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 퀀텀 오브 솔러스 (Quantum of Solace)
감독·각본: 스티븐 소더버그 주연 : 다니엘 크레이그 (제임스 본드 역) 올가 쿠릴렌코 (카밀 역) 매튜 아맬릭 (그린 역) 호아키 코시오 (메드라노 장군 역) 장 카를로 지안니 (마티스 역)작 카지노 로얄에서 제임스 본드(다니엘 크레이그 분)는 연인 베스퍼와의 달콤한 삶을 위해 007신분마저 포기하고 MI6를 떠나 베니스에 정착한다. 그러나, 전 애인의 꾀임에 빠져 자신도 모르게 국제적 거대 범죄 조직과 너무 깊게 얽혀버린 비운의 여인 베스퍼.결국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제임스 본드를 구하기 위해 베니스의 뿌연 물속에서 구조의 손길마저 뿌리치고 죽음을 택한다. 베스퍼를 죽음으로 몰아 놓고 종적을 감춘 파렴치한 베스퍼의 전 애인을 찾아 반드시 복수하겠다고 다짐하는 007.영화 퀀텀 오브 솔러스(Quantum of Solace)는 전편에 이어 격렬한 자동차 추격 신으로 연결되며 시작된다. 베스퍼의 복수를 갈구하는 제임스 본드와 처참하게 살해 당한 가족의 복수만을 생각하는 새로운 본드 걸 카밀(올가 쿠릴렌코 분)에겐 그들의 복수가 영화 제목처럼 ‘위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울러 영화 속 악당 그린(매튜 아맬릭 분)이 운영하는 거대금융조직이 ‘퀀텀 펀드’인 것은 작가의 위트 있는 복선이다.태양이 작렬하는 남미의 휴양지 하이티의 어느 해변 선착장을 나란히 걸어가며 얘기를 나누는 두 사람. 삼엄한 경비들에 둘러 싸인 이들은 볼리비아를 군사쿠데타로 재집권 하려는 야욕에 불타는 망명 독재자 메드라노 장군(호아키 코시오 분)과 그의 쿠데타를 도와 주는 대신 볼리비아의 수자원사업을 장악하려는 퀀텀 펀드의 그린 회장이다. 그들의 대화를 엿들어 보자. (미심쩍은 듯) 정말 이 모든 일을 날 위해 해 낼 수 있겠소? (대수롭지 않다는 듯) 이곳 하이티 사람들은 시간당 38센트에 불과했던 임금을 1달러로 올려 주겠다는 성직자 출신을 대통령으로 당선시켰죠. 1달러가 뭐 대수냐 하겠지만, 저임금에 기대어 티셔츠, 운동화를 만들어 오던 다국적 기업들을 발칵 뒤집어 놓기엔 충분하죠. 그래서 이 거대기업들이 우리에게 도움을 청했고, 우리는 그들이 바라는 변화를 가져다 주었죠.비즈니스는 비즈니스다. 기업들 간의 비즈니스 협상이든 국가 간의 외교협상이든 그 공통된 목표는 이익의 극대화, 위험과 비용의 최소화이다. 한마디로 확실히 돈이 되던가, 아니면 내가 필요로 하는 도움을 제대로 줄 수 있는 상대가 아니라면 아예 안 만나는 게 차라리 낫다. 그러나 궁한 쪽이 당신이라면, 넋 놓고 가만히 있다간 굶어 죽기 십상이다.즉, 당신이 아니더라도 목표고객과 어떻게든 거래를 터보려고 수 많은 경쟁업체들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면, 그리고 그 고객이 당신에게 허락한 기회와 시간이 부족하면 부족할수록 경쟁업체들 대비 당신의 우월성(Superiority), 차별성(Differentiation), 수익성(Profitability) 그리고 안전성(Security) 등이 고객의 상황과 Needs에 맞게 부각되어야 한다.그리고 이 모든 것을 증명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실적(Accompli shments) 이다. 그것도 상대가 찾고 있던 역량과 딱 맞아 떨어지는(Matching) 실적을 보여 줄 수 있다면, 아니 능가할 수 있다면 그저 그만이다. 특히나, 우리나라의 최대 시장인 미국이나 그 밖의 유럽 선진국 시장이 아시아 지역의 특성인 ‘확장된 인간관계 중심 비즈니스문화’(Expanded Relationship-focused) 가 아니라 ‘직접적인 이익 지향 비즈니스 문화’(Direct Interest-oriented or Deal-focused) 에서는 실적만큼 갓 만난 새로운 고객에게 신뢰를 불러 일으킬 수 있는 것은 없다.그래도 못 미더운지 미적대는 장군에게 막대한 자금과 막강한 국제적 네트워크를 동원한 치밀하고도 빈틈없는 쿠데타 준비와 앞으로 일주일 후면 볼리비아를 재집권하도록 차질 없는 진행상황을 들려 주는 그린. 그제서야 장군은 흡족해 한다. 꽤 바빴겠군. 그 대가로 뭘 원하나? 사막입니다. (의외인 듯)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곳이야. 그러니까 장군님 운수대통 하시는 거래죠.누구나 남는 장사를 하고 싶어한다. 손해 보는 장사는 금기다. 어느 기업인이 손해 보는 협상을 하는 직원을 내버려 두겠는가? 하물며 기업의 존폐가 좌지우지되는 협상을 하는 상황이라면 더 말할 필요도 없다.필자도 얼마 전 영국의 다국적 기업을 상대로 국내 기업의 대리협상을 진행하면서 새삼스럽게 서구인들이 극도로 이익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며 혀를 내두른 적이 있다. 우리 나라사람들 같으면 낯 간지러워서라도 그냥 양보해 줄 상황에서도 거의 억지를 부리며 대들 땐 과연 이 사람들이 부자 선진국 사람들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대부분의 비즈니스맨들은 정작 자신이 결정권을 갖고서 협상 테이블에 임하는 게 아니란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상대 역시 마찬가지다. 한마디로 일정 부분 책임과 권한을 위임 받아 한정된 범주에서만 잠정적인 합의만 할 수 있는 대리인들 간의 협상이다.그렇기에 대부분의 협상은 어떤 최종결정을 합의한다기보다는 실질적으로는 상대가 우리측 상황이나 제안에 대해 수긍할 수 있도록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하여 정보를 전달하고 이해시키는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이며, 이러한 노력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면, 상대는 돌아가 자신의 최종 결정권자에게 우리 측의 상황과 제안을 마치 최상의 조건처럼 전달 보고 하게 되고, 과욕을 부리다간 이마저도 잃어 버릴 수도 있으니 어지간하면 우리 측의 제안을 받아들이도록 자신의 상사를 설득하게, 좀 더 정확한 표현으로 한다면, 자신의 상사 혹은 최종결정권자에게 우리의 입장과 이익을 옹호하는 내부협상을 펼치도록 준비시키는 것이다.한마디로 협상은 상대에게 자신이 투자하고 양보한 것보다 더 많은 실익과 심리적 만족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 즉, 당신은 고작해야 본전이나 건질까 하는 보잘 것 없는 결과밖에 얻지 못했지만, 상대는 실로 결코 놓칠 수 없는 상당한 이득을 보는 거래라고 느끼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거기다 이미 흡족할 만한 결과에 내심 즐거워하고 있는데, 상대가 뜻하지 않은 선물 (Sweetener)까지 덤으로 챙겨 준다면 더 이상 뭘 바라 것인가? 그러나 이 모든 협상 전략전술이 바로 상대에 대한 다각적이고 체계적인 정밀 분석을 바탕으로 한 철저한 협상 시나리오에 따른 연출이란 것을 들키지 않도록 주의하라.1970년대 미국과 중국의 데탕트 외교를 성사 시키는 등, 미국 외교협상의 전설이 된 헨리 키신저가 어느 시사 토크 프로그램에 나와서 한 말을 되새겨 보자. 사회자가 “외교협상에서 상대가 어떻게 나올지 제대로 모른 채 협상 테이블에 나가기도 합니까?” 라고 묻자 키신저는 다음과 같이 단호하고 명쾌하게 답했다. “그런 일은 절대 없습니다. 상대가 어떻게 나올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한다면 협상에 뛰어드는 순간 쫄딱 망합니다.”위스콘신 매디슨 MBA졸전경련 국제경영원 글로벌협상 주임교수역서: 협상의 심리학©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