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서지에서 생긴 일

제 본격적인 휴가시즌이다. 휴가도 이왕이면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 것이 짧은 휴가시간을 알차게 보내는 방법이다. 직장 근무할 때 동료들과 차 한 대로 전국의 문화유적 탐방을 한 것이 가장 기억이 남는 휴가의 추억이다. 이번 휴가는 남해 금산의 다도해가 바라다 보이는 산장에서 책 보며 밀린 글이나 쓸까 아니면 노자, 장자를 다시 정독해 볼까 고민이다. 독서와 여행을 주제로 한 책들을 소개한다.휴가를 재충전의 기회로 보면 독서만큼 좋은 도구도 없다. 만 원 언저리 비용으로 통찰력과 깨달음을 얻을 수 있으니 투자대비 효율 면에서 최고다.‘내 인생을 바꾼 한 권의 책2’(박경철 외 지음, 리더스북)는 명사 30명이 추천하는 자신의 인생에서 큰 영향을 준 도서 한 권씩을 소개한다. 공병호 소장은 ‘코끼리와 벼룩’을, 박경철 원장은 ‘논어’를 추천한다. 책은 인생의 획기적인 전기를 만들어주는 가교역할도 한다. 이노디자인 김영세 사장은 중학교 시절 친구 집에 놀러가서 우연히 디자인 전문지 과 접한다. 이후 부모의 반대라는 장벽에도 불구하고 꿈을 좇아 산업디자인과에 진학을 하고 미국 유학까지 결행했다.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이상건 이사는 국내 경영석학 윤석철 한양대 석좌교수의 ‘경영학의 진리체계’를 꼽았다. 그가 책을 읽으면서 큰 자부심을 느낀 것은 몇 천만 원씩 받으며 국내에 강연하러 오는 경영학자나 경영컨설턴트들의 책보다 훨씬 깊고 폭이 넓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배운 3가지 교훈은 개인이나 비즈니스를 하는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 소개한다.첫째, 경쟁자가 많은가? 경쟁자가 많고 잠재적인 경쟁자가 많아질 것이라고 판단되면 가급적 그 일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돈을 비롯한 자원이 풍부해야 하는데 처음부터 구색을 갖추기는 쉽지 않다.둘째, 빨리 진입장벽을 만들 수 있는가? 현재 내가 자리 잡고 있더라도 새로운 경쟁자가 나타나면 하루아침에 공든 탑이 무너질 수 있다. 진입장벽이 남들이 귀찮아하고 폼이 나지 않고 게다가 노가다 가까운 일이라면 공고하게 오랫동안 장벽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셋째, 적정한 가격에 사줄 사람들이 있는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물건, 서비스가 소비자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 소비자는 ‘가격’을 지불하고, ‘가치’를 산다. 만약 자신이 지불하는 가격에 비해 가치가 낮다고 판단되면 소비자에게 외면을 받게 된다.서문에서 박경철 원장은 한 권의 책에서 인생의 길을 찾는다면 너무 거창한 얘기지만, 책을 통해 우리의 사고를 열고, 현실에서 비상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해 준다고 말한다. 나아가 독서는 금기 없는 자유로운 세상을 지키는 유일한 수문장이라고 강조한다.2000년 초 벤처 열풍이 한창일 때 사무실 직원들은 모니터 화면을 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당시는 주식투자하지 않으면 바보 소리 듣는 때였다. 원래 안전하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 성격이지만 샐러리맨의 얇은 월급봉투 때문에 저축한 돈 약간을 주식투자에 넣었다. 몇 개월 후 결과는 겨우 10분의 1을 건졌다. 이후로 10년 동안 주식투자에 눈길을 주지 않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대박의 꿈을 가지고 주식투자의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일반 투자자들은 기관 투자 사례보다 아무래도 성공한 개미투자자 신화에 더 관심을 갖게 된다. 개미투자자로 출발했지만 남다른 안목과 투자기법 등을 통해 주식투자의 큰 손으로 성장한 사람을 ‘슈퍼개미’라고 한다. ‘슈퍼 개미의 투자 비밀’(최명수 외 지음, 한국경제신문사)은 2009년 2월부터 5월까지 한국경제신문의 온라인미디어 한경닷컴에 연재된 기획시리즈 ‘슈퍼개미 열전’을 재구성하고 추가 인터뷰를 통해 보완했다. 연재 당시 온라인에서 2000만 클릭의 조회수를 기록할 정도로 폭발적인 관심을 얻었다. 책을 펴내기 위해 12명의 슈퍼개미를 두 차례 이상 만나 심도 있는 얘기를 나눴고, ‘단기매매를 주로 하는 전업투자 그룹, 가치투자의 고수들, 천당과 지옥을 오간 재야고수, 기업 인수합병을 시도한 슈퍼 개미’ 등으로 내용을 분류했다.이 책은 ‘슈퍼개미는 어떤 사람들이기에 그렇게 성공했을까? 그들의 직업은 무엇일까? 하루 일과는 어떠할까? 어떤 투자 철학과 원칙을 가지고 어떤 기법을 이용할까? 남다른 확신과 열정을 통해 성공의 열매를 맺으면서도 그 이면에는 절망과 좌절의 순간은 없었을까? 그 과정을 어떻게 이겨냈을까? 주식시장에서 투자주체로서 그들은 뭔가 남다른 점이 있지 않을까?’와 같은 독자들의 궁금증을 자세하게 풀어내고 있다.소개되는 슈퍼개미로는 ‘카드깡 신세에서 수억대 연봉자가 된 원칙주의자 손용재, 샐러리맨들의 우상이자 연예계 재테크 고수 김생민, 천당에서 지옥을 넘나든 지적 금융전사 무극선생 이승조, 430만 원으로 300억 원 번 3초의 승부사 원형지정 황호철’ 등을 다루고 있다.처음 책을 둘러보면서 보통의 주식관련 책에서 언급하는 친절하고 구체적인 투자기법이 취약한 것 같아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다시 책을 펼쳐 보면서 느낀 점은 슈퍼개미들이 십 수 년 개척한 고유 투자기법을 일반화하기 어렵고, 오히려 ‘일반화의 오류’가 투자 실패의 원인이 되는 현실에서 디테일의 부족이 미덕처럼 느껴졌다. 성공한 슈퍼개미들처럼 목숨 걸고 투자에 매진하지 못한다면 이 책을 보면서 투자 의지를 불태우기 보다는 오히려 안분지족(安分知足)의 지혜를 얻었으면 한다.서른이 되기 전에 가봐야 할 여행지 28 (유정열 외 지음, 명진출판)여행을 떠나고 즐기는데 나이가 중요하겠는가? 이제 여행도 주말경쟁력의 한 부분이 되었다. 여행을 통해서 창의와 상상력을 얻고자 하는 사람들도 증가하고 있다. 흙탕물을 일정 시간 가만히 두면 맑은 물과 불순물이 자연스럽게 분리되듯, 일상에서 배운 지식과 경험이 가라앉을 시간을 부여하지 않기 때문에 고갱이로 전환되지 못한다. 여행이라는 시공간 속에서 지식, 경험이 비로소 핵심가치로 가라앉게 된다.이 책은 네 명의 여행가가 서로 다른 색깔의 여행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다. 여행정보를 평면적으로 전해주는 것이 아니라 통찰이 담겨있는 에세이를 통해 공간과 삶이 만난다. 제주 오름에 대한 얘기다. “오름은 큰 화산의 옆에 흩어져 있는 기생화산을 말한다. ‘오르다’는 뜻에서 유래된 제주도 방언이다. 오름 꼭대기에서 삶의 조건에 대해 생각했다. ‘정직과 신념 그리고 자신감’ 지금 그 세 가지를 얼마나 채우며 살아가고 있을까?”제주, 경주, 완도, 남해, 무주, 악양, 보성, 통영, 포항, 남해, 파주, 단양 등의 여행지를 소개한다. 이 책을 보면서 십 수번 방문한 남해의 금산 보리암과 가천 다랭이 마을의 유자 막걸리가 떠오른다.밑줄 긋는 여자 (성수선 지음, 웅진윙스)“그렇다면 달인이 되는 과정에서 최선의 방안은 무엇일까? 간단히 말하면 부지런히 연습하고 심지어는 연습 그 자체를 위해 연습해야 한다. 정체 상태에서 좌절하지 말고, 비약단계를 즐기듯 그 상태를 즐겨야 한다.”- <달인> 중에서독서관련 서적들을 보면 책을 너무 기능적으로 평가하는 것 같아서 조금은 불편하다. 물론 책에서 깨달음을 얻기도 하지만 즐기는 것이 최고의 경지이듯 책도 가벼운 마음으로 편안한 관계로 만나면 좋겠다. 이 책의 저자는 평범한 직장인으로 현재 해외영업 업무를 맡고 있다. 저자의 독서관은 ‘전략적 책읽기’, ‘생산적 책읽기’와는 다른 방향으로 ‘마음 가는 대로 책읽기’라고 할 수 있다.미국에서 온 바이어와 미팅을 끝낸 비 오는 저녁, 옹기종기 모여 앉아 삼겹살에 한잔하는 사람들 틈에 섞여 있던 저자는 김훈의 <밥벌이의 지겨움>을 떠올린다. 밥벌이도 힘들지만, 벌어놓은 밥을 넘기기도 그에 못지않게 힘들다는 김훈의 이야기는 지치고, 외롭고, 힘든 이들을 달래고 어르는 현실적이지만 따뜻한 위로가 담겨있다. 이 책의 부제는 ‘떠남과 돌아옴 출장길에서 마주친 책 이야기’다. 휴가 여정에서 가볍고 나른한 마음으로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책이다.강경태 한국CEO연구소 소장 ktkang21@han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