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흥

2.0시대를 한마디로 설명하면 ‘사용자 중심의 시대’라고 요약할 수 있다. 공급자와 수요자 사이의 벽이 사실상 허물어진 시대가 바로 웹2.0의 세계다. 인기 아이돌그룹 2PM 리더 재범의 탈퇴 소식에 팬들이 소속사를 상대로 불매 운동을 벌이는 것은 바로 웹2.0시대를 잘 설명해준다. 사용자가 소비 주체로서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이 같은 움직임은 사회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의료기관도 마찬가지다. 인터넷을 통해 우수한 의료기관을 찾아보는 것은 기본이다. 심지어 의사, 간호사 등 해당 병원의 서비스 만족도 등도 꼼꼼히 체크하고 병원을 선택한다.이원흥 강서미즈메디 병원장은 최근 혁신과 변화라는 경영학의 화두를 병원 경영에 적극 도입해 화제를 몰고 있다. 고객 감동을 병원 경영에 접목시키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벌이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 ‘환자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지니고,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 다양한 책임과 권리를 갖고 있다’는 것을 골자로 한 ‘환자의 권리와 책임’을 선포했다. 단순히 선언적 의미에 그치지 않도록 다양한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병원 서비스의 프로세스를 단계별로 간소화시키고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경영에 도입해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지난해 초 종합병원이 아닌 전문병원에서는 이례적으로 최신 IP기술에 기반을 둔 콜센터를 병원 내 개설해 고객만족도를 획기적으로 높였다. 직원들에게 세계경제연구원(IGM) 온라인 교육을 무료로 제공하고 팀별 활동을 강조하는 것도 창의성과 생산성 향상을 위해서다.지난 9월 15일 강서구 내발산동 강서미즈메디 병원 본관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그에게 던진 첫 질문은 병원장으로서의 고충이었다.“1989년부터 외과의사로만 일하다 지난 2007년 2월 3대 병원장으로 취임하고 보니 조직 관리는 어떻게 해야 할지, 어떤 장기발전계획을 수립해야 할지조차 모르겠더군요. 그래서 경영 서적부터 독파하기 시작했습니다.”그는 의사치고는 유달리 경영학에 대한 관심이 많다. 지난 2005년 한경 가치혁신경제연구소와 숙명여대가 공동으로 개설한 블루오션 전략 과정에서 처음 경영학에 눈을 뜬 이후, 세계경영연구원, 한경 하이CEO과정 등 경영 전략을 배울 수만 있다면 열일을 제쳐두고 참석해, 각종 경영 기법을 배웠다. 인터뷰 당일에도 그의 책상에는 게리 해멀이 쓴 ‘경영의 미래’ 등 다수의 경영 서적이 책상 한켠을 차지하고 있었다.인터뷰는 자연스럽게 책 이야기로 이어졌다.“최근 읽은 책 중에 장자와 달라이라마가 쓴 책이 기억에 남는데, 인상적인 것이 두 책의 공통점이 행복에 관한 내용이었다는 점입니다. 원장에 취임하면서 지금까지 제 머릿속에 가장 크게 자리 잡고 있는 것도 바로 행복이었기 때문에 그 책들이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장자는 행복을 남과의 소통을 통해 찾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상대방의 위치에 서서 이해하는 것, 그것이 바로 진정한 소통이라고 말하죠. 달라이라마도 행복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친밀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결국 우리 병원이 추구해야할 모습도 소통을 통한 환자, 직원의 행복 추구 아니겠습니까.”그는 강서 미즈메디병원이 지향해야 할 점으로 ‘편안함’을 꼽았다. 이 원장은 “호스피탈리티라는 단어는 라틴어의 손님이라는 호스페스(Hospes)에서 비롯됐다”면서 “주인(Host), 호텔(Hotel), 병원(Hospital)이라는 단어도 다 여기서 파생됐다”고 설명했다.강서 미즈메디병원은 산부인과 내과 외과 소아과 비뇨기과 성형외과 가정의학과 영상의학과 등 11개 부서 72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여성 전문 종합병원이다. 노성일 이사장이 세운 영동제일병원(1991년 설립)의 후신으로 강남 미즈메디병원(1993년)에 이어 2000년 성삼의료재단 강서 미즈메디병원으로 문을 열었다. 강서 미즈메디병원은 국내 최초의 여성전문병원인 제일병원 공동 설립자 고 노경병 원장이 사재를 출연해 병원이 아닌 의료재단으로 설립됐다.강서 미즈메디병원이 세인의 관심을 받게 된 것은 지난 2005년 황우석 사태 때다. 현 노성일 이사장이 “황우석 박사가 불법 매매된 난자를 사용했다”고 폭로하면서 미즈메디병원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그러나 시간을 더 거슬러 황우석 사태에 휘말리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아이러니하게도 미즈메디병원의 앞선 의료기술력에서 비롯됐다. 강서 미즈메디병원은 불임치료에 있어선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고 의료기관이다. 지난 2004년 3월 배아연구와 유전자 검사를 위한 불임의학연구소를 설치했으며 그해 국내 최초로 불임 의료 서비스 분야로 ISO9001 인증을 받았다. 2006년에는 불임부부 지원 사업 병원으로 지정됐으며 2007년에는 임산부, 영유아의 건강 증진 등 그동안 강서 미즈메디 병원이 사회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보건복지부로부터 표창을 받았다.아이드림 클리닉(치료기관)과 아이드림 연구소(연구기관)로 구분해 불임치료 기술 노하우를 쌓고 있는 것도 타 병원에선 찾아보기 힘들다. 아이드림 연구소는 착상 전 유전자 심사는 물론 배아의 파편화된 세포질 제거와 정자DNA 손상 검사로 불임 치료율을 크게 향상시켰다. 최첨단 체외배양시스템을 도입해 임신 성공률을 높이는 것도 강서 미즈메디 병원만의 장점이다. 연간 외래환자수만 51만 명이며 한해 4500명의 신생아를 분만시킨 기록도 갖고 있다. 자연분만을 주로 권장해 전국 20개 주요 종합병원 가운데 두 번째, 서울 소재 병원 가운데서는 가장 낮은 제왕절개율을 기록 중이다.여성들의 결혼은 물론 초임 시기가 점차 늦어지면서 불임률과 유방암 발생률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국내 유방암의 발생 빈도는 2001년 ‘한국 중앙 암 등록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유방암 발생 빈도는 전체 여성암 중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고 지난 2003년부터 4년 동안 전체 암 중 15%로 가장 높은 발생률을 기록했다.외과전문의인 이 원장은 “기름기 위주의 서구화된 식습관과 스트레스 증가가 유방암 발생의 주된 원인이다. 갈수록 늦어지고 있는 초임 시기도 여성 질환의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면서 “이 같은 시대 흐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우리 병원은 지난 2000년 개원과 동시에 유방 전문 외과전문의 6명, 영상의학 전문의 5명, 유방 성형 전문의 1명, 유방 병리 전문의 5명으로 유방센터를 설립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이곳에서는 1년에 100명 이상의 유방암 환자를 치료 중이다. 전체 부인과 수술 중 90% 가량을 내시경으로 수술한다는 점도 특징이다.과중한 업무 스트레스가 늘 고민이지만 이 원장은 시간이 날 때마다 교외로 차를 몰고 나가 자연과 벗 삼아 시간을 보내곤 한다. 파주 임진각까지 내달리는 ‘자유로 드라이빙’를 종종 즐긴다는 이 원장은 이 때문에 차를 선택할 때도 무엇보다 안정성, 편의 장치 등 자동차의 기본 성능을 많이 따진다고 설명했다.현재 쌍용자동차 체어맨W 를 타고 다니는 이 원장은 “운전 중 클래식 음악을 자주 듣는데 체어맨W에 장착된 하만카돈 오디오 시스템은 고급 외제차와 비교해 전혀 손색이 없는 사운드를 제공한다”면서 “노조와 사측이 극한 대결로 치달았지만 이후 사태가 잘 해결돼 다행이다”라며 부활을 선언한 쌍용차의 선전을 기대했다.그는 체어맨W의 승차감에 대해서도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차가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거나 다이내믹하게 움직이면 오히려 뒷부분이 흔들거려 매우 불안하고 불편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 면에서 체어맨W의 승차감을 표현하자면 한마디로 ‘우아함’ 바로 그 자체였습니다. 부드러우면서도 힘이 넘치고 여유로우면서도 민첩했습니다. 거기에는 엔진도 중요하지만 국내 최다 단수인 벤츠의 7단 자동변속기가 핵심 요소이지 않나 생각됩니다. 정말로 변속이 이뤄지는지 조차도 모를 정도의 부드러운 변속감은 매우 만족스러웠습니다. 국내 최고 수준의 후륜구동 기술력을 보유한 쌍용자동차의 체어맨W는 저처럼 주로 뒷좌석에 앉는 사람들에게 잘 어울리는 차인 것 같습니다.”그는 앞으로 강서 미즈메디를 유비쿼터스 병원으로 탈바꿈시킬 계획이다. 지식정보화 병원을 위해 모든 장비를 디지털화시키는 작업도 함께 벌여나갈 생각이다. 아울러 내년 6월 미즈메디 에스테틱 센터를 신축할 계획이며 국가검진센터를 확장해 출산에서 부인과 질환 전반은 물론 노화 방지, 예방 차원까지 업무 영역을 확대할 생각이다.이원흥강서 미즈메디 원장연세대 의과대 졸업아주대 의과대 박사과정 졸업피츠버그 의과대 외과 교환교수 근무인천기독병원 외과과장 역임글 송창섭 한경비즈니스 기자 ·사진 이승재 기자 realsong@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