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 유럽 일본 등 선진 증시에 투자하는 펀드들에 대한 관심이 다시 커지고 있다. 선진국 펀드는 중국 브라질 등 이머징 시장이 올 들어 급반등세를 보인 탓에 투자자들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지만 하반기부터는 분산투자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미국의 경기회복세가 3분기 이후 뚜렷해질 전망이고 주요 선진국의 소비 고용 주택 등 실물지표도 개선추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머징 증시가 단기간에 너무 올라 가격부담이 큰 반면 선진국 시장은 아직 상승여력이 있다는 주장도 있다. 전문가들은 합리적인 기대수익률을 염두에 두고 포트폴리오 다양화 차원에서 선진국 펀드에도 관심을 가질 것을 주문하고 있다. 금융 소비재 등 글로벌 선진시장에 분산투자하는 일부 섹터펀드는 특히 전망이 밝다는 평가다.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8월 3일 기준으로 올 들어 해외주식형펀드 수익률은 선진시장과 이머징시장 사이에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연초 이후 중국 브라질 러시아 등 펀드는 40∼70%대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지만 북미는 9.6%,유럽은 6.9% 등 한자리 수익률에 머물러 있다. 선진국 위주로 전 세계 시장에 분산투자하는 글로벌 주식형도 19.2%로 해외펀드 평균(42. 4%)에는 못 미친다.전문가들은 당장 선진국펀드 수익률이 이머징 시장을 제칠 정도는 아니지만 자산의 일부를 분산투자할 정도의 매력은 있다고 진단했다. 삼성증권 투자컨설팅파트의 김남수 연구위원은 “당분간은 급격한 내수 성장과 과감한 투자가 이어질 수 있는 신흥시장에 대한 투자가 유효하다”며 “하지만 선진시장의 경우 이머징 증시와의 밸류에이션 격차를 줄이는 차원에서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선진시장에 대한 기대감은 최근 미국과 유럽 경제의 회복세에서 비롯된다. 미국의 경우 올해 2분기 GDP(국내총생산) 증가율이 전분기 대비로 시장 예상치보다 적은 1.0% 하락에 그쳐 경기회복 기대감을 키웠다. 7월 실업률은 9.4%로 작년 5월 이후 15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고용지표가 대표적인 경기후행지표라는 측면에서 미국 경제가 침체를 벗어나고 있다는 것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성노 KB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지난 6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경기선행지수가 전월 대비 1.2% 상승하는 등 선진국 경기가 저점을 통과하고 있다는 신호가 속속 포착되고 있다”고 평가했다.유럽도 빠른 회복세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영국의 부동산지수 중 가장 선행성이 높은 전국부동산지수(NHPI)는 지난 5월부터 3개월 연속 상승 중이다. 채수호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영국의 2분기 GDP 증가율은 약 60년 만의 최저수준이지만 부동산 가격의 상승은 경기 턴어라운드의 단초를 제공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펀드 애널리스트들은 이머징 시장에 비해 변동성이 낮아 안정적이고 하반기 이후 상승 여력이 있다는 점에서 선진국 펀드에 관심을 가질 시점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하나대투증권 웰스케어센터의 임세찬 연구원은 “선진국 경제는 중국 등 이머징 마켓과 달리 경기회복이 초기단계이므로 주가 상승률이 아직 덜하지만 하반기 이후로는 상승세가 빨라질 수 있다”며 “이머징 증시의 가파른 상승에 부담을 갖는 투자자라면 선진국 펀드를 고려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다만 선진 증시에도 불안요인은 여전히 남아있다. 미국의 신용카드 연체율 상승 등 일부 지표는 부정적이어서 바닥을 통과한 경기가 본격적인 회복세로 들어가기엔 시간이 필요하다는 신중론도 많다. 반짝 회복세를 보이다 경기가 다시 하강하는 ‘더블 딥’(double dip)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따라서 선진국펀드의 기대수익률은 낮게 가져가는 것이 안전하다는 지적이다. 이계웅 굿모닝신한증권 펀드리서치팀장은 “하반기 선진국펀드는 글로벌 경기의 회복 전망에도 불구하고 유동성 급증에 따른 후유증과 인플레이션 우려, 경기부양 효과 제한 등 리스크 요인도 산재해 있다”며 “따라서 지수가 상승하되 완만한 흐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선진국펀드는 무리하지 않고 한 자리 수 정도의 연 수익률을 염두에 두는 것이 적정하다”고 제시했다.전문가들은 선진국 펀드를 활용해 초과 수익을 노리기 위해서는 금융 소비재 헬스케어 등 섹터펀드를 적절히 활용하는 전략을 추천했다.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8월 초 기준으로 ‘삼성글로벌파이낸셜서비스펀드’는 최근 6개월간 56%대의 고수익을 자랑한다. ‘유리글로벌거래소펀드’ ‘한국투자월스트리트투자은행펀드’ ‘하나UBS글로벌금융주의귀환펀드’ 등 금융섹터 펀드들도 같은 기간 30%대의 높은 수익률을 내고 있다. 지난해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급격히 위축됐던 글로벌 금융시장이 안정을 되찾으면서 미국 유럽 등 선진증시의 금융주들이 빠른 회복세를 보인 덕분이다.박현철 메리츠증권 연구위원은 “선진국펀드 중에선 경기회복에 선행해 움직이는 우량한 금융주와 양호한 펀더멘털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펀드에 분산투자하는 것이 위험관리 측면에서 권유할 만하다”고 말했다. 이계웅 팀장은 “금융시장 부실과 재정 건전성, 부양 정책 여력, 경기 회복세 등을 종합할 때 선진국펀드로는 미국과 일본이 낫고 유럽은 다소 매력이 떨어지는 상황”이라며 “개별국가 펀드 이외에도 선진시장펀드 내 섹터 및 테마 상품인 금융, 소비자, 헬스케어 등으로 관심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김후정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정해진 업종에 투자하는 섹터펀드는 국가별 비중을 알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반드시 전문가와 상담을 통해 어떤 나라의 기업에 어느 정도씩 투자하는지 구체적인 정보를 파악하고 가입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선진국펀드에는 주식형 외에 채권형 상품도 있다. 펀드 자산의 70% 이상을 각국 정부와 기업이 발행하는 신용등급 ‘BB+’급 이하의 하이일드 채권에 주로 투자하는 글로벌하이일드펀드도 관심이다. 경기 침체기에서 회복 국면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하이일드 채권의 매력이 커진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는 평가다. 임세찬 연구원은 “글로벌하이일드펀드는 기대수익률과 위험이 일반 채권형 펀드에 비해서는 높고 주식보다는 낮은 것이 특징”이라며 “경기 회복기에 신용위험이 줄어들 경우 기대 이상의 자본이득을 챙길 수 있다”고 소개했다.박해영 한국경제신문 증권부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