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농부 박영옥의 투자 칼럼-두 번째

투자자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기업의 성장주기에 투자해야 한다. 정보가 아닌 세상의 흐름을 읽고 때론 주주 제안이라는 형태로 기업에 아이디어를 제공할 줄도 알아야 진정한 투자자인 것이다.
[BACK TO BASIC] 투자자는 뛰어난 사장님의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우리 회사는 오늘 역사적인 창업을 했습니다. 앞으로 6개월 이내에 수익을 내지 못하면 폐업하겠습니다. 내년에 경기가 지금보다 더 어려워질 거라는 예측이 있는데 만약 그렇게 된다면 폐업하겠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사장도 없거니와 이런 사장 밑에서 일하려는 사람도 없다. 업종에 따라, 사업 모델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창업한 이후에 의미 있는 수익을 내려면 시간이 걸린다. 경기에 따라, 이런 저런 조건에 따라 적자를 보는 때도 있다. 단기간에 수익이 나지 않는다고, 경기가 나빠진다고 폐업할 거라면 애초에 사업을 시작하지 말아야 한다.


기업 CEO와 투자자의 공통점
사업가라면 장단기 계획을 가지고 열정적이고 뚝심 있게 사업을 일구어 나가야 한다. 전혀 과도한 요구가 아니다. 아주 당연하고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사업가의 자질이다.

‘사업을 한다는 사람이 장기적인 성장 플랜은 없다’, ‘무리를 해서라도 얼른 키워서 팔아먹을 계획을 가지고 있다’, ‘내실보다는 겉으로 보이는 외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수익을 새로운 설비나 기술개발에 쓰지 않고 빼 쓰는 술수를 쓴다’, ‘창업자금에 대한 본전 생각이 강하다’, ‘작은 일만 터져도 자기 불안을 견디지 못하고 직원들을 못 살게 군다’.

만약 어떤 경영자가 이와 같은 요소를 고루 갖추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 망할 확률이 99.9%다. 여러분이 다니는 직장의 사장은 어떤가?

현장의 일은 알지도 못하면서 딴죽이나 거는 사람, 일도 하지 않으면서 제일 큰 방을 차지하고 있는 사람, 그러면서 월급은 제일 많이 가져가는 사람, 조울증이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사람, 많이 주지도 않으면서 월급날마다 생색내는 사람. 직장인의 눈으로만 보면 ‘사장 놈’은 이런 사람 중 하나이기 쉽다.

여러분이 여러분의 직장에 투자하려는 투자자라고 생각하고 여러분의 사장을 객관적인 눈으로 평가해 보라. 그래도 꽤 많은 결점이 보일 것이다. 이미 시각이 굳어져서 객관적으로 보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그럼 여러분이 원하는 사장님은 어떤 모습인가? 레고를 조립하듯 원하는 사장님, 존경할 수 있는 사장님의 모습을 만들어 보시라.

‘완성된 사장님’의 구체적인 모습이 보이는가? 사업을 보는 장기적인 안목, 세상에 대한 통찰과 예측력, 직원들에게 관심을 가져주되 간섭은 하지 않는 자상함, 함께 가면 성공하리라는 확신을 주는 믿음직함 등의 자질이 포함돼 있을 거라고 예상한다. 동의하시는가? 이제 됐다.

여러분이 그린 ‘완성된 사장님’의 모습이 여러분이 지향해야 할 ‘완성된 투자자’의 모습이다. 망할 확률 99.9%의 사장님을 보라. 실패하는 투자자의 전형과 너무나 닮았다. 기업의 성장주기를 보지 않고 단기 투자를 한다, 기업의 내용과 관계없이 주가만 오르면 좋아한다, 마이너스로 기록돼 있는 수익률을 보면서 괴로워한다, 몇 %만 떨어지면 불안해서 견디지 못한다.

반면 ‘완성된 사장님’ 같은 투자자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기업의 성장주기에 투자한다, 정보를 찾지 않고 세상의 흐름을 읽는다, 기업과 소통하면서 주주 제안이라는 형태로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큰 흐름을 보면서 주가의 등락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찬찬히 비교해 보면 이상적인 사업가와 이상적인 투자자는 서로 닮았음을 절감하게 될 것이다.

하나 더. 수익률만 밝히는 투자자가 바람직하지 않듯이 이윤을 너무 많이 내는 사장님도 바람직하지 않다.

기업은 우리 삶의 터전이다. 우리의 생활은 기업이 제공하는 상품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우리 주위에서 기업이 제공한 모든 상품이 사라진다면 원시시대와 다를 바 없는 생활을 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소비자들이 기업에 의지하고 있다는 뜻은 전혀 아니다. 소비자들이 없다면 기업은 존재할 필요가 없다. 삶의 터전을 제공하는 것이 기업의 존재 이유이고 존재 방식이다. 그러므로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삶의 터전이 너무 비싸다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적정한 이윤을 내는 기업을 좋아한다. 이윤을 많이 내면 기업의 가치가 상승하고 따라서 주가도 상승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다. 이론적으로만 보면 그렇지만 여기에 기업가의 탐욕이 개입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쥐꼬리만큼 배당하는 등 온갖 방법으로 기업을 저평가하게 만드는 기업가가 적지 않다. 그러면 투자자들은 지쳐서 투자를 철회하게 되고 주가는 하락한다. 그다음 준비된 수순은 상속이다. 이처럼 돈만 밝히는 기업가는 언젠가 여러분의 돈도 탐할지 모른다.


쉬운 투자는 길이 아닌 수렁
‘기업가처럼 투자하라’는 말이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처럼 여겨질 수 있다. 그러나 도박하듯이 투자하면 피폐한 정신, 망가진 몸, 텅 빈 잔고와 같은 도박의 결과를 얻게 된다. 투자하는 순간 그 기업의 경영자라고 생각하고 사업을 하듯이 투자를 이어나가야 사업의 성과를 공유할 수 있다. 이렇게 성과를 공유해 온 덕분에 나는 오늘날의 자산을 이룰 수 있게 됐다.

그래도 동의가 되지 않는다면 먼 훗날을 생각해 보자. 여러분이 주식투자로 부자가 됐을 때 자녀가 이렇게 물을 수 있다.

“아빠, 주식투자는 어떻게 해야 해요? 아빠는 어떻게 했어요?”

여러분의 자녀 역시 기업이 제공한 삶의 터전에서 기업 성장의 과실을 공유하면서 살아야 한다. 그런 아들에게 “응, 주식투자는 노름하듯이 하면 된단다”라고 답해 줄 수는 없다. 10만 번의 행운이 따라서 도박 투자로 돈을 벌었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그날 어떤 대답을 하고 싶은가?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여러분이 어떤 투자자가 될 것인가에 달려 있다. 지금부터 그 질문의 대답을 만들어 가야 하는 것이다. 부자라는 목적지로 가려는 여러분 앞에 두 갈래 길이 있다. 하나는 어려워 보이고 다른 하나는 쉬워 보인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쉬워 보이는 길에 끌린다. 이왕이면 쉽게 목적지에 가고 싶다. 그러나 그 길의 끝은 우리의 목적지가 아니다. 기업가처럼 투자하는 길은 어렵다. 그러나 여러분을 목적지로 데려다주는 길이다.

여러분의 목표는 쉽게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투자를 통해 부자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부자가 되는 길 중에 쉬운 길은 없다. 여러분이 투자자로 살아가는 동안 쉬워 보이는 길, 쉽게 투자할 수 있는 길이 보인다면 그 길은 길이 아니라 수렁이라는 사실을 떠올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