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도윤 설앤컴퍼니 대표
술을 하는 사람의 패션은 화려하다?’ 한국 뮤지컬계의 미다스로 불리는 설도윤 대표를 만나보면 이런 선입견은 자연스레 떨쳐버리게 된다. 인터뷰를 하는 날 그는 짙은 컬러의, 편안해 보이는 청바지와 깔끔하게 코디한 블레이저 차림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설 대표는 자신이 가장 즐겨 입는 차림은 ‘슈트’라고 소개했다. 단 화려하지 않고 심플한 스타일을 선호하며 셔츠로 포인트를 준다는 것. “옷장을 열면 기본인 화이트, 블루와 스카이 블루 톤의 셔츠는 물론, 핑크 체크까지 다양한 셔츠가 있어요. 오프닝 파티를 열 때나, 해외 미팅 중일 때는 조금 더 화려한 셔츠를 입는 편이죠.”설 대표는 기자와 만난 날도 이런 저런 스케줄에 바쁜 모습이었다. 설 대표는 “오늘도 인터뷰를 마치고 나면 ‘샤우팅’ 공연장과 ‘오페라의 유령’ 연습 장소를 둘러봐야 하고 저녁 때는 청소년들을 위해 운영하고 있는 예술교육지원센터에 들러야 합니다. 오늘은 유난히 더 일정이 많은 날이어서 집을 나설 때부터 편안한 차림으로 나왔어요”라고 말했다.그는 문득 생각난 듯 얘기를 덧붙였다. “알려진 얘기지만 ‘샤우팅’에 출연하기로 했던 빅뱅의 대성 씨가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 너무 큰 사고여서 ‘샤우팅’에 출연을 못하게 됐는데 대성 씨는 병원에 실려 가는 중에도 ‘샤우팅 공연은 어떻게 하느냐’며 걱정을 했다고 하더라고요. 이번 공연을 마치고 재공연을 할 때는 대성 씨가 출연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MONEY는 평상시 블랙과 네이비, 그레이 톤의 어두운 슈트를 즐겨 입는다는 설 대표에게 클래식하면서 감각적인 슈트를 제안해 봤다. 최근 트렌드가 ‘클래식한 남성’인 만큼 전통적인 영국 풍의 체크로 전체 의상을 맞춘 것. 설 대표처럼 마른 체형의 사람은 체크무늬가 몸을 보완해 주는 역할을 한다.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주기 위해 제안한 조금 더 밝은 톤의 베이지 재킷과 역시 체크 계열의 셔츠는 유러피언의 느낌을 확실히 살려주는 ‘클래식 아이템’이다. 평상시에도 체크 슈트를 즐겨 입길 원하는 사람은 어두운 톤의 배경에 체크를 짙게 넣은 슈트를 입어도 좋을 듯하다. 조금 더 클래식한 느낌을 살리고 싶다면 재킷 안에 조끼를 함께 입어 쓰리피스로 연출하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다. 설 대표는 특히 예술계통의 일을 하는 사람임을 감안해 평범한 타이보다는 와인 계열의 보우 타이로 매치해 감각적인 느낌을 살려 봤다. 설 대표는 화려한 액세서리는 선호하지 않는다고 했다. 대신 안경과 시계는 의상과 매치가 되도록 신경을 쓰는 편이라고. 그는 “안경은 브라운, 블랙, 스틸 등 8가지가 있어요. 오늘은 가장 즐겨 끼는 브라운 컬러의 뿔테를 쓰고 왔는데 체크 컬러 슈트와 잘 어울리는 것 같아 기분이 좋네요”라고 웃었다.“사실 전에는 시계를 수집하는 취미가 있었어요. 종류별로 꽤 많은 시계를 모아두었지요. 제가 과거형으로 말하는 이유는 3년 전 외국 출장을 다녀오니 집에 도둑이 다녀갔더라고요. 다른 물건은 하나도 건드리지 않고 소장해 두었던 시계만 고스란히 가져갔더군요. 그 때 이후로 1년간은 마음이 아파 시계는 거들떠보지도 않았죠. 참, 2001년에 ‘오페라의 유령’으로 히트를 쳐서 기념으로 극 중에 나온 가면 모양의 다이아몬드 브로치를 선물 받았는데 함께 보관해 뒀더니….” 그 다음 말은 듣지 않아도 상상이 됐다.스타일에 대한 질문은 이쯤에서 접고 화제를 돌려 설 대표의 근황을 물어봤다. “최근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을 위해 유니버설심포니오케스트라를 창단했어요. 60인조로 구성된 유니버설심포니오케스트라는 키에프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지휘자를 지낸 세르게이 프로토포포프가 상임지휘자,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음악원 최고연주자 과정을 마친 송유진 씨가 상주지휘자를 맡고 지난 6월 1일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죠.”설 대표는 유니버설심포니오케스트라 창단 말고도 사단법인 예술교육지원센터의 일도 늘어나기 시작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문화부 산하 기관인 예술교육지원센터는 청소년을 위한 시설이다. 저소득 소외계층의 청소년들 중에서 예술을 배우고 싶어 하는 학생들을 위한 쉼터라고나 할까. 현재 SK뮤지컬스쿨과 SK해피뮤직스쿨을 함께 운영 중이다.“워낙 SK그룹에서 문화 사업에 관심이 많아요. 덕분에 행복나눔재단의 도움을 받아 스쿨을 운영할 수 있게 됐죠. 뮤지컬스쿨은 해가 갈수록 학생 수가 늘어나 현재는 150명 정도의 학생들이 교육을 받고 있어요. 뮤직스쿨은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피아노 등의 악기를 중심으로 20명 정도의 학생들이 교육을 받고 있고요.”우리나라에서 예술은 돈이 없으면 접근하기 힘든 분야 중 하나다. 설 대표는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커질수록 기회가 더욱 줄어들기 때문에 청소년들이 문화와 예술을 체험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싶어요. 체험의 기회가 늘어나면 일자리 창출 효과도 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합니다”라고 말했다.최근 설앤컴퍼니는 동시다발적으로 뮤지컬 작품을 무대에 올리고 있다. 빅뱅 멤버들이 참여해 화제가 된 ‘샤우팅’, KT상상아트홀에서 열리고 있는 ‘아이러브유’, 박상원, 박해미, 옥주현 등 빅 스타들을 한 자리에 모은 ‘브로드웨이 42번가’, 올 9월부터 약 1년에 걸쳐 공연될 ‘오페라의 유령’ 등 큰 공연들이 줄을 잇고 있다. 이 모든 것을 기획, 제작, 마케팅하는 설 대표의 하루는 24시간이 부족한 형편이다.그렇지만 설 대표는 더 큰 프로젝트를 구상하며 꿈을 키우고 있다. “예전부터 극장 사업에도 관심이 많아 뮤지컬 전용 극장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향후 문화도시로 각광받을 만한 곳을 입지로 고르기 위해 인천 송도 등 여러 곳을 놓고 검토 중입니다.”그는 극장 설립뿐만 아니라, 문화예술분야에 전문화된 인력을 배출하고 고용창출을 위해 전문적인 교육 시설을 늘리는 데도 관심이 많다. 설 대표는 “기존에 운영하고 있는 SK해피스쿨도 영향력 있는 선생님을 발굴해 1000명에 가까운 학생들이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싶다”며, “궁극적으로는 아시아 최고의 예술 학교를 만드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원대한 포부와 확실한 꿈을 갖고 있기에, 그의 목표치는 더 멀리 있다. 하지만 그런 꿈과 열정이 있어 한국 뮤지컬 역사에 획을 긋는 작품들도 만들 수 있는 것일 터. 앞으로도 그의 깔끔한 슈트 패션처럼 멋들어진 작품들을 기대해 본다.설앤컴퍼니 대표공연예술아카데미 이사장한국 뮤지컬 대상 프로듀서상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제작제미로 공동대표뮤지컬컴퍼니 대표Styling Advice글 김가희 기자·사진 이승재 기자 holic@moneyro.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