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스위트 스폿’으로 금 투자 적합한가?

근 국제 금값이 치솟고 있다. 올 8월 중순 이후 상승 국면으로 전환된 국제 금값은 지난달에는 상승 속도가 빨라지면서 온스당 1000달러를 돌파했다. 국제 금값이 1000달러를 넘어선 것은 지난해 3월 이후 1년 6개월 만에 처음 있는 일로 향후 어느 수준까지 올라갈 것인지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국제 금값이 이처럼 급등하는 데에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계절적으로 9월에는 본격적인 결혼 시즌 도래 등으로 금 수요가 증가하지만 올해는 유난히도 이 요인에 따른 금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 이례적이다. 또 글로벌 위기를 어느 정도 거치면서 과잉 유동성과 인플레 우려로 금과 같은 실물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국제 외환시장에서 주요 통화에 대해 미 달러화 가치가 약세를 보이는 것도 금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전통적으로 달러화와 금은 강한 대체관계가 형성돼 왔다. 특히 달러 강세기보다 달러 약세기에 대체정도가 더 강하게 나타나는 ‘비대칭성’이 존재하는 것이 실수요 이상으로 금값이 상승하는 요인이다.대부분의 예측기관들은 최근과 같은 국제 금값의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원자재 가격전망에 명성이 높은 골드만삭스는 구리, 니켈, 아연과 함께 국제 금값의 전망치를 속속 상향 조정했다. 일부에서는 금값을 비롯한 광물자원 가격이 ‘슈퍼 스파이크’, ‘슈퍼 사이클’, ‘퍼펙트 스톰’의 세 가지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보는 기관도 있어 앞으로의 움직임이 주목되는 상황이다.국제 금값이 이처럼 강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보는 것은 무엇보다 달러 약세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예측기관들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어느 정도 마무리돼 감에 따라 재정적자 누적, 국가채무 증가 등으로 달러표시자산에 대한 매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특히 향후 국제 금값 움직임과 관련해 세계 각국의 정책금리가 언제 인상되느냐가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각국의 정책금리가 인상돼 최근 상승 국면으로 전환된 시중금리가 더 높아질 경우 금융위기 과정에서 매력적인 투자수단이었던 채권에 대한 매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즉, 대안(대체)투자로서 사모펀드, 헤지펀드와 함께 금 수요가 증가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 앞으로 예상되는 국제 상품시장의 여건이다.국제 금값의 상승으로 대내외 금융시장에서는 본격적인 ‘골드뱅킹’ 시대가 열리고 있다. 골드뱅킹이란 각종 금융기관들이 금과 금 관련 파생금융상품을 고객을 상대로 팔고 사는 행위를 말한다. 골드뱅킹의 가장 보편적인 형태는 골드 바(gold bar)를 직접 제작해 유통시키는 행위를 들 수 있다.이미 유럽과 미국에서는 골드뱅킹이 활성화 된 지 오래다. 글로벌 금융위기 전에 각광을 받았던 금 스와프, 금 선물 등 금 관련 파생금융상품보다 최근에는 단순한 금계좌와 금대여 상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는 점이 눈에 띤다. 그만큼 이번 위기를 거치면서 복잡한 파생상품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한 가지 대조가 되는 것은 미국은 금과 관련 파생금융상품 위주로 활성화되고 있으나 전통적으로 귀금속 세공업이 발달한 유럽에서는 세공업자 등에게 금을 빌려주는 금대여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는 점이다. 시기적으로 보면 미국이 저금리 국면에 진입한 2000년 전후로 그 이전에는 유럽식 골드뱅킹이, 그 이후에는 미국식 골드뱅킹이 활성화됐다가 최근에는 다시 유럽식 골드뱅킹이 인기를 끌고 있다.아시아 지역에 있어서는 영국의 식민지였던 홍콩과 중국, 인도에서 금계좌와 금대여 상품을 중심으로 골드뱅킹이 비교적 활성화되고 있는 것이 선진국과 맥을 같이한다. 가까운 일본도 80년 종합상사인 다나카 기킨조쿠 고교가 금적립 플랜(GAP)이라는 상품을 처음 선보인데 이어 산와은행과 후지은행 등이 골드뱅킹 업무에 주력하고 있다.우리나라는 선진국은 고사하고 다른 아시아 국가와 비교해도 골드뱅킹을 도입한 시기가 늦었고 목적도 달랐다. 2004년 7월에야 비로소 정부가 그동안 밀수금 위주로 운영돼온 국내 금시장의 구조를 탈피하고 지하경제를 양성화할 목적으로 은행의 부수업무로 골드뱅킹을 허용했다.다행히 그 후 금값의 상승과 당시 대통령 재신임, 대선자금 수사 등으로 사회가 어수선함에 따라 거액자산가를 중심으로 골드뱅킹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빠른 시일 안에 정착될 수 있었다. 지금은 대부분 시중 은행에서 골드뱅킹 업무를 취급하고 있는 가운데 다른 금융사들도 이 업무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앞으로 골드뱅킹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정부가 은행들에 외국에서 금수입시 부담이 높은 관세 면제 등의 혜택을 줌으로써 밀수금과의 가격차를 줄여주고 까다로운 회계기준을 대폭 손질해야 한다. 은행도 변화가 심한 금값의 특성을 고려해 안정적인 수익이 보장될 수 있는 다양한 금 관련 파생상품을 개발해 놓아야 본격적인 골드뱅킹 시대가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최근 국제 금값의 상승과 함께 ‘글로벌 스위트 스폿’으로 금 투자가 적합한 것인가에 대한 논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스위트 스폿’이란 테니스 라켓, 야구 배트, 골프 드라이버 클럽 등에서 공이 정확하게 맞을 경우 가장 빠르게, 가장 멀리 이상적으로 날아가는 최적의 타격점을 말한다. 재테크 관점에서는 글로벌 애널리스트들이 종종 사용한 용어로 최고의 수익이 기대되는 투자처를 의미한다.앞으로 예상되는 국제 금값 전망 등을 감안하면 특히 재테크 관점에서는 ‘글로벌 스위트 스폿’으로 금 투자는 적합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 금값 변동의 가장 큰 요인인 달러 가치는 약세가 예상되지만 금값이 치솟을 만큼 제2의 전락통화가 될 가능성이 적기 때문이다. 또 가격 결정도 금시장 자체적인 특성보다 달러 가치, 경기, 시장참여자 심리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결정돼 예측하기 어려운 것도 유망한 재테크 수단이 되지 못하는 요인이다.가격과 함께 금이 글로벌 스위트 스폿이 되지 못하는 데에는 상품가격의 특성 때문이다. 다른 상품과 마찬가지로 금은 가격변동 폭이 심해 안정적인 투자대상이 되지 못된다. 또 금과 관련된 파생상품도 다른 원자재 금융상품과 마찬가지로 최근 월물로 편입돼야 하기 때문에 가격 상승 폭만큼 실효수익률이 나오지 않는 특성을 갖고 있다.오히려 ‘글로벌 스위트 스폿’ 대상으로 한국의 증시가 가장 유망한 것으로 꼽히고 있다. 올 2분기 구매력기준 국민소득(GNP)이 2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경기가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또 은행 등 금융사들의 자금력이 충분히 확충돼 있는 데다 외환보유고도 안정권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식편입 비율이 높은 국내 펀드를 매월 일정 금액 적립해 나가는 투자방법이 가장 적합해 보인다.한상춘 한국경제신문 객원 논설위원겸 한국경제TV해설위원(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