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ke Atitlan,Guatemala

과테말라시티에서 북쪽으로 4시간. 휴화산 속에 들어앉은 깊고 거대한 호수가 있다. 과테말라 배낭여행자들이 ‘지상의 천국’이라 부르는 아티틀란(Atitlan) 호수다. 영국 작가 올더스 헉슬리는 1930년 이곳을 찾았다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호수’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과테말라시티에 머무르던 체 게바라도 며칠간 아티틀란에서 쉬며 혁명가의 꿈을 잊기도 했단다. 누구라도 이곳을 찾으면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쉬고 싶을 만큼 호수 아티틀란은 우리의 지친 영혼을 포근히 치유해준다.과테말라는 중미의 진정한 시작점이라 말할 수 있다. 남미를 대변하는 잉카 문명처럼 거대하고 신비로운 마야 문명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 더불어 중미의 대표급 얼굴이자 진귀한 자연의 보고인 레이크 아티틀란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곳이다.10년 만에 다시 찾은 영혼의 호수, 아티틀란으로 향하는 길이다. 무상한 세월만 흘렀을 뿐 아티틀란 호수는 맑고 고운 자태 그대로였다. 산악 도로를 따라 가장 인간적이며, 감동적인 과테말라의 굽이치는 산악 도로를 질주하는 설렘은 달콤하기만 하다.해발 1500m가 넘는 아티틀란 호수는 사계절 내내 쾌적하다. 겨울철 우기에는 오후에 한 차례 소나기가 퍼붓지만 습하거나 무더운 느낌은 없다. 겨울에도 긴팔 옷이 필요 없을 만큼 햇살이 따사롭고 맑게 부서진다. 이런 이유로 수많은 여행자들이 이곳을 찾아 휴식을 취한다. 여행자 가운데는 ‘지상의 파라다이스’ 아티틀란 호수에 반해 떠나지 못하고 눌러앉는 경우도 많다. 파나하첼이나 산 페드로에는 현지인과 결혼해서 살거나 몇 년씩 게스트 하우스를 차지하고 한가로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여행자도 많다.케찰테낭고와 솔로라를 지나면 아티틀란의 전진 기지 파나하첼에 당도한다. 산이 높음은 계곡의 깊음을 예고한다. 험준한 산악 지형들이 호수 아티틀란의 깊고 너름을 예견케 하고 있다. 개인적인 기대만큼, 깊고 광대한 영호(靈湖) 아티틀란을 만나는 순간이면 그 찬란한 싱그러움 앞에 누구나 환호성을 지르고 만다. 활기찬 햇살이 비춰온다. 경쾌한 아침 새소리와 호수의 맑은 기운이 여행자의 마음에 상쾌함으로 다가온다.원주민 마을 산티아고로 향하는 유람선에 몸을 실었다. 바람을 가르고, 코발트 빛 물살을 가르며 추억의 무대, 인디오들의 고향, 산티아고 아티틀란으로 추억의 편린들을 가르고 달린다. 선상엔 따스한 웃음들이 흐른다. 햇살 또한 따스하다.스르르 미끄러지는 배들이 3000m 급 활화산인 톨리만(Toliman)과 산 페드로(San Pedro)사이를 헤치고 산티아고 아티틀란에 당도한다. 전통의상을 한 원주민들이 우리를 마중이라도 하듯, 어린 악동들과 원주민 여럿이서 들뜬 여행자들을 소박한 가슴으로 맞이한다.아티틀란 호수는 바다처럼 넓다. 가장 긴 쪽의 지름이 30km에 이른다. 백두산 천지의 열 배쯤 크기다. 파란 호수를 감싸고 산들이 둥실둥실 솟아 있다. 아티틀란 호수가 만들어진 후에 폭발한 기생화산들이다. 호수의 해발 높이는 1520m. 호수를 감싸고 솟아 오른 산 페드로 화산 등의 높이는 3000m를 넘긴다.아티틀란 호숫가에는 열 두 마을이 있다. 이 마을들은 모두 파나하첼(Panajachel)에서 배를 타고 들어간다. 산 페드로나 산티아고 아티틀란의 경우 버스가 산을 넘어 들어오기도 하지만 현지인들만 이용한다. 안티구아에서 출발하는 배낭여행자들은 모두 파나하첼로 와서 배를 타고 호숫가 마을을 찾아간다.아티틀란 호수의 아침은 어부들이 연다. 분화구 위로 여명이 밝아오면 어부들은 밤새 그물에 걸린 고기를 걷으러 나간다. 자신의 키보다 조금 큰 배를 타고 감빛 노을에 물든 호수로 노 저어가는 모습은 그림처럼 아름답다. 그들이 돌아오면 호수는 아낙들의 차지다. 게스트 하우스에서 나온 옷가지며 이불보를 빨래하는 아낙들이다.아티틀란 호숫가의 빨래터는 독특하다. 빨래터를 물이 허리까지 잠기는 호수 속에 만들어 놓았다. 이곳에서 여인들은 하루 종일 빨래를 한다. 어린 아이들은 엄마가 빨래를 마칠 때까지 바위 턱에 앉아서 논다. 아낙들은 빨래가 끝나면 빨래를 하던 비누로 칠을 하고 몇 번 자맥질을 한다. 그걸로 하루 일과는 끝난다.오후의 호숫가는 아이들 차지다. 운동장 하나 없는 마야의 아이들은 호숫가에서 오후 내내 공을 차며 논다. 땀과 모래로 범벅이 되면 그대로 호수로 뛰어들어 멱을 감는다. 이때도 아낙들의 빨래는 끝나지 않는다. 장을 보고 오거나, 또 아티틀란으로 휴식하러 오는 여행자를 태운 배들은 해질녘까지 연신 호수 위를 떠다닌다.모두들 떠나간 자리. 여명이 내리기 시작한다. 그곳의 삶은 여전히 힘겨워 보였다. 그들의 삶을 조금이나마 고양시킬 현대 문명을 받아들이기에는 시간적, 공간적 제약이 많은 지역이었기 때문이다. 가난하지만 아티틀란에 뿌리를 내리고 소박하게 살아가는 순수한 사람들, 그들의 너그러운 표정과 마음의 여유가 각박한 우리내의 삶보다 더욱 풍족해 보이는 이유는 호수의 깊고 평화로운 안식을 가슴에 고이 안고 살아가기 때문일 것이다.1 산티아고 아티틀란 주민들이 고기잡이를 위해 배를 손보고 있다.2 화려한 의상을 입은 마을 주민들이 손수 직조한 민예품 직물을 거리에서 팔고 있다. 3 산티아고 아티틀란으로 가는 유람선, 뒤로 보이는 산은 거대한 산페드로 볼케이노. 4 헬기를 타고 파나하첼과 산루카스 톨리만 등 아티틀란 호수를 조망해 본다. 5 주요 도시를 오가는 원주민들의 주요 교통 수단, 마을버스가 화려하다.6 하늘에서 바라본 아티틀란의 주요 거점 도시 파나하첼, 호텔, 레스토랑, 민예품 점 등이 자리하고 있으며, 주요 마을을 이어주는 선착장에 서면 마음이 평화로워진다.7 고집 세기로 유명한 산티아고 노인. 파란 색 옷으로 치장하고 언제나 멋지게 산다.8 산티아고 아티틀란 중앙시장에서 화려한 의상으로 시선을 끄는 곡물 장수들.9 과테말라의 다양한 민속과 문화를 표현한 화려한 벽화.10 한 시간 여의 유람이 즐거운 파나하첼에서 산티아고에로의 유람선 여정.11 여행자의 로망, 파나하첼 선착장. 아티틀란의 기점으로 이 호수의 메카다.항공 및 현지 교통 >> 아티틀란으로 향하는 길은 서울에서 미국 L.A.를 거쳐 과테말라로 들어가는 것이 최단코스다. 요즘은 멕시코를 거쳐 육로로 과테말라에 가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과테말라의 고도 안티구아에서 파나하첼까지는 3시간 30분쯤 걸린다. 로컬버스를 타고 가도 되지만 여행사에서 운영하는 승합 버스를 타고 가도 된다. 안티구아에서는 당일, 혹은 1박2일 일정의 아티틀란 여행 상품을 판매한다. 파나하첼에서 곳곳의 원주민 마을로 배를 타고 갈 수 있다. 30분∼1시간 간격으로 작은 쾌속선이 저녁 6시까지 운행된다.숙박 >> 마을마다 여행자들이 머무를 수 있는 고급과 중급들의 다양한 숙박시설이 있다. 여행자가 많이 몰리는 파나하첼이 조금 비싼편. 하지만 하루 정도 묵어보는 것이 좋다. 산 페드로나 산티아고 아티틀란에는 하루에 4달러면 묵을 수 있는 게스트 하우스도 있다. 시설이 괜찮고 머무를만한 곳은 7~10달러면 충분하다. 일주일 이상 숙박을 할 경우 가격을 흥정할 수 있다.음식 >> 마을마다 음식점도 많다. 과테말라 전통음식에서 서구의 음식을 파는 레스토랑까지 다양하다. 대부분 3∼4달러 이내면 충분하다. 시장에서 빵이나 스파게티, 옥수수 등 간단한 재료를 사서 게스트 하우스에서 해먹을 수도 있으며 원주민들의 식당에 들어가 옥수수 가루로 만든 그들의 현지 음식을 먹어 보는 것도 좋은 추억일 것이다.날씨 >> 해안저지대는 열대성기후로 년평균 기온이 25-30℃이며, 해발 1,500m 이상의 고원지대는 온대기후로 년평균 기온 15-20℃이다. 1년은 우기와 건기로 나뉘는데 우기는 5월에서 10월로 습도가 80%로 습한 기후를 보이며, 11월에서 4월은 건기이고 습도가 50%정도여서 비교적 활동하기 좋다.레포츠 >> 승마도 아티틀란에서 즐길 수 있는 레포츠다. 말을 타고 현지인들이 일하러 다니는 호숫가의 오솔길을 따라 간다. 2시간부터 4시간, 6시간 코스까지 다양하다. 아티틀란에서는 혼자 말을 타고 가는 게 일반적이다. 시야가 트인 곳에서는 힘껏 내달려 볼 수도 있다. 혼자 타는 게 두렵다면 가이드 뒤에 함께 타고 갈 수도 있다. 2시간 기준 10달러 내외다.글·사진 함길수 자동차 탐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