 배럴당 80달러를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지난해보다 배럴당 20달러 이상 높은 수준이다. 한해 9억 배럴의 원유를 수입하는 한국으로서는 국제유가 상승으로만 180억 달러의 경상수지 적자 요인을 안게 된다는 얘기다. 현대경제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유가가 10% 상승할 경우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0.12%포인트 하락하고 소비자물가는 0.75% 상승한다.가계 부채 증가세도 긴장을 늦출 수 없게 하는 요인이다. 가계 대출과 판매신용(신용카드 대금 등을 의미)을 합한 가계신용 잔액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712조8000억 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통계청이 추계한 지난해 전국 가구 수(1691만7000가구)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가구당 부채가 4213만 원에 이른다. 높은 가계 부채는 소비를 제약하는 요인이 될 뿐만 아니라 금리 상승으로 이자 부담이 늘어날 경우 은행의 부실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되는 부분이다.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중반부터 이어진 하향 안정 기조를 유지할 전망이다. 삼성경제연구소, LG경제연구원, 현대경제연구원은 올해 연 평균 원·달러 환율이 지난해보다 180원 정도 낮은 1100원으로 떨어질 것이라면서 연말에는 1000원대 후반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글로벌 달러 가치 하락과 경상수지 흑자가 환율 하락을 점치게 되는 배경이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최근 75선을 오르내리면서 사상 최저치인 2008년 4월의 71.33에 근접해 있다.또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되면서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달러 수요보다 공급이 우위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경상수지 흑자 폭은 지난해보다 줄어들면서 환율 하락 속도 역시 둔화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400억 달러에 달했던 경상수지 흑자가 올해 200억 달러 미만으로 축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변수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시기다. 경기 회복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될 경우 과잉 유동성으로 인한 물가 상승을 막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도 이른 시기에 단행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저금리의 달러 자금을 빌려 세계 곳곳의 고수익 자산에 투자하는 달러 캐리트레이드 자금이 다시 미국으로 향할 가능성이 높다.금리는 상승세가 점쳐진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10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연 2.0%로 동결한 직후 “5%의 경제 성장에 연 2%의 기준금리는 낮은 만큼 매달 금리 인상 시기를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또 “5% 성장이 확실해진다면 기준금리 정상화 과정을 밟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이르면 2~3월 중으로 한 차례 이상 기준금리가 인상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연내 기준금리 인상 폭은 0.5~0.75%포인트로 예상된다.유승호 한국경제신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