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베트남 상장기업 1호 미래JSC 신영식 대표
근 베트남 정부는 호찌민 증시에 상장된 자국 기업의 해외상장을 지원하기 위해 이례적인 조치를 취했다. ‘모든 베트남 기업은 외국인 지분이 49%를 넘을 수 없다’는 조항을 해외 상장기업에는 적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베트남 정부는 그동안 자국 기업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이 조항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외자유치를 적극 추진하기 위해 이를 포기한 것이다.베트남 정부의 정책을 바꿔놓은 기업은 호찌민 증시에 상장돼 있는 미래JSC다. 이 회사는 2001년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기업이지만 지난해 현지 상장을 통해 베트남기업으로 탈바꿈했다. 올해는 코스닥 상장을 통해 국내에서도 자금조달을 추진하고 있다. 신영식 대표는 “올해 베트남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코스닥에 상장할 예정”이라며 “미래JSC가 베트남기업들의 한국증시 상장에 물꼬를 트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미래JSC는 하노이 증시에 상장돼 있는 관계사 미래화이바JSC와 함께 한국계 기업으로는 유일한 베트남 상장기업이다. 이들은 국내 기업인 미래화이바테크가 지난 2001년과 2004년 각각 호찌민과 하노이에 설립한 베트남 현지법인으로 패딩 퀄팅 등을 전문으로 하는 섬유업체다. 그러나 신 대표는 베트남에서 사업을 본격화하기 위해 이들 기업을 현지에서 상장시키면서 외국인 투자기업이 아닌 베트남기업으로 만들었다. 신 대표는 “100% 외국인 투자기업으로 남아있으면 자산취득이나 사업품목 선택 등에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비즈니스 규모를 키우려면 아예 현지기업화하는 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실제 미래JSC의 상장 이후 다른 한국기업들도 현지 증시에 상장을 모색하고 있다. 신 대표는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올해 중 1개의 한국기업이 베트남 증시에 상장을 할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호찌민증시에 외국계 기업 7개가 상장돼 있지만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현재 미래 관계사들은 서울의 미래화이바테크가 베트남에서 만들어진 제품을 군에 납품하는 업무와 원부자재 구매를 담당하고 미래JSC와 미래화이바JSC는 현지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분업체계로 운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신 대표는 절반은 서울, 절반은 베트남에서 생활하면서 회사를 관리하고 있다. 또 1600km 거리인 하노이와 호찌민을 수시로 오가고 있다. 그가 운영하고 있는 미래JSC와 미래화이바JSC는 베트남 패딩 시장에서 시장점유율 35%로 대만과 현지 업체들을 제치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미래가 생산하는 패딩은 나이키 리복 콜럼비아 등 유명의류 브랜드의 겨울용 재킷에 사용되고 있다.신 대표는 3군사관학교를 졸업한 군인 출신이다. 대위로 전역한 그가 택한 첫 직장은 당시 상장사인 한국물산. 그는 한국물산에서 군납을 담당하는 특수사업부를 맡아 탄탄대로를 달렸다. 군 당국에 군수품의 성능을 개량하는 아이디어를 수시로 내면서 군납시장에서 입지를 구축했다. 이런 노력을 인정받아 한국물산의 영업 전체를 책임지는 영업총괄임원으로 승진하기도 했다.그런 그의 운명을 바꿔놓은 것이 외환위기였다. 한국물산은 1992년 비코물산이라는 베트남진출 1호 한국기업을 세운 섬유업체였다. 일찌감치 해외시장 확보에도 성공해 외환위기 당시에도 큰 문제없이 회사가 운영되고 있었다. 그러나 창업주가 회사를 M&A세력들에게 넘긴 것이 화근이 됐다. 외환위기 상황에서 무리한 M&A를 하다가 흑자부도를 낸 것이다. 신 대표는 “당시 회사는 영업에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군납부문을 맡아 회사를 창업하게 됐다”며 “창업 후 첫해부터 매출 30억∼40억 원을 내면서 안정적인 성장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2000년 이후 신 대표는 베트남으로 눈을 돌렸다. 당시 국내 섬유업체들은 인도네시아 중국 등으로 진출했다가 노사분규와 고임금 등을 이유로 베트남으로 방향을 틀려고 하는 시기였다. 사업차 수시로 베트남을 드나들던 신 대표는 비코물산 출신인 후배들이 함께 일해보자는 권유를 해오자 이를 기회로 생각하고 미래JSC를 세웠다. 현재 미래JSC와 미래화이바JSC에 근무하는 주요 한국인 직원들은 이미 한국물산 시절부터 신 대표와 일을 함께 해온 후배들이다. 또 이들 회사에 근무하는 베트남 직원들 중에는 비코물산시절부터 일하던 기술인력들도 상당수 포진해 있다. 신 대표는 “비코물산의 영업 마케팅 인력을 그대로 흡수하면서 비코물산이 하던 사업까지 고스란히 흡수할 수 있었다”며 “덕분에 회사가 조기에 정착돼 순탄하게 성장을 했다”고 회고했다.신 대표는 베트남이 한국기업이 진출하기에는 가장 좋은 시장 중의 하나라고 말한다. 우수한 노동력, 저렴한 임금, 정부지원, 외국인에 대한 호감, 치안상태 등을 감안하면 인도네시아나 중국에 비해서도 훨씬 낫다는 것이다. 최근 라오스 캄보디아 등이 새로운 생산기지로 떠오르고 있지만 인프라를 감안하면 아직도 베트남이 낫다는 게 신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섬유산업은 베트남에서 성장산업이지만 현지 업체들은 초기 시설비가 많이 들고 기술적 수준이 미치지 못해 시장진입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섬유업체들은 앞으로 최소 10∼20년은 베트남에서 성장의 과실을 따먹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신 대표는 최근 회사의 사업다각화를 적극 모색하고 있다. 봉제업체에 납품하는 패딩 퀄팅 전문 업체에서 벗어나 침구류와 침대 등을 직접 생산해 판매하는 내수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 베트남 사람들은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이불 베개 등 침구류를 사용하는 비율이 급속히 높아지고 있다. 또 바닥이 습해 매트리스나 침대를 이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 회사는 견면 매트리스를 제작해 지난해부터 판매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개별스프링이 내장된 침대를 제작해 자체 브랜드로 판매를 시작했다. 덕분에 올해 매출은 호찌민의 미래JSC 기준으로 1000만 달러를 넘을 전망이다.섬유기계 제조업도 미래JSC의 새로운 성장사업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부터 솜을 압착해 매트리스나 가구 등에 충전재로 쓸 수 있도록 해주는 기계를 개발, 베트남 기업에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 이 분야에서 2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는데 올해는 이미 수주량이 200만 달러를 넘었다는 설명이다. 신 대표는 “베트남 기업들은 경공업에서 바로 IT등 첨단산업으로 이동하면서 제조업에 공백을 겪고 있다”며 “베트남은 물론 인도네시아 미얀마 쪽에서도 수출상담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현재 호찌민에 상장된 미래JSC는 코스닥 상장을 위해 지난해 동양종금증권과 주간사 계약을 맺었다. 상장이 성사되면 베트남기업의 최초 국내 상장이 되는 셈이다. 이와 관련, 베트남정부는 이미 미래JSC의 800만 달러 신주발행을 승인했다. 또 베트남증권위원회(SSC)의 부방 위원장은 최근 거래소에 보낸 서신을 통해 “양국 간 자본시장의 교류를 촉진하기 위해서 미래JSC의 한국 상장을 거래소가 적극적으로 추진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신 대표는 “상장으로 조달한 자금은 베트남 중부지방에 있는 다낭에 새로운 공장을 짓는 데 쓸 계획”이라며 “미래JSC는 한국시장 상장을 통해 베트남 전역을 커버하는 종합섬유업체로 도약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미래화이바테크 대표경북 상주함창고등학교인천대학교 경영학과중앙대 대학원한국물산 이사글 김태완·사진 김기남 기자 twkim@hankyung.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