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광으로도 유명한 할리우드 스타 존 트라볼타. 그의 주소지는 미국 플로리다주 남부에 위치한 스푸르스 크릭(Spruce Creek)이라는 작은 마을이다. 그가 베벌리힐즈를 마다하고 이곳으로 찾아든 것은 마을 중심을 가로지르는 비행기 활주로 때문. 주민 수 1200여 명에 자가용 비행기가 무려 500여 대에 달하는 이 특별한 마을은 국내 케이블 채널을 통해 소개되면서 비행을 꿈꾸는 사람들이라면 꼭 한번 가보고 싶은 명소가 됐다.비행 환경에 있어 미국은 ‘천국’으로 통한다. 넓은 땅 덕분에 자가용 경비행기가 활동 범위는 최대로, 시간은 최소로 줄여주는 최상의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 따라서 비행기 사용 인구가 많은 미국의 항공기 제조 기술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미국 CIRRUS AIRCRAFT의 소형항공기를 수입, 판매하는 씨러스 에비에이션(주) 곽성문 대표는 “실제 미국 대학생들이 만든 비행기가 다른 나라의 프로페셔널들이 만든 것보다 더 우수한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자가용 비행기를 꿈꾸는 국내 마니아들에게 미국의 이야기는 ‘그림의 떡’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미 대한민국도 경비행기 조종 면허 소지자가 4000여 명에 이르렀고, 국토해양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국내에 등록된 자가용 항공기는 134대에 이르렀다. 물론 현재로서는 자가용 항공기의 대부분을 정부기관이나 교육기관, 지자체, 기업 등이 소유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렌트의 형식으로라도 하늘을 날고 싶다는 욕망을 실현하고 있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니 이제 경비행기 조종도 더 이상 ‘별천지’ 이야기만은 아닌 셈이다.그렇다면 ‘자가용 경비행기’는 대체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조종사 교육기관인 한라스카이에어의 강병현 운영부장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정의에 따르면 정기나 부정기 유상 운송, 혹은 임대에 이용되지 않는 모든 민간항공을 ‘일반항공(GA:General Aviation)’이라 지칭하는데, 이 GA가 주로 자가용 항공기를 뜻하는 말로 통용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또 AOPA 코리아의 최용택 부회장은 경비행기의 정의에 대해 “여러가지 각도에서 분류가 가능하겠지만 통상적으로 중량 5700kg 이하의 소형 항공기”라고 설명하면서 “사실 ‘경비행기’라는 말보다는 ‘항공기’, ‘소형 경항공기’가 보다 정확하다”고 덧붙였다. 최 부회장의 설명에 따르면 항공법상 항공기는 국가로부터 형식증명(Type Certificate)과 내공성(耐空性: Airworthiness)을 인정받은 ‘정식 항공기’와 ‘정식 항공기가 아닌 항공기’, 2가지로 구별된다. 엔진 하나짜리 단발기에서부터 점보제트기까지 형식증명과 내공성만 입증된다면 정식 항공기가 될 수 있다.한편, 자체중량 115kg 이하의 ‘초경량 비행기’와 올해 4월 국회에서 통과된 항공법에 따라 새로 도입된 이륙중량 600kg 이하 ‘경량 항공기’ 등은 항공법상으로는 ‘항공기’라고 하지 않는다.(미국에서는 항공기에 ‘EXPERIMENTAL’이라고 표기) 따라서, 서울에서 제주도로, 일본 후쿠오카로 출장 시 여객기가 아닌 4인용 자가용 항공기를 이용한다면 그것은 ‘소형 경항공기’라고 보면 된다. (본 기사에서는 이하 ‘경비행기’ 대신 ‘소형 항공기’로 표기함)크든 작든 모든 항공기 조종을 위해서는 면장(라이선스) 취득이 기본이다. 보통 자가용으로 이용되는 소형 항공기는 4인승 또는 6인승의 싱글엔진(단발) 비행기다. 말 그대로 ‘작은’ 항공기이지만, 크기만 작을 뿐 여객기(에어라인 항공기)와 같은 계기비행 방식으로 운항한다. 한국조종사교육원 최재원 운항부장은 “소형 항공기도 김포, 제주, 김해 등 에어라인 비행기가 이용하는 공항을 (계기비행 또는 시계비행 등) 같은 방식으로 공유하여 이용하고 있다. 일반인들이 알고 있는 초경량 비행기(정확한 명칭은 초경량 비행장치)는 안산, 제부도, 몽산포 등 공항이 아닌 벌판에서 비행하며 보통 안산, 화성 등지서 (추락) 사고가 났다고 할 때는 소형항공기가 아닌 초경량 비행장치에 관한 얘기”라고 설명했다. 그만큼 소형 항공기와 초경량 비행장치는 안전성에서부터 차이가 난다는 것. 이는 소형 항공기 조종을 즐기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어필하는 점이다.초경량이 지표면에서 150m까지만 비행할 수 있는 반면, 자가용 면장을 취득하면서 조종할 수 있는 소형항공기는 ICAO 규칙에 따라 국내외를 자유롭게 비행할 수 있다. 또 일반적으로 자가용 비행기로 많이 이용되는 소형 항공기는 4인승의 경우 최대 6시간 40분, 1140km까지 비행(계기비행)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일본 등 나라 밖으로 비행을 한다면 초경량은 불가능하며, 초경량의 경우 프로 조종사에게 요구되는 비행시간 인정을 받지 못한다.현재 소형항공기 조종사 또는 마니아들에게 가장 사랑받고 있는 기종은 미국 Cessna Textron Aircraft Company에서 제작한 Cessna 172 Skyhawk다.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팔린 베스트셀러 기체로 공군 초등훈련기, 한국항공대, 한서대, 대한한공 시에라 아카데미, 미국 엠블리리들 항공대 등 교육기관에서도 기초 훈련기로 이용되는 대표적인 일반항공기다. 현재 국내에 수입된 소형항공기에는 Cessna 이외에 미국 CIRRUS AIRCRAFT의 SR 22 모델이 있다.국내 일반 소형항공기 문화를 주도하는 곳은 AOPA 코리아(대한민국 일반항공협회 www.aopakorea.org)다. AOPA는 ‘항공기 오너 및 조종사 협의회(Aircraft Owners and Pilots Association)’의 약자로 현재까지 60여 개국이 회원국으로 가입한 국제적인 비영리기구다. 우리나라는 59번째 회원국으로 지난 2004년도에 가입했는데 아시아 회원국 가운데서는 가장 늦었다. 에어라인과 군항공기 중심인 우리나라의 상황을 반영하는 대목이다.현재 AOPA KOREA 회원은 1000여 명. 7명의 항공기 소유주를 포함해 조종사자격증을 소유한 정회원이 450여 명, 나머지는 현재 조종교육을 받고 있는 교육생과 항공기 조종에 관심 있는 일반인들이다. AOPA는 일반항공 문화와 법제가 항공선진국에 비해 척박한 국내 환경 개선과 일본, 필리핀 등 AOPA 회원국 간의 친선 비행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AOPA 코리아 최용택 부회장은 “아직까지는 개인이 단독으로 사용하는 완전한 자가용 개념보다는 항공기 소유주가 사용사업자들과 계약을 체결해 자신이 운항하지 않는 시간대에 사용사업자가 활용하는 형태가 일반적”이라고 전했다. 이는 항공기 관리에 드는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편. 따라서 대부분의 소형 항공기 이용자들은 필요할 때 항공기를 렌트하며 렌트 비용은 시간당 20만 원 선이다. 주로 자영업자, 기업 CEO, 전문직 종사자, 전직 파일럿 출신 등이 업무용 또는 레저용으로 소형 항공기를 이용한다. 공군이나 에어라인 파일럿 출신을 제외한 사람들은 대부분 어릴적 꿈을 이루려는 사람들로, 조종을 즐기는 사람들의 연령대도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하다.우리나라 최초로 개인 자가용 소형 항공기를 소유한 사람은 현재 AOPA 코리아 회장인 이해운 씨다. 1998년 자가용 소형 항공기 소유자 1호가 될 당시에는 관련 법제조차 마련되지 않았고, 이는 2003년 AOPA 코리아의 탄생 배경이 됐다. 이후 에어라인 조종사 출신인 이현상 씨가 국내 최초로 민간 비행교육기관인 ‘클럽 뷰티플라이’를 설립하면서 미국으로 나가거나 항공대를 졸업하지 않고도 조종사 면허를 취득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2~3년 전부터는 조종사교육기관이 늘어나면서 소형항공기 인구 증가도 그 속도를 더하고 있다. 현재 800여 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는 ‘클럽 뷰티플라이’의 이현상 사장은 “아무래도 경제적 여유가 있는 의사 등 전문직 종사자와 사업가들의 문의가 많다”면서 “이론시험에 합격한 뒤 실기 교육을 25~30시간 정도 하면 비행에 대한 감이 생긴다”고 귀띔했다.한편, 소형 항공기 조종을 즐기는 인구 중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CEO 가운데서는 은퇴를 앞두거나 은퇴자인 경우도 많다. 그들이 소형 항공기에 매료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신이 은퇴자이기도 한 AOPA 코리아 최 부회장은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 은퇴 후 취미로 소형항공기 조종을 권했다. 첫째는 40세 이상의 조종사라면 매년 거쳐야 할 신체검사를 통과하기 위해서라도 평소에 꾸준히 건강관리를 하게 된다는 점이고, 둘째는 일단 공중에 올라가면 자동차보다 운행이 훨씬 쉽고 활동 범위도 매우 넓다는 이유에서다. 시간표에 의해 정해진 고속버스를 타고 다시 택시를 이용해 볼일을 보는 경우와 원하는 시간에 자가용 차량을 이용해 볼일을 보는 것과의 차이를 감안한다면 소형 항공기가 선사하는 ‘자유로움’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란 설명. 그는 “미국 비행장에서 노부부가 지팡이에 의지한 채 자신들이 몰고 온 비행기에서 내리는 것을 본 적이 있다”며 건강관리 측면에서 은퇴 후의 취미로 소형 항공기 조종을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자동차 운전면허를 취득하고 나면 다음 순서는 자동차 구입이다. 자동차를 빨리 몰아보고 싶은 마음에 자동차 모델과 가격부터 알아보듯, 소형항공기 조종사 면장을 취득하고 나면 항공기 구입에 관심이 쏠리기 마련이다.일반항공의 천국 미국에서는 자동차는 운송수단의 기본이요, 소형 항공기를 추가 운송수단으로 보유하고 있는 인구도 그만큼 많다. 20만 대 이상의 경비행기와 7000개 이상의 활주로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미국에서는 일반항공은 농부들이 농약을 뿌릴 때 사용할 정도로 보편화된 생활 문화로 자리하고 있다. 따라서 소형 항공기 구입에 드는 비용도 우리의 현실과 사뭇 다르다. AOPA 코리아 홈페이지 자료에 따르면 4인승 단발 엔진(중고)의 경우 상태에 따라 3만7000~4만5000달러 선으로 고급 SUV 구입가와 비슷하다고 한다. 비행기의 경우 100시간마다 부품을 교체해야 하고 매년 정기검사(Annual Inspection)를 엄수해야 하는 만큼 자동차보다 수명이 훨씬 길어 40~50년 동안은 지속적으로 운항해도 안전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즉, 30년 전 연식의 소형항공기를 구입하더라도 30년 된 중고차를 구입하는 것처럼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는 것.그렇다면 국내에서 소형항공기를 구입하려면 어느 정도의 비용이 들까. 전문가마다 약간의 견해 차이는 있었지만,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팔린 Cessna 172 skyhawk 모델(4인승 싱글 엔진)의 경우 공장에서 막 생산된 신품을 구입할 경우 항공기 가격만 2억~3억 원 선으로 알려져 있다. 항공기 구입 가격에서 신품이 부담스러울 경우 많이 찾게 되는 중고의 경우 30년 정도 된 항공기 가격은 5000만~8000만 원 선.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모델과 연식, 컨디션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이라고 전했다. 1억 원 언저리에서부터 15억 원 이상의 고가 항공기까지 다양하기 때문이다. 구입한 항공기는 일반적으로 분리 운송 후 국내에서 조립하는 방법을 취하기도 하고, 퍼포먼스가 좋은 기종일 경우 장거리 운송비행(Ferry)을 통해 원상태 그대로 국내로 들여오기도 한다.한편, 항공기를 구입하고 난 뒤에도 제반 비용 부담을 염두에 둬야 한다. 첫째는 비싼 우리나라의 항공기 보험이고, 두 번째는 주유비, 세 번째는 기타 정비 및 관리비용이다. 우선 보험료의 경우 선택하는 옵션에 따라 보험료가 천차만별이지만 전문가들은 “최고 사양은 아니더라도 1억 원 상당의 2인승 중고 항공기의 경우 연간 1200만~1300만 원 선은 되어야 적당한 커버리지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주 저렴하게 연간 300만~400만 원 선으로 가입할 수도 있지만 그만큼 대비할 수 있는 사고가 제한된다.두 번째 비용항목인 기름 값에 대해 ‘클럽 뷰티플라이’ 이현상 사장은 “1시간 기준으로 2인승은 6만 원, 4인승은 8만~10만 원, 6인승은 15만 원 선 정도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기타 정비와 관리에 따르는 비용 역시 감안해 둬야할 부분이다.이렇게 제반비용 부담이 높은 소형 항공기 소유에 대한 부담을 덜기 위해 최근에는 위탁 관리 시스템이 등장했다. 소형 항공기 수입 구매 위탁 역시 가능해 졌다. 현재 국내에서 항공기 구입 및 관리 운영 위탁을 실시하고 있는 곳은 한국조종사교육원, 씨러스 에비에이션(주), 한라스카이에어 등이다. 한라스카이에어 강병현 운영부장은 “전문 지식이 없는 개인이 비행기를 구입하기는 쉽지 않다. 보험료, 정비, 연료 공급 문제까지 한번에 해결하려면 경험자에게 위탁하는 것이 좋다. 또한 1년에 3000만 원은 족히 드는 제반 관리비용을 개인이 모두 충당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운항하지 않는 시간에는 교육용 등으로 임대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고 귀띔했다.소형 항공기 비행을 즐기는 이유에 대해 마니아들이 이구동성으로 얘기하는 것은 비행을 통해 만끽하는 자유로움이었다. 또 한 가지는 하루 또는 반나절이 걸리는 거리를 한 두 시간 만에 이동할 수 있는 시테크 차원에서의 메리트다. 줄어드는 시간을 비용이 채워야 하는 것이 현실이지만 대한민국 하늘에 ‘작은’ 항공기의 출현이 잦아지고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자동차로 꼬박 하루가 소요되는 서울에서 여수까지의 문상을 반나절 내에, 제주도로 가족동반 하루 코스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 우리 주변에서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