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투신운용 인덱스 펀드팀

근 시장의 관심이 인덱스 펀드로 쏠리고 있다. 증시가 1500선 위로 껑충 뛰어오르면서 시장 수익률을 추종하도록 설계된 인덱스펀드가 시장 평균이나 쟁쟁한 국내 주식형펀드의 이상의 성과를 보이고 있어서다.하지만 “시장 평균보다 초과 수익을 내는 인덱스 펀드는 좋은 펀드가 아니다”고 단언하는 펀드 매니저들이 있다. 국내 자산운용업계에서 유일하게 인덱스 펀드 팀을 갖추고 있는 삼성투신운용의 소속 매니저들이 바로 그들이다.삼성투신운용의 인덱스 펀드 팀은 유리자산운용 대표를 역임하기도 한 서경석 인덱스운용본부장(48·사진 맨 오른쪽)을 필두로 20여년 운용 경력의 손기석 인덱스운용팀장(48·사진 오른쪽에서 두번째)과 해외파인 홍융기 퀀트전략팀장(40·사진 왼쪽에서 두번째) 등 15명의 매니저가 50여개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다른 운용사들이 주식형 펀드에 주력하면서 인덱스 펀드 운용인력은 두어 명 고용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독보적인 규모다. 인덱스 펀드 설정액도 3조5000억 원가량으로 가장 많다. 단일 펀드로는 교보악사의 교보파워인덱스펀드가 1조3000억 원으로 가장 많지만, 대부분 교보생명으로부터 받은 기관자금인 반면, 인덱스알파(4100억 원) 인덱스플러스(3800억 원) 인덱스프리미엄(2200억 원) 펀드 등 삼성의 대표 인덱스펀드들의 자금은 개인 자금이 대부분이다. 개인 투자자들이 삼성투신 인덱스펀드의 수익률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삼성투신이 이처럼 인덱스펀드에 주력하는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시장이 선진화될수록 시장 수익률을 쫓는 인덱스펀드가 뜰 수밖에 없다는 논리가 가장 큰 동력이다. 아직 활성화되지 않았지만,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부문에 먼저 자리를 깔고 선점하겠다는 전략인 셈이다.“주식 시장이 선진화의 과정으로 갈수록 인덱스 펀드에 돈이 몰릴 수밖에 없다. 장기 투자 문화가 자리 잡고 시장 수익률을 추구하는 데 투자하고 싶다면 인덱스 펀드가 정답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뱅가드 그룹도 이를 통해 인덱스 펀드의 명가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서 상무)이라는 설명이다.옆에 있던 손 팀장도 거든다. “인덱스 펀드는 전체 증시에 투자하는 거예요. 적립식으로 꼬박꼬박 그리고 장기적으로 미래를 사는 거라고 봐요. 이게 인덱스 펀드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인덱스 펀드가 각광 받을 만한 다른 이유는 낮은 보수다. 연 운용 보수는 0.3~0.5% 수준으로 국내 주식형펀드 평균(0.8%)의 절반 수준이다.손 팀장은 “보수를 낮추려면 판매보수도 같이 낮아져야 하는데 아직 우리는 이런 환경은 아니다”며 “하지만 시장이 성숙해지고 인터넷 환경이 더 발달하면 낮은 판매보수로도 인덱스 펀드를 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뱅가드그룹은 자사 인덱스 펀드를 판매사를 끼지 않고 직접 판매하고 있다.삼성투신은 인덱스펀드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로 ‘시스템에 의한 운용’을 하는지 보라고 항상 강조한다. 인덱스 펀드는 개인 매니저의 분석이나 호불호(好不好)에 따라 투자하는 게 아닌 시장 자체에 투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삼성투신이 인덱스 펀드 전담팀을 꾸리는 등 운용 시스템을 갖추고 나선 것도 이 점이 크게 작용했다는 설명이다.서 상무는 “퀀트전략 팀을 맡고 있는 홍 팀장의 경우 다른 운용사에서 억대 연봉을 제의해도 삼성투신운용에 있겠다며 꿈쩍도 않고 붙어있다”고 자랑스럽게 소개했다. 미네소타주립대에서 수학을 전공하고 예일대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받은 홍 팀장은 “증권의 가격을 매기는 법에 대해 공부를 했었는데 이 분야를 자꾸 하다 보니 펀드 중에서는 인덱스 펀드밖에 답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인덱스 펀드는 시스템에 의해 운용해야 하는데 삼성투신운용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시스템이 갖춰진 곳이어서 저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셈”이라고 말했다.홍 팀장은 인덱스 펀드를 이렇게 정의했다. “직접 투자에 실패한 투자자가 성장형 펀드를 하는 것도 어찌 보면 말이 안 되는 겁니다. 직접 투자의 실패 원인이 증시가 고점에서 사서 저점에서 팔았기 때문일 텐데 성장형 펀드를 공격적으로 매수하고 환매하는 것도 그렇게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심리를 막을 수 있는 제일 좋은 방법이 인덱스 펀드에 적금처럼 신경 쓰지 않고 넣는 겁니다. 전 제 가족들에게도 항상 이렇게 설명합니다.”이들이 인덱스 펀드에 대해 이처럼 열정을 느끼고 있는 데엔 비슷한 데가 있다. 모두 시장에서 구르다보니 인덱스 펀드가 정답이라는 깨달음을 얻은 것이 공통점이다.서 상무는 동양증권에 입사하면서 자본시장에 발을 들여놨다. “동양증권 경제연구소에 입사해 근무할 당시 자료를 읽는데 미국에서 인덱스 펀드가 뜨기 시작한다는 거예요. 이건 상식적이다 싶어서 그 때부터 인덱스 펀드에 대해 공부해 몇몇 자문사에 인덱스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서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엔 차익거래펀드를 만들어 인덱스 펀드에 넣기도 했고요.”그는 중앙투자신탁 투자공학팀장 등을 거쳐 유리자산운용으로 자리를 옮기고 2001년 3월 국내에서 첫 공모 인덱스 펀드를 만들었다. 유리자산운용은 삼성투신운용과 함께 국내에 몇 안 되는 인덱스 펀드에 강점을 가진 운용사로 꼽힌다. 서 상무는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인덱스펀드의 ‘대가(大家)’로 통하고 있다.이들이 생각하고 있는 좋은 인덱스 펀드는 일치했다. 수익률이 너무 낮아도 안 되지만, 높아도 안 된다는 것이다. 좋은 인덱스 펀드란 시장을 이기는 게 아니라 정확히 시장을 쫓아가야 한다는 얘기다. 최근 삼성전자 현대차 등 대형주가 크게 오르면서 시장보다 초과 수익을 내고 있는 인덱스 펀드들도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좋은 펀드는 아니라는 얘기다.손 팀장은 “인덱스 펀드의 성과와 증시의 평균 수익 간 차이를 최소화하는 게 본연의 투자 목적”이라며 “시장을 이기려고 하면 그만큼 리스크를 지게 돼 인덱스 펀드의 의미가 없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덱스 펀드가 성장형 펀드나 가치주 펀드와 닮아가려 하는 순간 시장만큼의 수익을 보고 자금을 맡긴 투자자에게 거짓말을 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서 상무는 인덱스 펀드와 주식형 펀드를 잡곡밥과 쌀밥에 비유했다. 미국 뱅가드사가 인덱스 펀드와 주식형 펀드를 ‘베이글’과 ‘도너츠’에 비교한 것을 원용한 것이다. “쌀밥이 먹기 좋고 잘 넘어가죠. 잡곡밥은 맛도 떨어지고 먹기도 불편해요. 하지만 잡곡밥을 장기 복용하면 건강에 좋습니다.”글 김재후 한국경제신문 기자 ·사진 김기남기자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