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호 윌리엄 그랜트 앤 선즈 코리아 대표
위스키의 본 고장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큰 주류 회사 ‘윌리엄 그랜트 앤 선즈’가 올 1월 한국법인을 설립했다. 윌리엄 그랜트 앤 선즈 코리아의 대표이자 동북아 지사장인 박준호 대표를 만나 이 회사가 생산하는 몰트 위스키의 매력과 향후 사업 구상에 대해 들어봤다. 세계적으로 위스키 시장이 커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증류되고 숙성되는 과정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향과 맛을 지니게 되는 ‘몰트 위스키’의 인기가 높다. 특히 하나의 증류소에서 생산된 원액만을 사용하는 ‘싱글 몰트 위스키’는 해당 증류소의 역사를 온전히 품고 있는 매력적인 위스키임에 틀림없다. 정통성을 강조하기 위해 윌리엄 그랜트 앤 선즈에서 ‘싱글 몰트 위스키’라는 말을 처음 사용했다고 한다.전 세계 판매량 1위 ‘글렌피딕(Glenfiddich)’을 만드는 윌리엄 그랜트 앤 선즈는 어떤 회사인지 박준호 대표에게 물었다. “한마디로 위스키를 만드는 장인들의 땀과 숨결이 서려있는 회사죠. 1886년 윌리엄 그랜트와 그의 아들들이 설립한 회사로 대대로 가족 경영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위스키의 맛을 지켜내기 위해서죠. 싱글 몰트 위스키인 글렌피딕을 비롯해 100% 수제 싱글 몰트 위스키 발베니(The Balvenie)가 가장 대표적인 제품입니다.”윌리엄 그랜트 앤 선즈는 전 세계 190개 국으로 위스키를 수출하고 있다. 그런데 하필 경제가 어렵다고 하는 지금 한국에 현지법인을 설립한 이유는 무엇일까. “글렌피딕의 한국 시장 성장 속도는 지난 5년간 연평균 20%에 육박했습니다. 전체 위스키 시장 점유율이 낮아지고 있는 시점에서, 한국 시장의 변화는 굉장히 고무적인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무한한 성장 잠재성이 내재된 시장입니다.”싱글 몰트 위스키가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물었다. 박 대표는 “싱글 몰트 위스키가 갖고 있는 독특한 향과 맛 때문이겠지요. 브랜드마다 지니고 있는 고유함과 다른 사람과 차별화하고 싶은 소비자의 욕구가 맞아 떨어진 것이 아닐까요”라며, “한국시장에서 싱글 몰트 위스키가 보이고 있는 성장세도 몇 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는 한국의 위스키 문화가 발전했다는 점이며, 두 번째는 술을 취하기 위해 마시던 ‘폭탄주 문화’가 위스키를 오감으로 느끼며 고유의 향과 맛을 즐길 수 있는 문화로 바뀌어가고 있다는 점입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또 한 가지가 있다면 주류 문화가 다양화 됐다는 것입니다. 소주, 맥주, 블렌디드 위스키, 와인에서 싱글 몰트 위스키, 일본 사케, 보드카, 샴페인에 막걸리까지. 이러한 다양성은 주류 문화를 더욱 풍성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덧붙였다.싱글 몰트 위스키는 제조 방법부터 다르지 않을까. 글렌피딕은 어떤 생산 경로를 거치는지 궁금해졌다. “윌리엄이 1887년 글렌피딕을 첫 증류한 이래 지금까지 전통적인 생산 방식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원액 숙성통인 오크통을 만드는 기술자(Cooper)부터 증류, 숙성, 병입의 전 과정을 책임지는 몰트 마스터까지 수십 명의 전문가들이 글렌피딕을 고유의 방법 그대로 만들고 있지요. 스코틀랜드 스페이사이드 지역 청정수인 ‘로비 듀(Robbie Dhu)’와 선별된 최고급 맥아를 기본 원료로 하고 있습니다. 로비 듀를 보호하기 위해 인근 지역을 포함 495만㎡의 토지를 구입해 천연상태로 보존하고 있습니다.”현재 글렌피딕은 몰트 마스터 ‘데이비드 스튜어트(David Stewart)’가 만들고 있다. 1945년 스코틀랜드에서 태어나 1962년 윌리엄 그랜트 앤 선즈사에 입사한 이래 46년간 마스터 블렌더 & 몰트 마스터로 근무하고 있는 것. 글렌피딕 외에 발베니와 블렌디드 위스키 그랜츠도 책임지고 있다. “100% 수제 몰트 위스키 발베니는 직접 보리를 경작해 발베니 원료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제조 방식도 과거 위스키를 제조하던 전통적 방식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지요.” 데이비드 스튜어트는 직접 만든 발베니의 병 라벨에 오크통의 생산 일자와 번호, 위스키의 병입 일자와 고유번호 등을 일일이 손으로 기재한다.그렇다면 한국 소비자들이 특별히 선호하는 제품은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한국 사람들은 단맛이 나는 것을 ‘순하다’고 표현하며 많이 찾고 있습니다. 글렌피딕 12년산의 경우 신선한 과일향이 나기 때문에 부담 없이 즐기기에 좋으며, 15년산은 달콤한 맛이 많이 납니다. 100% 수공으로 만들어 글렌피딕보다 고가인 발베니는 국내에 아직 많이 알려진 편은 아닙니다. 하지만 한번 마셔본 사람은 단골이 될 수밖에 없는 위스키죠. 발베니 더블우드 12년산은 달콤한 꽃 향으로 여성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습니다.”박 사장은 이어 “싱글 몰트 위스키는 각 브랜드별로 독특한 개성을 가지고 있는 술입니다. 때문에 ‘위스키는 몇 년산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나와 잘 맞는 위스키가 어떤 위스키냐’는 것이 중요하죠. 자신에게 어울리는, 자신의 입맛과 취향에 어울리는 술이 어느 것이냐가 중요합니다”라며 “싱글 몰트 위스키를 잘 즐기고자 한다면, 먼저 자신에게 어울리는 위스키를 선택했다 하더라도 조금은 도전적으로 그리고 다양하게 위스키를 즐기세요”라고 강조했다.한국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 특별히 생각한 마케팅 전략이 있는지를 물었다. 박 사장은 “술은 사람의 신분을 나타냅니다. 오피니언 리더들의 영향력이 대중에게 영향을 미치지요. 앞으로 VVIP만을 위한 다양한 고객관계관리(CRM) 시스템을 만들 예정입니다. 글렌피딕뿐만 아니라 발베니의 고객 스펙트럼도 넓히기 위해 다양한 체험 마케팅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100% 수제 싱글 몰트 위스키의 격에 맞는 프레스티지 제품으로 자리매김하게 할 계획입니다”라고 밝혔다.앞으로 윌리엄 그랜트 앤 선즈 코리아는 국내에 희소성 높은 리미티드 제품을 계속해서 소개할 계획이다. 올 8월에는 글렌피딕 빈티지 리저브 1975와, 발베니의 리미티드 17년산을 내놓을 예정이다. 박 대표는 “한국 소비자들의 취향을 고려한 리미티드 제품도 별도로 만들고자 계획하고 있다”며 “앞으로 다양한 제품과 품질의 싱글 몰트 위스키가 보급돼 한국 시장이 고성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윌리엄 그랜트 앤 선즈 코리아 대표조지 워싱턴 MBA 졸업OB 맥주 버드와이저 브랜드 매니저CJ 게토레이 브랜드 매니저한국 코카콜라 탄산 그룹 매니저 & 신상품 총괄유니레버 코리아 마케팅 중역 및 식품 사업 총괄윌리엄 그랜트 앤 선즈 동북아시아 지역사장글 김가희·사진 서범세 기자 holic@moneyro.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