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케가 지닌 제5의 맛은 ‘감칠맛’이죠”

기심으로 시작했는데 공부하다보니 사케 하나에서도 일본의 저력을 찾을 수 있겠더라고요. 사실 사케는 백제가 전해준 술이라는 학설도 있습니다. 일본 사케 책에 나와 있는 얘긴데, 옛날 백제인들이 일본으로 오면서 사케도 함께 왔다는 것이죠. 그런데 지금 보세요. 일본은 사케를 제대로 상품화시켜 세계로 내다팔고 있지만 우리는 세계인들에게 내놓을 민속주 하나 없잖습니까.”김소영 르클럽드뱅 강남점 점장은 사케를 볼 때마다 부럽기도 하면서 한편으로 화가 난다고 말한다. 일본술연구회에서 발급한 공인 기키자케시(사케 감별사)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는 김 점장은 “사케는 하나부터 열까지 너무도 체계화돼 있다”면서, “일본은 사케의 무한한 가능성을 빨리 파악하고 상품화시키는 데 앞장섰습니다. 사케 한잔을 보며 일본을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그들의 전략이었죠.”라고 말했다.사실 처음 일본에 갔을 때만 해도 김 점장은 사케에는 문외한이었다. 2000년 소믈리에 자격증을 따기 위해 유학길에 올랐지만 시간이 갈수록 정작 그의 관심은 사케 쪽으로 기울었다. 일본 유학 중 처음 가본 이자카야에서 마신 사케를 그는 지금도 잊지 못한다. 일본 전역에 산재해 있는 사케 명산지를 돌면서 그는 여러 사람을 만났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은 자신과 나이가 같았던 양조장 여사장. 결혼도 생각지 않고 오로지 사케에 인생을 바쳤다는 그녀를 보며 일본인들의 집념을 느꼈다. 김 점장은 기키자케시 공부를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을 묻는 질문에 “사전에도 안 나오는 일본 고어를 찾아가며 공부한 것”이라고 말한다. “사케의 매력은 향입니다. 보통 맛을 표현할 때 달고, 짜고, 맵고, 쓰고만 생각하죠. 사케에는 이 4가지 맛 외에도 한 가지가 더 포함돼 있습니다. 바로 감칠맛입니다. 미국, 유럽 사람들은 이 맛을 이해하지 못하지만 우리는 이게 뭔지 알 수 있죠. 온도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로 변하는데 와인으로 치면 레드와 화이트 와인 향이 모두 담겨져 있습니다.”결국 그녀는 와인 소믈리에와 기키자케지 자격증을 동시에 땄다. 한국인으로 기키자케시 자격증을 딴 것은 두 번째고 와인과 사케 관련 자격증을 동시에 갖고 있는 것은 그녀가 유일하다. 기키자케시는 소믈리에처럼 음식에 맞는 사케를 골라주고 소비자에게 사케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지난 3월 그녀는 일본에서 공부한 자료를 정리해 국내에선 처음으로 사케 전문서적(사케 流·김혜주 공저)을 발간했다. “우리도 소주, 막걸리를 상품화시켜야 합니다. 일본이 하는 것부터 차근차근 따라가면 분명 가능성이 있습니다. 기회가 되면 우리 민속주를 세계화시키는 일을 해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