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 혁명 속의 주얼리
랑스의 소설가 ‘기 드 모파상(Henri Rene Albert Guy de Maupassant)’은 그의 책 ‘목걸이’에서 여자의 허영심을 드라마틱하게 그려냈다. 소설 속 주인공 루아젤 부인은 가짜인줄 모르고 진짜 새것을 사다주고 그 빚을 갚기 위해 10년을 모진 고생을 한다.우연히 조우한 친구, 포레스티에 부인은 발길을 멈추고 “그래, 내 것 대신에 다른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사왔단 말이야!”“그럼, 여태껏 그걸 몰랐구나. 하긴 똑같은 것이니까.”그녀는 약간 으스대는 듯 순박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포레스티에 부인은 크게 감동되어 친구의 두 손을 꼭 쥐었다.“아이 가엾어라, 마틸드! 내 것은 가짜였어. 기껏해야 5백 프랑밖에 되지 않는…”그 밖에도 여자의 허영심이 들어나는 이야기들은 많다. 비운의 왕비인 마리 앙투아네트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사건’을 보아도 알 수 있다. 다이아몬드 목걸이 사건은 프랑스 혁명의 도화선이 되고 만다. 실제 있었던 희대의 사기 사건이었던 것.이처럼 아름다워지기 위한 여성과 보석과 주얼리 이야기는 끝이 없다. 저주의 다이아몬드는 오늘날까지도 미스터리로 남아 있으며 이 외에도 역사적으로 무수한 여인과 권력자들이 사랑한 주얼리들이 마치 전설처럼 드라마가 되어 흥미를 자아내고 있다. 군주는 보석을 착용함으로써 힘을 지닌다고 생각했으며, 보석이 질병을 치유한다는 이론은 중세에 힐데가르트 수녀로부터 체계화되어 보석 치료라는 분야에서 빛을 발하고 있기도 하다.런던, 취리히, 제네바, 홍콩, 뉴욕 등지에서 앤티크 주얼리는 크리스티, 소더비 같은 메이저들의 경매 품목 중 수위를 차치하고 있으며 앤티크 주얼리 마트에서도 거래되고 있다. 100년이 채 되지 않은 빈티지 주얼리부터 중세의 주얼리, 비잔티움의 황금 주얼리, 빅토리안 주얼리, 아르누보와 아르데코시대의 황홀한 주얼리들이 부유층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모파상의 소설처럼 가짜 주얼리들도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데, 그것 역시 커스튬 주얼리라는 하나의 장르를 이룬다. 커스튬 주얼리는 파티용, 피크닉용 등으로 인기를 얻고 있으며 1950년대를 풍미한 미리엄 하스켈 같은 디자이너의 커스튬 주얼리는 할리우드 스타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기도 하다. 일부 스타들은 파리의 전문 딜러에게 부탁하여 1950년대 혹은 3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빈티지 주얼리들을 컬렉션하기도 한다. 이런 수요 때문에 빈티지 주얼리들을 재현하는 회사들도 파리 방돔 골목에서 즐비하다.이집트 주얼리는 클레오파트라로 인해 더욱 유명하다. 여왕은 매우 수준 높은 안목으로 당대 로마의 권력자들을 매료했다. 특히 이집트는 유리 산업이 발달해 컬러 유리를 사용한 주얼리가 사용되었으며 이는 훗날 로마에 전파되어 카메오 유리를 낳았고 베네치아로 옮겨가서는 다양한 유리공예로 이어진다. 현대에 이르러 인조 크리스털 주얼리들은 모두 이집트의 신세를 지고 있는 셈이다.주얼리에 사용하는 보석은 크게 다이아몬드와 루비 사파이어, 에메랄드로 대표되는 프레셔스 스톤과 가넷, 문스톤 등과 같이 가치가 그리 높지 않은 보석으로 양분된다. 금속으로는 금과 은이 최고의 가치로 분류되고 있다. 금을 다루는 솜씨는 그 시대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데 로마에 점령당하기 전 에트루리안의 기술은 독보적이다. 잔잔한 황금 구슬을 표면에 붙여놓은 기술로서 그래뉼레이션이라 한다. 특히 에트루리안은 종래의 한 금속판만을 사용하던 것을 지양하고 길게 늘어뜨렸으며, 동물주제의 장식은 누금기법이나 금가루를 뿌리는 기법으로 평면판 위를 좀 더 부각시키는 양식이 많이 쓰였다.보석은 컷(Cut)으로 결정된다. 아무리 훌륭한 광석이라고 해도 세공사가 어떻게 다듬느냐가 중요하다. 최고의 세공사가 다듬은 것은 가치도 달라진다. 그 중에도 다이아몬드의 컷은 그 모든 것을 결정하는 컷의 표본이다. 다이아몬드는 ‘정복할 수 없다’와 ‘영원한 사랑’을 동시에 뜻하는 그리스어 아다마스(Adamas)에서 유래됐으며 약 2800년 전 인도에서 처음 발견된 것으로 알려진다. 강한 다이아몬드를 가공하는 방법이 없었던 시대에는 루비나 에머랄드보다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다. 그러다 15세기에 다이아몬드로 다른 다이아몬드를 깎을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고, 17세기 후반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한 보석 세공업자가 ‘브릴리언트 컷’이라는 세공 기법을 개발하면서 다이아몬드의 가치가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브릴리언트 컷은 정밀한 수학적 계산에 따라 다이아몬드를 58면으로 깎아 빛의 굴절을 최대로 만드는 방법이다.엘리자베스 여왕이 좋아해서 그의 초상화에서도 발견 할 수 있는 진주는 르네상스 시대의 그림 속에 많이 등장한다. 때문에 이 시대는 진주의 시대, ‘Pearl Age’라고도 불린다. 진주는 자연의 숭고한 결정체로서 가장 고귀한 보석의 여왕이었다. 가짜 진주를 만드는 짝퉁 진주 제조자는 손목을 잘랐다고 하는데 막상 엘리자베스 여왕의 진주는 대부분 짝퉁이었다. 그녀는 진주 의상을 정리하는 신하만 13명이었다고 할 만큼 진주를 좋아했다. 그 시대 사람들은 조개가 새벽 영롱한 이슬을 머금고 진주를 잉태한다고 믿었다. 그래서일까 자개를 그들은 ‘Mother of pearl’이라 부른다. 역사상 최고의 미인으로 꼽히는 클레오파트라가 안토니우스 앞에서 식초에 진주를 넣어 마셨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근대에 들어 진주가 양식되면서 그 가치는 낮아진다. 앤티크 주얼리는 길고도 다양한 역사의 산물이어서 종과 수량이 많지만 아르데코 디자인과 빅토리안 주얼리는 만나기 쉽고 1950년대에 제작된 빈티지들과 커스튬 주얼리는 가격도 높지 않아 쉬이 접근할 수 있다. 빈티지 주얼리 한두 점만으로도 유니크한 멋을 낼 수 있어 멋쟁이들이 즐겨 찾고 있다.1 조개 카메오와 골드로 다듬어진 브로치로 빅토리안 시대에 유행한 고전 스타일이다.2 다이아몬드와 루비로 이루어진 아르데코 펜던트.3 소라 진주(Conch Pearl) 로즈 쿼츠(Rose Quartz) 루비 펜던트(Ruby Pendent)로 이루어진 아름다운 목걸이. 2006년 10만 달러에 홍콩 크리스티에서 거래된 바 있다.5 빅토리안의 다이아몬드와 골드로 이루어진 반지.6 아르누보의 상징인 잠자리를 소재로 만들어진 루비와 다이아몬드 펜던트.7 아르데코 시대의 디자인으로 루비와 다이아몬드로 만들어진 장미꽃 펜던트.8 1880년 빅토리안 시대에 유행한 젯(Jet) 카메오 펜던트로 여왕의 부군인 앨버트 공과의 사별을 애도하는 과정에서 출현한 트렌드다.9 티파니가 제작한 황금 팔찌로 골드 스미스의 손맛을 느끼게 하는 디자인은 고대 그리스의 신화를 연상케 한다.10 앤티크 다이아몬드와 유리, 은으로 제작된 반지의 장식 부분의 모습이다.11 앤티크 사파이어 다이아몬드 양식진주 금으로 이루어진 팔찌.12 월계관을 쓴 카이사르의 모습을 연상시키는 카메오 펜던트. 나폴레옹의 황제 즉위 기념으로 제작됐다. 샤를마뉴로부터 신성로마제국으로 이어지는 황제로서의 나폴레옹을 연출하고자 했던 그의 욕망이 담겨 있다.헤리티지 소사이어티 대표. 앤티크 문화예술 아카데미 대표. 앤티크 문화예술기행, 유럽도자기 저자. 영국 엡버시 스쿨, 옥스퍼드 튜토리얼 서비스 칼리지 오브 런던 졸업.©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