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REPORT] 전 세계 부호 지갑 여는 럭셔리 메디컬의 세계
세르즈 사르키샨 아르메니아 대통령이 한국에서 수억 원대의 건강검진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알려지면서 중동, 러시아, 중국 부호들까지 초고가 건강검진이나 줄기세포 시술 등을 받기 위해 방한, 국내 병원을 찾고 있다. 2박 3일에 걸쳐 양전자방출컴퓨터진단촬영(PET-CT)을 하는 특급 검진 등 수천만 원대 의료 서비스부터 소수의 회원제로 운영하는 아산 프리미엄 멤버십, 럭셔리 메디컬 휴양지로 소문 난 더클래식500 등 국내 의료기관 최고급 프리미엄 서비스의 면면을 살펴본다.



입회비 1억7000만 원+연회비, 세계 최대 규모 차움 국제진료센터

세계 최대 규모의 차움 국제진료센터를 방문한 세르즈 사르키샨 아르메니아 대통령.
세계 최대 규모의 차움 국제진료센터를 방문한 세르즈 사르키샨 아르메니아 대통령.
올해 1월 9일 목요일 오전 서울 강남구 학동사거리 근방 차움 국제진료센터에 검은색 세단 행렬이 경찰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들어섰다. 차움은 차병원그룹이 운영하는 프리미엄 건강관리센터다. 이들은 아시아와 유럽의 경계에 있는 아르메니아의 세르지 사르키샨(61) 대통령 일행이었다. 차움은 이날 본관 3층에 ‘아르메니아 대통령의 차움 방문을 환영합니다’라는 현수막을 아르메니아어와 한글로 내걸었다.

사르키샨 대통령 일행은 총 4명으로 옛 소련연방국가의 전직 대통령, 아르메니아 출신 러시아 사업가 등이 포함됐다. 이 러시아 사업가는 지난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수행해 한국을 찾았고, 이때 차움에서 의료 서비스를 경험했다. 그리고는 지인인 사르키샨 대통령에게 차움 방문을 적극적으로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르키샨 대통령은 공무가 아닌 휴가차 왔다. 이 일행은 8일간 매일 차움을 방문해 프리미엄 건강검진, 줄기세포 보관 시술, 스파 치료, 안티에이징 시술, 운동과 식이 처방, 스포츠 검진 등 토털 서비스를 받았다. 국가원수의 방문이라 이들이 차움에 머무는 동안 국가정보원과 경찰청이 경호를 맡았다고 차움 측은 전했다. 이들은 의료비를 2억 원이나 내고 일주일 만에 한국을 떠났다.
차움의 프리미엄 헬스케어 서비스.
차움의 프리미엄 헬스케어 서비스.
2010년 개원한 차움은 그동안 전 세계 부호와 유명 인사들이 전용기를 타고 올 정도로 대표적인 프리미엄 의료 관광지로 자리 잡았다. 이번에 방한한 사르키샨 대통령 외에도 시나 이스턴, 크리스틴 데이비스 등 할리우드 배우는 물론 중국 여배우 장징추 등도 차움을 자주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명 미식축구 선수 테릴 오웬스도 차움을 찾았다. 중국의 6대 부호인 옌빈 화빈 회장, 캐나다 나이가드 인터내셔널의 나이가드 회장, 카자흐스탄 총리,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왕족도 이곳의 고객이다. 중동 부호들은 한 번 올 때마다 수억 원을 쓰고 간다. 8000만 원짜리 건강검진과 안티에이징 검사, 면역세포 보관, 피부 성형 등을 각각 따로 받기 때문이다.

오는 10월 28일 개원 4주년을 맞는 차움 국제진료센터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명물이 됐다. 프리미엄 검진센터를 비롯해 파워에이징센터, 세포성형센터, 테라스파센터, 베네핏센터(피트니스와 수영장) 등으로 구성돼 있다. 총 5개 층에 2만 ㎡(약 6000평)의 규모로 세계 최대다. VIP 원스톱 검진 시스템을 이용하면 국내 최초로 11개 독립된 공간으로 구성된 개별 셀 안에서 안락하고 전문화된 검진을 받을 수 있다. 장비를 갖춘 의료진이 직접 환자를 찾아온다. 예약을 통해 하루 30명만 검진이 가능하고 오전에 검진을 받을 경우 당일 검진 결과를 알 수 있다. 방사선 노출을 최소화한 컴퓨터단층촬영(CT)을 비롯해 방사선의 양을 최저로 낮춰 주는 방사선 경보 시스템 등 안심 검진 서비스가 제공된다. 질병 가능성을 미리 알 수 있는 유전체 검진도 가능하다. 가격은 남성 496만~1200만원, 여성 520만~1500만 원 선이다.

차움은 오픈 당시 국내 최초의 멤버십 병원으로 화제가 됐다. 회원들은 건강검진과 안티에이징 관리는 물론 줄기세포 보관과 스파 서비스를 함께 이용할 수 있다. 이 서비스를 받기 위한 입회비는 1억7000만 원으로 매년 수백만 원의 연회비를 별도로 내야 한다.

차움 관계자는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 비급여 분야를 중심으로 고급형 서비스가 늘고 있다”며 “단가가 높은 외국인 환자를 대상으로 시작했지만 최근에는 국내 고객들도 계속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SPECIAL REPORT] 전 세계 부호 지갑 여는 럭셔리 메디컬의 세계
VIP 검진 모태, 정몽구 회장 등 재벌 총수 건강 책임
서울아산병원 아산 프리미엄 멤버십
아산 프리미엄 멤버십 이용 시 건강검진을 받는 165.2㎡대 객실.
아산 프리미엄 멤버십 이용 시 건강검진을 받는 165.2㎡대 객실.
서울아산병원은 1990년대 초부터 VIP 검진의 모태라 할 수 있는 ‘2박 3일 숙박검진’을 운영하고 있다. 2008년 5월 병원 신관 증축과 함께 신관 15층에 호텔급의 고급 의료 서비스 공간인 ‘건강증진센터 프리미엄 병동’을 새롭게 선보이면서 VIP 의료 서비스 시장을 열었다. 당시로선 국내 유일의 VIP 전용 병동이었다. 아산병원이 100명 이하의 회원제로 운영하는 아산 프리미엄 멤버십은 건강검진을 받는 동안 165.2㎡(50평형)대 객실은 물론 맞춤 건강 식단을 제공한다. 해외여행이나 출장 시 긴급 의료 지원 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며 전담 주치의에게 365일 건강 상담도 받을 수 있다.

하루에 딱 12명의 고객에게만 객실을 제공한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을 비롯한 현대가(家) 최고경영자(CEO)들과 강신호 동아쏘시오그룹 회장 등 대기업 총수(기업 CEO급)가 주로 이용한다.

전 객실은 욕실 및 조리실이 갖춰져 있고 특실은 부부가 쾌적하게 검사를 받을 수 있게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는다. 또한 고객들의 자세 및 척추 변형, 골반 높이의 차이, 근육의 비대칭 등을 분석해 경험이 풍부한 운동처방사들이 맞춤 운동 상담을 제공하는 ‘운동처방실’과 독립적 공간에서 신체 이완을 돕기 위한 ‘릴렉스룸(Relax Room)’, 여유를 느끼며 책을 읽고 차를 마실 수 있는 휴식공간인 ‘데이룸(Day Room)’,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도심 속 휴식처와 같은 자연친화적 공간인 ‘루프가든(Roof Garden)’ 등을 운영하고 있다. 병원이라기보다는 호텔이나 고급 리조트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아산 프리미엄 멤버십 프로그램은 보통 2박 3일로 진행되는데 비용은 1700만 원대다. 서울아산병원 건강증진센터 관계자는 “프리미엄 건강검진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고, 이 프로그램을 경험한 고객들이 홍보대사가 돼 그 경험을 주위 사람에게 전달하고 있어 입소문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건희 회장, 스타들이 받는 국내 최고가(3500만 원) 검진
삼성서울병원 프리미어 헬스 프로그램
사생활이 강조된 삼성서울병원의 프리미어 헬스 프로그램.
사생활이 강조된 삼성서울병원의 프리미어 헬스 프로그램.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입원해 있는 삼성서울병원은 사생활이 철저히 보장되는 프라이빗 서비스에 있어 단연 앞서 있다. VIP 병실은 병원 20층 입구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경비 직원들이 복도에서 대기하고 있다. 그야말로 철통 보안이다. 안전과 사생활 보호가 철저하게 지켜진다.

삼성서울병원 VIP 병실을 찾은 대표적인 인사로는 이명박 정부 시절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 등이다. 삼성서울병원 VIP 병실이 상류층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병원으로 불리는 이유다. 연예인들도 자주 찾는다. SM 소속 연예인들과 스타 연기자들이 주 고객층이다.

삼성서울병원은 기본적으로 리무진, 에스코트 서비스, 검진 후 1년간 진료 연계 및 관리를 받을 수 있는 2박 3일 건강검진 프로그램 가격을 850만~1200만 원에 내놓고 있다.

또 재작년부터는 해외 VVIP 고객을 대상으로 한 건강진단 ‘최상위급 프리미어 헬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해외 거부(巨富)의 눈높이를 충족하기 위해 마련된 이 프로그램 비용은 3박 4일 기준으로 3500만 원에 이른다.

삼성서울병원의 초고가 건강검진 프로그램은 이 병원에서 기존에 운영하던 ‘인터내셔널 CEO 건강검진 프로그램’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것으로, 최상급 건강검진 외에도 24시간 주치의 콜(call) 상담, 해외 24시간 응급 서비스, 성형·노화방지 상담 등의 특화된 서비스가 추가됐다. 검사 항목은 광범위하고 정밀하게 구성돼 있다. 가슴과 배의 CT,뇌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자기공명혈관조영(MRA),전신 PET-CT 등과 같은 첨단 검진이 모두 포함됐다.

병원 관계자는 “병실은 VIP 특실이 제공되며 VIP 전담 간호사와 통역사가 건강검진 내내 1 대 1로 에스코트하므로 외국인이라도 병원에서 검사받는 데 어려움이 없다”고 말했다. 사후관리 서비스도 눈에 띈다. 수진자는 귀국한 뒤에도 주치의와 전화로 상담할 수 있다. 해외에서 응급상황에 처했을 때 응급 의료헬기로 인근 협약 병원이나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할 수 있는 시스템도 도입됐다. 국내에서 지내는 외국인이 병원을 찾기 힘들면 의료진이 집을 방문해 채혈하고 가정간호 서비스를 제공한다.

최윤호 삼성서울병원 건강의학센터장은 “해외 수진자는 세계 최고급 검진 프로그램까지 요구하기 때문에 이들의 요구 수준을 맞추기 위해 최상위급 ‘프리미어 헬스 프로그램’을 도입하게 됐다”며 “미국, 러시아, 유럽 등지의 VVIP를 대상으로 매년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은 지난해 42개국 2654명의 외국인 VIP 고객이 건강검진을 받았다. 전년보다 30% 정도 증가한 수치다.



호텔 스위트룸에 전담 간호사 배치…시니어타운의 화려한 진화
건국대학교병원 더클래식500
건국대학교병원이 운영하는 시니어타운 더클래식500의 프리미엄 시설들.
건국대학교병원이 운영하는 시니어타운 더클래식500의 프리미엄 시설들.
건국대학교병원이 운영하는 ‘휴(休) 헬스케어’는 건국대 재단이 운영하는 ‘더클래식500’ 펜타즈 레지덴셜 호텔 스위트룸 또는 병원 내 최고급 병실에 숙박하면서 1 대 1 맞춤 건강검진을 받는 프로그램이다.

오전에 건강검진을 받고 오후에 더클래식500의 스파와 헬스를 이용한다. 저녁에는 더클래식500의 레스토랑 ‘라꾸뜨’에서 식사를 하고 밤에는 샴페인이 준비된 스위트룸에서 하룻밤 묵은 뒤 조식까지 제공되는 일정이다.

‘더클래식500’은 체계화된 의료 서비스와 최적화된 시설로 지난해 입주율 100%를 달성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한국교직원공제회에 따르면 전국 실버타운의 개원 후 5년 입주율은 평균 57.4%다. 초기 입주율이 높은 실버타운의 경우도 5년 입주율이 85%에 그친다. 더클래식500은 입주비가 8억~10억 원 정도 되고, 매달 200만 원 정도의 관리비를 내야 하지만 갈수록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비결은 뭘까. 전문가들은 포괄적인 의료 서비스를 첫손에 꼽는다. 더클래식500이 제공하는 의료 서비스는 매우 체계적이다. 실제로 회원들이 가장 만족하는 부분은 ‘메디컬 헬스케어 서비스’다. 더클래식500에 입주하면 가장 먼저 전담 간호사가 배정된다.

전담 간호사는 입주민의 생활습관, 질병 유무, 영양, 수면 등 다양한 분야를 면밀히 살필 뿐 아니라 평소 혈당, 혈압, 콜레스테롤 등을 체크하며 지속적인 건강관리를 시행한다. 또 입주민의 외래 진료 시 동행해 진료 예약부터 진료 상담을 도와주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한 입주민은 “현재 건강 상태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간호사가 24시간 곁에 있는 것은 물론 라이프케어센터에서 전담 간호사와 매일 상담할 수 있어 건강에 대한 불안감이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간호사뿐만 아니라 주치의, 영양사, 물리치료사, 운동처방사로 구성된 전담 건강관리팀은 데이터에 따라 개인별 맞춤식 건강, 운동, 영양관리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골다공증이나 당뇨와 같은 특별 관리가 필요한 질병에 대해 영양사의 맞춤식 식사 처방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더클래식500은 건물 내부부터 시니어를 배려했다. 생활리듬 적응형 실내공조 시스템을 통해 자동 냉난방 및 환기 시스템으로 생활 패턴에 따라 최적화된 상태를 제공한다. 화장실을 비롯한 모든 현관의 턱을 제거해 움직임을 편안하게 했다.

위급 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체계도 잘 갖춰져 있다. 침대, 화장실뿐만 아니라 스파, 피트니스 등 주요 생활 동선에 ‘응급콜’ 버튼을 설치해 위급 상황 시 잡아당기기만 하면 상주하는 의료진의 응급조치를 받을 수 있다. 실제로 더클래식500에서 위기상황에 ‘응급콜’을 누르면 의료진이 즉각 출동, 반경 500m 내 건국대학교병원으로 5분 내에 이송해 준다. 더클래식500에 입주한 박승대(78) 씨는 “최근 화장실에서 통증을 느끼고 쓰러졌는데 응급콜 버튼을 보고 빠르게 달려온 의료진 덕분에 위험한 고비를 넘겼다”고 말했다.



재미교포 대상 서비스 확대, ‘위버 럭셔리’ 서비스로 입소문
서울성모병원 마리안 멤버스
위버 럭셔리 서비스를 운영하는 서울성모병원의 VVIP용 병실.
위버 럭셔리 서비스를 운영하는 서울성모병원의 VVIP용 병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거주하는 미국인 제임스(45) 씨는 얼마 전 서울성모병원 LA지사에서 건강검진 수속을 밟은 뒤 서울 서초구 반포동 평생건강증진센터를 찾았다. 그는 영어가 유창한 VIP코디네이터(도우미)의 안내에 따라 264㎡(80평형) VIP 병실에다 여장을 풀고 정밀 검진을 받았다. 제임스 씨의 가족은 병실 옆에 마련된 침실에서 숙박하며 서울 시내 관광을 즐겼다. 의료진은 검진 결과 보고서를 병실로 들고 와 건강 상태를 자세하게 설명했다.

의료진이 찾은 질환은 수면 무호흡증. 코디네이터는 제임스 씨가 평소 다니는 미국 현지 병원에다 검진 결과를 보낸 뒤 수술 예약까지 해 줬다. 제임스 씨는 의료진에게 “다국적기업 회장으로 승진한 걸로 착각할 만큼 서비스가 환상적”이라고 말했다.

제임스 씨가 이용한 것은 ‘위버 럭셔리’ 검진 프로그램. 위버 럭셔리는 독일어 ‘더 높은’이라는 뜻의 ‘위버(uber)’와 영어 ‘럭셔리(luxury)’의 합성어로, ‘명품 위의 명품’을 의미한다. 이 말은 주로 상품을 지칭할 때 쓰는 용어였지만 VVIP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는 병원에서도 낯익은 용어가 됐다. 서울성모병원엔 올 상반기 500명이 넘는 VIP 고객들이 센터를 찾아 최고급 서비스를 이용했다. 초정밀 검진과 관리 프로그램이 입소문을 탄 덕분이다. 이 병원의 건강증진센터는 최근 시설과 장비를 새로 마련했다. 최첨단 검사 장비를 갖춘 것은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검사 결과를 고객에게 제공하기 위해서였다.

예를 들어 국내에서 보기 힘든 64채널 듀얼 체임버 CT 장비는 맥박 수에 상관없이 심장과 같이 움직이는 장기를 3차원으로 찍는다. 병원 의료진은 “이 장비로 장기에 대해 입체적으로 분석하면 아무리 작은 병변도 찾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 생산된 1.5테슬라(tesla)급 MRI 촬영 장비와 PET는 암세포 조기 발견에 이용되고 있다. PET와 CT의 장점을 합친 PET-CT 장비도 최근에 도입했다. 동맥경화 정도를 측정해주는 ‘VP 1000’ 장비나 심장, 갑상샘, 경동맥, 복부, 전립샘 초음파 기계 등도 새로 들여와 검사의 오차를 줄이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센터는 VVIP 멤버십 프로그램인 ‘마리안 멤버스’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초정밀 건강검진으로 각광받고 있는 이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검진비가 최소 1000만 원이다. 많게는 2000만~3000만 원을 넘기도 한다는 후문이다. 이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고객에겐 전담 주치의가 24시간 건강 상담을 해 준다. 병원은 최근 편안한 서비스와 정확한 검사를 요구하는 고객 수요를 맞추기 위해 100명이 넘는 건강검진 전문팀을 투입했다.

스위트룸 같은 병실과 사생활 보호도 서울성모병원이 내세우는 프리미엄 서비스다. 이 병원 21층에 있는 VIP 병동은 검진센터를 이용하는 고객은 물론 수행원이나 가족이 함께 숙박할 수 있다. 병실은 66㎡(20평형)부터 165㎡(50평형)까지 다양하다. VVIP는 수행원과 가족을 위해 165㎡와 99㎡(30평형)를 동시에 예약하기도 한다. 김영균 서울성모병원 평생건강증진센터장은 “서울성모병원 VIP들이 미국을 방문할 때 LA지사에 상주하는 전문의를 통해 현지에서 응급대처 및 진료 상담을 받을 수 있다”며 “앞으로 재미교포들을 위해 건강검진 서비스를 계속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전직 대통령이 찾는 서울대학교병원·힐링과 검진 동시에 안동병원
주치의와 주치 간호사가 365일 회원 건강을 관리하는 서울대학교병원 건강검진 패키지.
주치의와 주치 간호사가 365일 회원 건강을 관리하는 서울대학교병원 건강검진 패키지.
서울대학교병원도 2000만 원 내외의 초고가 건강검진 패키지로 VIP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서울대학교병원 강남검진센터의 VIP 건강검진 프로그램은 연회비가 1800만 원에 달하지만 100명 내외의 모집 인원은 언제나 꽉 찬다. 이 패키지는 주치의와 주치 간호사가 365일 회원의 건강관리를 체크한다. 김영삼, 노태우 등 전직 대통령과 정계 최고위층 인사들이 주로 이용한다.

서울대학교병원의 VIP 병실 크기는 특실의 2배로 42~82㎡(약 12~24평) 넓이에 환자 가족이나 수행비서가 머무를 수 있는 별실이 따로 있다. 또 조리할 수 있는 부엌 공간과 거실이 따로 분리돼 있고, 화장실도 2개다. 병동 밖으로 나올 필요가 없을 정도의 시설이 갖춰져 있는 것이다. VIP 특실에는 대당 1000만 원대인 최고급 환자 침대가 있다. 침대 옆 단추를 누르면 침대 머리, 허리, 다리 부분을 상하좌우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다만 30여 개의 특실 병동 중 VIP 병실은 4개뿐이라 전직 대통령과 재벌 총수들도 입원을 하지 못하고 돌아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경북 안동병원의 VIP를 위한 병실.
경북 안동병원의 VIP를 위한 병실.
서울대학교병원의 일반 건강검진센터도 VIP 고객을 위한 맞춤형 건강검진 프로그램으로 환자 몰이에 나서고 있다. 서울대학교병원의 VIP 건강검진 패키지에는 올 6~7월에만 300여 명이 VIP 검진을 했다. 지금도 예약이 꽉 찬 상태다.

지방 소재 병원들도 프리미엄 건강검진 경쟁에 가세했다. 경북 안동에 위치한 안동병원은 건강과 휴식을 결합시킨 헬스투어 프로그램을 2007년부터 운영해 오고 있다. 의료 인프라, 친절 서비스, 첨단 의료장비를 활용한 진단 등 안동병원의 차별화된 고품격 건강검진을 낙동강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병원 12층 게스트하우스에서 받을 수 있다. 게스트하우스는 병원 내부에 있으면서 병실과 분리돼 있다. 디럭스룸, 트윈룸, 한실 등을 선택할 수 있다. 가장 고가의 검진은 300만 원이 넘는다. 안동병원 관계자는 “호텔 같은 품격을 갖춘 의료텔은 연평균 400~500여 명이 이용하고 있고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검진, 레저, 학회, 세미나 등의 이용객이 많으며 만족도가 매우 높은 편”이라며 “대도시에서 벗어나 자연을 느끼며 힐링을 하고 건강도 챙길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검진 많을수록 방사선 피폭 등 부작용도
[SPECIAL REPORT] 전 세계 부호 지갑 여는 럭셔리 메디컬의 세계
기존의 보수적이던 의료 분야에서 고가·프리미엄 검진 등 VVIP 마케팅을 펼치는 이유는 소위 ‘돈벌이’가 되기 때문이다. 정부의 저수가 정책과 경기 불황 속에서 일반 다인실 환자 수십여 명을 받는 것보다 초고가 건강검진을 받는 소수의 VIP들을 유치하는 것이 수익성에 더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의사협회, 병원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수도권에서만 30여 곳의 럭셔리 검진센터가 새로 개원했으며, 중소형 전문병원까지 전국적으로 3000여 곳 정도가 검진센터(또는 건강증진센터)를 운영 중이다. 대학병원의 검진 비용은 평균 100만 원대(VIP 검진은 200만~300만 원대)다. MRI 등 고가 검사가 포함되면 비용은 수백만 원이 더 붙는다. 대부분 비급여 항목이어서 병원 입장에선 ‘알짜 수익’이다. 강남 일대 대학병원 검진센터에서는 1000만 원이 넘는 1박 2일 숙박검진도 수두룩하다. 이런 고가 검진은 기본검진(혈액검사·신체측정· 흉부엑스레이·심전도·폐활량·소변·대변 검사+내시경·초음파 중 선택)에 소화기 정밀검진, 뇌졸중 검진, 심장 검진 등을 옵션으로 4~5개 추가해 수백만 원이 더 붙는다. 보통 병원들은 “검사는 다다익선(多多益善)”이라고 말한다. 많은 항목을 검사하면 그만큼 질병이 발견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환자들의 막연한 불안 심리를 이용해 검진 항목을 마구 늘려 놓은 사례도 많다. 패키지형이 대표적이다. 정밀검사를 위한 CT, MRI, PET-CT 등 고가 장비가 총동원돼 비용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때 5000만 원이 넘는 검사를 받아도 예컨대 암 크기가 1cm도 안 되면 발견하기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다. 고려대학교병원 검진센터 관계자는 “검진이 많을수록 방사선 피폭이 늘고 장기를 손상시키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령 CT는 방사선 피폭량이 많아 특별한 병이 없는 한 3년에 한 번이 적당하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국내 검진기관 대부분은 매년 건강검진을 받는 검진자의 CT 촬영을 제한하지 않고 있다. 최만규 한국의학연구소(KMI) 여의도지점 소장은 “많은 검사가 포함된 패키지라고 해서 무조건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라며 “의사와 사전 상담을 통해 건강진단 항목과 검진 주기를 선정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준혁 한국경제 기자 rainbow@hankyung.com | 사진 이승재 기자, 한국경제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