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의 트라팔가 광장에 있는 그리스 신전 풍의 내셔널 갤러리는 공공 서비스 개념을 처음으로 도입한 미술관이며 어린이들을 입장시킨 최초의 미술관이다. 어린이를 보살피는 하인을 두지 못하는 서민 가정을 위한 배려였다.1824년에 개관한 내셔널 갤러리는 영국 정부가 수집한 2300여점의 미술품들을 소장하고 있는데 유파별 작가별로 구별하지 않고 연대기 순으로 구분하고 있다. 1250년부터 1900년대에 이르기까지 영국 미술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르네상스, 독일, 네덜란드 등 서유럽 미술 걸작들을 만날 수 있다.미술사 최초로 모델의 전신을 그려 넣은 초상화가 얀 반 에이크(1390 무렵~1441)의 <아르놀피니 부부의 결혼식>도 내셔널 갤러리 소장작품이다. 얀 반 에이크는 유화물감의 창시자이기도 하다. 네덜란드에 온 이탈리아 상인 아르놀피니의 결혼식을 묘사한 이 작품에서 중앙에 있는 거울의 12개 테두리는 가톨릭교회의 수난절에 예배드리는 ‘십자가의 길’을 의미하고 있다.거울에는 이 방의 창문과 결혼하는 남녀, 그리고 결혼을 주관하고 있는 신부님 그리고 방 끝에 있는 화가 에이크가 보인다. 거울 안의 두 사람은 결혼식 증인을 나타낸다. 거울 안이 얼룩 하나 없이 깨끗한 것은 마리아가 원죄 없이 그리스도를 잉태하심을 상징한다.이 작품에 등장하는 거울은 15세기 장인들에 의해 만들어진 거울로서 가운데가 볼록 튀어나온 형태다. 당시 거울을 만드는 기술이 발달하지 않아 크기가 작았지만 장식용으로 인기가 많았다. 거울 양편에 걸려 있는 묵주와 솔은 인기 있는 결혼 선물로 기독교 교리상 기도와 노동을 의미한다.창가 밑 탁자 위에 있는 과일은 인간의 원죄를 상징하고 있는 사과다. 사과를 그려 넣음으로서 인간의 원죄를 기억하고 종교의 구원을 받아야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샹들리에의 촛불은 꺼지지 않는 하나님의 사랑을 상징하고 있고, 신랑신부가 신발을 벗고 있는 것은 성소라는 의미를 지닌다. 거울 옆에 있는 묵주는 순결을, 개는 서로에게 충실한 결혼생활을 상징하고 있다. 얀 반 에이크의 이 작품을 해석하는 열쇠는 볼록 거울과 그 위에 새겨진 문구다. 벽면에 라틴어로 ‘반 에이크 여기 있었노라. 1434년’ 이라고 새겨진 문구는 그가 이 결혼의 입회인임을 증명하고 있다.미술 역사상 가장 혁명적인 화가가 카라바조(1573~1610)다. 내셔널 갤러리에서 카라바조의 특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작품이 <엠마오의 저녁식사>다. 이 작품은 신약성서 루가 복음 24장 13~32절에 나오는 장면을 표현한 것으로 화면 한가운데 앉아 있는 붉은 옷을 입은 그리스도가 식탁 위의 음식을 축복하고 있다. 왼쪽에 머리에 모자를 쓰고 서 있는 남자가 여관의 주인으로 그는 그리스도가 축복을 하고 있는 중요한 순간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여관주인의 태도는 비기독교인임을 나타낸다. 카라바조는 보통 종교화에서 볼 수 있었던 그리스도를 상징하는 후광을 이 작품에서 여관주인의 그림자로 만들었다.카라바조는 식탁 위의 정물로 이 작품에 주는 메시지를 나타냈다. 식탁 위에 불안정하게 놓여있는 과일 바구니 안의 썩은 사과와 색이 변한 무화과는 인류의 원죄를 암시하며 석류는 그리스도의 부활을 상징한다. 식탁 위의 빵과 포도주는 그리스도의 최후의 만찬을 연상시킨다. 등장인물들로만 화면을 구성한 이 작품은 당시로서는 새로운 시도였으며 그리스도를 수염이 없는 젊은 모습으로 표현해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었다.런던 내셔널갤러리에서 18세기 영국 사회를 풍자한 작품이 윌리엄 호가스(1697~1764)의 <유행에 따른 결혼>이다. 18세기 영국에서는 돈이 없는 귀족들이 신분상승을 꿈꾸는 신흥 부자들과 정략결혼을 하는 것이 유행이었다.<유행에 따른 결혼-결혼 계약>은 ‘유행에 따른 결혼’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으로 결혼을 통해 신분상승을 꿈꾸는 상인과 몰락한 귀족들 간의 결혼 계약을 신랄하게 묘사했다.이 작품에서 황금색 옷을 입은 백작은 자신의 혈통을 자랑하기 위해 나무 그림의 가계도를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다. 원형의 탁자를 사이에 두고 안경 낀 붉은 옷의 남자는 도시의 상인으로서 결혼지참금 계약서를 읽고 있다. 탁자 사이에 있는 남자가 백작의 서기다. 그는 상인에게 받은 지참금을 백작에게 넘겨주고 있다. 신부의 지참금은 창밖으로 보이는 짓다만 신축 건물을 완성하게 될 것이다.상인 뒤에 앉아 있는 신부는 변호사와 대화를 하고 있다. 변호사는 나중에 신부의 애인이 되는데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앞으로의 두 사람의 관계를 호가스는 암시하고 있다.신부의 옆에 있는 당시 유행하던 프랑스식 옷차림을 하고 있는 백작의 아들은 이 결혼식에 아무 관심이 없고 거울을 보는 것에만 신경을 쓰고 있다. 아들 발밑에 있는 두 마리의 개는 결혼의 상징을 상징하고 있는데 신랑 신부들처럼 개들도 서로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윌리엄 호가스의 이 시리즈는 모두 여섯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이 작품의 모델은 스콴너더필드 백작의 아들과 상인의 딸이다. 상인의 딸의 정부였던 변호사 실버팅은 질투에 눈이 멀어 매춘부와 방탕한 생활을 하고 있던 백작의 아들을 죽였고 그 사건으로 젊은 미망인은 독약을 먹고 자살했다.화가. 동덕여대 졸업. 성신여대 조형산업대학원 미술 석사.저서 ‘그림은 욕망을 숨기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