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개미 황호철-김정환 가치주 논쟁

“요즘 원형지정님 때문에 잘 다니던 직장 관두고 전업투자로 나서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요. 큰일 아닙니까?” (김정환 밸류25 대표)“경제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데 가치주라고 마냥 사서 세월만 낚고 있으면 되는 겁니까? 리스크가 너무 커요.” (원형지정 황호철)두 명의 슈퍼개미는 수인사를 나누면서부터 뼈있는 말을 주고받았다.두 사람은 베스트셀러 ‘슈퍼개미의 투자비밀’에 소개된 인물들 중에서도 투자 스타일이 정반대로 엇갈리는 슈퍼 개미들이다. 김 대표는 가치투자로만 1만 7000%의 수익률을 거둔 반면 황 씨는 ‘주식은 들고 있으면 무조건 패한다’는 철칙을 갖고 있다. 두 사람이 최근 최명수 한경닷컴 온라인뉴스국 증권팀장의 사회로 대담을 가졌다.▶김 대표= 가치주는 세 가지 관점으로 봅니다. 청산가치, 자산가치, 배당가치입니다. 기업이 가지고 있는 부동산, 실물, 유가증권 등이 시가총액보다 적은 회사들입니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늘어 기업 가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회사가 가치주입니다. 아파트도 3.3㎡당 얼마를 지불할 것인가를 계산합니다. 주식도 마찬가지입니다. 주당 얼마를 지불할 것이냐, 즉 지불할 금액보다 더 싸다면 가치주입니다.▶원형지정= 가치를 떠나서 가격을 많이 생각합니다. 주식이 모든 정보가 가격에 내재되어 있는 것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주식시장 입문 당시 삼성전자로 실패를 봤습니다. 삼성전자 한 주를 60만 원대에 샀습니다. 2004년 당시 주가수익비율(PER)도 얘기하고 가치에 대해 공부를 많이 했습니다. 120만 원까지 간다고 해서 산겁니다. 나중에 39만 원까지 떨어지면서 가치주를 버리는 계기가 됐습니다. 2006년에 D그룹 관련주를 샀는데 세무서에 근무하는 알고 있던 동생이 큰일 났다는 메시지를 전해왔습니다. 알고 보니 분식회계가 적발된 것이었습니다. 현재가치도 모르면서 미래가치를 평가할 수 없습니다. 저 같은 개인이 현재, 미래가치를 따져서 선점하기는 너무 어렵기 때문에 버렸습니다. 그렇다고 가치투자를 안하는 것은 아니고 부도 안날 종목 위주로 삽니다. 주도적인 매수자가 있고 살만한 주식이 되느냐를 따집니다. 가치가 얼마인지는 모르지만 사놓고 기다릴 수는 없는 것 아닙니까? 가치주 투자는 현재가치와 내재가치를 따져 괴리율과 수익성을 보는 것입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주가를) 올려놓아야 합니다. 현재 가치나 내재가치를 보고 매수 주도세력이 끌어올리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김 대표= 원형지정의 말처럼 누군가 올려줘야 되는데 누군가 올려줄 수 있는 주식, 즉 이슈화 될 수 있는 ‘끼’가 있는 종목이 삼천리자전거였습니다. 삼천리자전거는 3년 전부터 매입했다가 현재는 팔고 없습니다. 정부정책이 자전거에 유리한 방향으로 간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어젠가는 뜨게 되어 있었던 겁니다. 웰빙 도시, 공영 자전거 이런 측면에서 말입니다. 경기고점에서 삼천리자전거는 언제나 경기방어적 강점이 있습니다. 삼천리자전거 매수 관점은 ‘현재의 저평가주’이고 현재 재무제표 상에서 ‘손해는 보지 않겠구나’라는 생각에서 대량 매수했던 것입니다.▶원형지정=동의할 수 없습니다. 저도 8000~9000원에 삼천리자전거를 샀었습니다. 그런데 유상증자하고 떨어져 손절해야 했고, 다시 1만4000원에 들어가 2만 원에 팔고 나왔습니다. 당시 저는 삼천리자전거는 테마주이기 때문에 샀습니다. 하지만 시장관점에서 보면 주식은 폭탄 돌리기 게임입니다. 개인투자자들은 결국 손해 보게 돼 있습니다. 저는 현금론자입니다. 주식을 갖고 있어도 팔아야 현금이 나오는 것 아닙니까? 주식은 떨어지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가격지표와 그 시대의 테마, 거래량을 봐야 합니다. 김 대표는 삼천리자전거를 가치주로 봤지만 저는 테마주이기 때문에 매매를 했습니다.▶김 대표= 우리나라 자전거 점유율이 55%, 100만대 돌파하는 등 실적이 증가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국내 공장을 폐쇄하고 생산시설을 중국으로 옮기면서 수익성도 개선됐습니다. 당시 배당률도 5%였습니다. 공장매각으로 현금도 들고 있었습니다. 이 정도면 ‘지금 들어가도 상관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원형지정은 거래량을 만들 때 들어가지만 저는 거래량이 거의 없을 때, 즉 선취매하고 남들이 몰랐을 때 먼저 들어간 것입니다. 그래서 서로 투자 유형이 다릅니다.▶원형지정= 그러나 가치주라고 판단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게 사실 아닙니까? 한두 푼도 아니고 많은 돈을 투자하면서 판단이 옳은지 여부를 모릅니다. 누군가는 (주가를) 올려줘야 합니다. 저도 주식 매수 시 지분 분포 등을 다 따집니다. 자사주 여부까지 파악하고 들어갑니다. 많은 사람들이 같은 주식을 쥐고 있다면 특정 매집자들이 끌어올리는데 고점가면 물량 나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10~20%를 샀다면 자신이 거래량을 일으키며 빠져 나와야 합니다. 저는 3개월 이상 보지 못합니다. 최근에도 미국 고용지표가 악화돼 주가가 빠졌는데 이렇게 급변하는 상황을 어떻게 알 수 있습니까? 김 대표같이 미래 통찰력이 있다면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통찰력이 없습니다. 필요한 주가수익비율(PER)이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보지만 이는 참고 기준일 뿐입니다. 매매기준은 아닙니다. 하지만 제대로 된 가치를 볼 수 있는 사람이 없습니다. 일부의 특정 소수 전문가나 내부자를 끼지 않고는 그 회사 내막을 알 수 없습니다. 저도 다른 것은 안 보지만 어음발행 현황이 어떻게 돼 있는지는 봅니다. 이렇게 각종 지표와 증권사 분석보고서 등을 보고 괜찮은 종목이라고 생각되면 거래량이 일어나면서 가격 변동이 있는 것을 삽니다.▶김 대표=그럴 수 있습니다. 분식회계 등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제가 보는 자산가치주는 새로운 자산가치, 이를 테면 영업 쪽에 사용하지 않는 토지 등이 실제로 용도 변경으로 상업용으로 바뀌어 있거나 하는 것입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부실채무나 어음 등 드러나지 않는 것입니다. 이런 것은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가치투자도 힘들지만 원형지정의 방식도 개인이 따라하기엔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직업을 갖고 있으면 힘들기 때문입니다. 가치투자는 여유 있는 사람이나 직업 있는 사람들이 좋습니다. 가치투자의 약점을 보완하려면 한 종목이 아닌 포트폴리오로 메울 수 있는 투자를 하면 됩니다. 전략적인 배분을 통해 가치투자를 해야 합니다. 개인들은 저나 원형지정 방식 모두 힘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직업 있는 사람들은 제 방식이 낫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직장생활을 실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원형지정=개인투자자에게 가치투자가 유효하지만 가격투자를 접목시켰으면 합니다. 김 대표는 적절한 분석과 분할매수가 가능하지만 그렇지 못한 직장인들은 어떻게 해야 합니까? 가치에 대해 공부를 하되 수급과 가격 정도는 기본으로 알고 매수해야 한다는 겁니다. 특히 수급이 일어나는 시점에 들어가야 합니다.▶김 대표= 현재는 다우기술과 키움증권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키움증권은 대주주인 다우기술이 지분 54%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원형지정과 같은 개인투자자로 인해 수혜도 입고 있습니다. 다우기술은 본업에 충실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자산가치주인 성창기업지주입니다. 토지보상이 12월에 나옵니다. 시가총액이 1000억 원 정도인 회사에 현금 2500억 원이 들어옵니다. 증권주 중에서는 대우증권 우선주도 배당주로 유망합니다. 가치투자 기간은 6개월에서 1년 정도입니다.▶원형지정= 다우기술이 좋다는 것은 알지만 안 사는 이유는 가격차트의 방향성이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어디로 갈지 모릅니다. 가치 수렴 시에는 주가가 상승하겠지만 저는 그 때를 모릅니다. 그래서 저는 눈으로 보고 삽니다. 프리미엄을 주고서라도 삽니다. 강남 아파트는 학군 프리미엄이 있지 않습니까? 방향성을 보고 들어가야 합니다. 방향성이 나오기 위해서는 돈이 있는 사람, 즉 모멘텀 투자자가 와서 붙어줘야 주가가 오릅니다. 승자의 게임은 돈 있는 사람의 논리입니다. 저는 1차적으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LG전자를 샀습니다.▶김 대표= 가치를 본인이 분석해 봐야 합니다. 본인이 분석하지 않으면 그 종목에 신뢰를 담는 수량 자체에 한계가 있습니다. 자기가 분석하는 능력을 갖춰야 합니다. 시간을 죽이는 투자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현금흐름을 일으키면서 적립식으로 천천히 갈 수 있다면 개인도 성공할 수 있습니다.▶원형지정=일반인들이 주식투자하는 것은 반대합니다. 승산이 없습니다. 이기는 방법은 현금을 쥐고 있다가 대세상승장에 들어와야 하는데 문제는 그 시점을 모른다는 것입니다. 저도 2007년에 절망해서 모든 것을 걸었던 것입니다. 저는 정 들어오고 싶다면 분석의 한계가 분명한 만큼 현금을 갖고 하라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사서 기다리지 말고 현금 보유기간을 길게 가져가야 합니다. 자기가 직접 투자해 적은 돈으로 이겼던 구간이 있다면 현금을 가지고 그 조건이 올 때까지 기다려라 합니다.▶김 대표= 과거 경제 위기 때를 보면 경제 대공황 시절에도 회복하는데 3개월이 걸렸고, 외환위기 시절에는 18개월이 소요됐습니다. 현재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12~14개월째입니다. 주식저점은 확인됐습니다. 세계적으로도 중국이 (경기부양을 위해) GDP(국내총생산)의 6%를 투자했습니다. 그에 따라 통화량이 증가했습니다. 우리나라나 미국 같은 경우 총 유동성(M2)이 증가하지 않았으나 중국은 M2가 올랐습니다. 경제지표들이 플러스로 돌아서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중국과 함께 가는 동조화(커플링)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도체 등에서 수혜를 볼 것입니다. 인도 중국이 우리나라 가까이 있다는 게 행복한 일입니다. 하반기에 강하게 상승할 것입니다. 주식을 한 달 안에 담아야할 시기입니다. 코스피 지수는 올해 1800까지 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남아 있는 기간이 짧아 전고점인 2000보다 20% 할인된 지수대까지는 갈 겁니다.▶원형지정= 지난 5월과 6월에는 답답했습니다. 5월에는 손실을 좀 봤고 6월은 관망했습니다. 어디로 갈지 모르겠지만 저는 가격 기준으로 볼 때 매수권역에는 들어왔다는 생각입니다. 이제 주도주가 필요합니다. 현재 매수에 동참한 종목은 대형 IT주 중에서 삼성전자, 하이닉스, LG전자 정도입니다. 금융주 중에서는 은행주를 사고 있습니다. 코스피 지수는 1500대까지 강력한 매물대가 있는 구간이어서 현재까지 지지부진했습니다. 하지만 소화과정을 거쳐 1700∼1750까지는 무조건 간다고 봅니다.정리=한경닷컴 변관열ㆍ오정민 기자 bky@hankyung.com사진=한경닷컴 김기현 기자 k2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