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종합전자부품업체…삼성전기

2분기 이후 삼성전기가 IT주 강세의 선봉에 서자 기관 투자자들도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미래에셋자산 운용은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삼성전기 지분을 8.53% 보유 중이다. 한국투신운용도 6.59% 투자했고 국민연금도 7% 이상 지분을 갖고 있다.난해 여의도 증권가에서 삼성전기는 분기 실적발표 시즌만 되면 맥을 못 췄다. 대형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실적이 시장 평균 전망치를 웃돈 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007년 10월 6만7000원대까지 올랐던 주가는 1년 만에 3만 원 아래로 추락했다.하지만 올 들어 삼성전기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1분기 연결기준으로 76억 원 영업적자를 냈던 삼성전기는 2분기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는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내친 김에 오는 3분기에는 분기 기준으로 사상 처음으로 1000억 원대 영업이익이 가능할 것이란 희망적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당초 올해 연간 영업이익이 1000억 원대에 그칠 것으로 봤던 일부 증권사는 예상치를 2400억 원대로 배 이상 올려 잡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전망치 상향조정은 계속되고 있다. 이런 삼성전기를 보면 ‘환골탈태’란 말이 딱 어울릴 정도다.증시에서 삼성전기는 독특한 특징을 보여 왔다. 시가총액 50위 안에 드는 대형주이면서도 중소형주처럼 시장 상황에 따라 주가 등락의 진폭이 큰 종목에 속했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강세장에서 시장 평균보다 더 오르면서 치고 나가는 반면 약세장에서는 더 빠르게 하락하는 장면을 종종 연출했다. 이 때문에 주가추세가 변하는 시점이면 투신사 펀드매니저뿐 아니라 개인 투자자들도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 삼성전기가 국내 최대의 종합 전자부품 업체여서 IT 업종 경기에 주가가 민감하게 움직였다는 분석이 많다.올 들어 삼성전기의 주가 상승세도 과거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3월부터 본격 상승했지만 삼성전기는 이미 2월 초부터 가파르게 오르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특히 5월 이후 시장은 횡보장에 들어갔지만 삼성전기는 5∼6월 두 달 새 18%나 올랐다. 1월 말 3만4000원대였던 주가는 7월 초 6만6000원대까지 치솟았다. 하반기 주도주로 부상 중인 정보기술(IT)주 가운데서도 가장 돋보이는 상승세다.전문가들은 그러나 올 들어 삼성전기의 주가 흐름은 예전과는 다른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한다. 이익 안정성이 예전보다 크게 나아졌기 때문이다. 주력 분야인 MLCC(적층세라믹콘덴서) 시장에서 경쟁력이 한층 높아졌고 차세대 성장동력인 LED(발광다이오드) 부문의 밝은 전망 덕분이다.휴대전화 컴퓨터 등 대부분의 전자제품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세라믹 재질의 칩인 MLCC는 콘덴서와 같은 수동소자 부문에서 ‘산업의 쌀’로 불리는 중요 부품이다. 해당 제품이 필요로 하는 전류가 흐르도록 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능동소자 영역에서 반도체와 비슷한 위상을 갖고 있다는 평가다. 일반 휴대전화에는 200여개, 첨단 기능이 갖춰진 스마트폰에는 400여개, LCD TV에는 700개 이상의 MLCC가 사용된다.삼성전기는 올해 MLCC 부문에서 획기적인 전환점을 맞고 있다. 업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전 세계 MLCC 시장에서 이 회사의 점유율은 일본 3사에 이어 4위에 머물러 왔지만 2분기 기준으로 15%대로 올라서면서 경쟁사 타이요유덴을 2%포인트 차이로 밀어내고 3위에 오른 것으로 추정됐다. MLCC 사업에 진출한 지 20여년 만에 처음으로 글로벌 ‘빅 3’에 진입한 것이다. 삼성전기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올 연말이면 점유율을 17∼18%까지 끌어올려 선두 무라타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는 TDK도 따라잡을 것으로 기대된다.MLCC 시장에서의 약진은 최신 제품을 한 발 앞서 선보이는 기술 경쟁력에 있다. 삼성전기는 올해 4월 세계 최초로 0603 규격(가로 0.6㎜,세로 0.3㎜,두께 0.3㎜)의 1 마이크로패럿 MLCC 개발에 성공했다. 전자제품이 점차 소형화하면서 크기는 작으면서도 용량은 큰 MLCC 개발이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삼성전기가 내놓은 이 제품의 크기는 쌀알의 250분의 1로 미세한 모래 입자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기존에 주로 사용되던 같은 크기의 0.1 마이크로패럿 용량의 10배에 달하는 고성능을 자랑한다. 패럿(farad)은 전자회로 콘덴서의 용량단위로 1 마이크로패럿은 100만분의 1 패럿을 뜻한다. 삼성전기 측은 “0603 규격의 극소형 초고용량 MLCC 부문에서 해외 경쟁사보다 1년 이상 기술우위를 확보했다”고 설명했다.삼성전기는 지난 2007년에도 1005 규격(가로 1.0㎜,세로 0.5㎜,두께 0.5㎜)의 10 마이크로패럿 MLCC도 세계 최초로 개발하는 등 기술 진보를 주도하고 있다.덕분에 MLCC 부문의 실적도 빠르게 나아지고 있다. 지난 1분기 영업적자를 냈던 MLCC 등 칩 사업부는 하반기 들어 매 분기마다 500억 원대의 영업이익이 가능할 전망이다. 장정훈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고용량 소형 MLCC 부문에서 삼성전기와 일본 경쟁사 간 기술격차가 점진적으로 커지고 있다”며 “일본 전자제품 시장의 부진으로 관련 부품사들의 실적도 부진해 삼성전기의 점유율 강세가 기대된다”고 평가했다.MLCC와 함께 핵심사업으로 꼽히는 반도체회로기판(BGA) 부문은 1분기를 바닥으로 상승세로 전환했다는 평가다. 카메라 모듈 부문도 분기당 20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며 꾸준한 ‘캐시 카우’(cash cow) 역할을 해내고 있다.여기에 연말이 가까워올수록 실적 기여도가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LED 부문도 삼성전기 주가 강세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LED는 당초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각종 전자제품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어 기대된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국내 LED 매출에서 휴대전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7년 82%에서 작년 60%로 떨어진 데 이어 올해에는 27%까지 급감할 것으로 추정된다. 노트북 PC와 LCD TV 등에서 LED 수요가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삼성전기의 LED 사업은 올해 4월 삼성전자와 50 대 50의 지분 비율로 삼성LED로 물적 분할됐다. 이에 따라 삼성LED의 실적은 연결기준 실적으로 삼성전기에 반영된다. 박원재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삼성LED는 삼성전자의 LED BLU(백라이트유닛) 소모량의 90%를 납품하고 있다”며 “앞으로 삼성전기의 적정주가 산정 때 삼성LED의 가치를 추가로 반영해야 한다는 점은 삼성전기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LED 시장은 연말로 갈수록 성수기가 다가온다는 점에서 하반기 주가 흐름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설명이다.2분기 이후 삼성전기가 IT주 강세의 선봉에 서자 기관 투자자들도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국내 증시의 ‘큰손’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삼성전기 지분을 8.53% 보유 중이다. 한국투신운용도 6.59% 투자했고 대표적인 장기 투자가인 국민연금도 7% 이상 지분을 갖고 있다.권성률 하나대투증권 IT팀장은 “실적개선이 전 제품군에서 골고루 이뤄지고 있고 고객업체와의 긴밀한 관계가 영업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며 “한 번 반짝하다 말았던 과거의 삼성전기는 이제 잊어도 된다”고 평가했다.다만 부품업체의 특성상 TV 휴대전화 등 완성품 시장의 수익성이 둔화될 경우 2차적으로 영향을 입을 수 있다는 점은 염두에 둬야 한다는 지적이다. PBR(주가순자산비율) 2.4배로 업종 평균보다 밸류에이션(주가수준)이 높은 것도 부담이다. 장정훈 연구위원은 “삼성전기는 과거에도 경쟁 종목에 비해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아 왔다”며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연평균 주당순이익(EPS) 증가율이 67%로 업종 내 평균에 비해 5배가량 높아 고 PBR 상태는 일정 기간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박해영 한국경제신문 증권부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