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창업’ 선언한 BS금융

부산을 거점으로 한 BS금융그룹의 크고 작은 행보에 업계 관계자들을 비롯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7월 중순에는 부산은행이 광주광역시에 처음으로 영업점을 오픈했고, 몇 해 전부터 시동을 걸어 온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에도 드라이브를 걸었다. 빅 이슈는 따로 있다. 오는 10월 경남은행 인수가 마무리되는 것. 이로써 자산 규모 85조 원의 중형 금융그룹이 된 BS금융은 한국스탠다드차타드금융(60조), 한국씨티은행(54조)을 제치고 서열 7위로 올라섰다. 지방은행계의 ‘맹주’ BS금융의 질주가 시작됐다.


최근 부산은행은 문현금융단지 내 신축되는 본점 입주를 앞두고 ‘제2의 창업’을 선언했다. 이로써 범일동 본점 시대를 접고 문현동 본점 시대를 열게 된 부산은행은 ‘사회공헌부’와 ‘정보보호부’를 신설하는 등 조직을 개편하고 한 단계 더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부산은행과 BS금융그룹은 본점 신축을 계기로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지방은행 본연의 역할을 더욱 충실히 하고, 이와 함께 부산이 향후 세계적인 금융 허브로 도약하는 데 앞장선다는 계획이다. 그 배경에는 문현동 본점 입주와 시기가 맞물리는 경남은행 인수 건이 있다. 오는 10월경 경남은행이 그룹 자회사로 편입되면 총 자산 규모 85조 원에 이르는 명실상부한 중형 금융그룹으로 거듭나는 것. BS금융은 이로써 실질적으로 다른 지방은행들과는 비교 불가능한 우위를 점하게 됐다.


경남은행 인수 후 2은행 체제로 시너지
지난해 말, 우리금융그룹 민영화 과정에서 예금보험공사(예보)가 보유한 경남은행 지분 인수와 관련해 DGB금융그룹을 제치고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BS금융은 지난 2월 11일 예보와 지분 인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데 이어, 6월 30일에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예보가 보유한 경남은행 지분은 발행주식 총수의 56.97%인 4467만7529주로, 최종 매매대금은 1조2269억 원에 달한다. 이미 인수 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533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성공리에 마무한 BS금융은 나머지 대금 납입과 함께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거쳐 올 4분기 경남은행 편입을 앞두고 있는 상황. 특히 경남지역을 근간으로 자체 경쟁력이 있는 경남은행을 품에 안게 되면서 BS금융은 그야말로 날개를 달았다.
[덩치 키운 지방은행 금융 판도 흔들까] 지방銀 맹주 우뚝…지역 한계 넘어설까
이로써 부산은행과 경남은행, 2은행(two bank) 체제를 갖추게 된 BS금융은 부산에 국한되지 않고 경남, 울산 등 동남권 지역과 함께 성장, 최고의 지역 금융그룹으로 거듭날 전망이다. 실제로 경남은행 인수 후 두 은행의 전국 지점 수는 부산은행이 265개, 경남은행이 168개로 총 433개에 달한다. 규모도 규모지만 그간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이 점포를 두고 경쟁을 해온 데다 중복되지 않는 지점들이 많아 두 은행 간 시너지는 상당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강혜승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우리금융 민영화에 대한 시도와 무산이 반복되면서 경남은행이 독자 생존을 염두에 두고 그간 다소 공격적인 자산 성장을 해 온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한 지붕 아래 있게 되면서 “지방은행 특성상 중복 지점이 많지 않은 데다 경남은행 인수로 두 은행 간 점포 경쟁이 해소되는 점이 중요 드라이브”라고 설명했다. 이병건 동부증권 연구원도 “경남지역 성장을 두고 벌어지던 두 은행 간 경쟁이 잦아들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여기에 “후선 업무 통합을 통한 비용 절감 시너지 또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덩치 키운 지방은행 금융 판도 흔들까] 지방銀 맹주 우뚝…지역 한계 넘어설까
BS금융이 1은행이 아닌 2은행 체제를 유지하기로 한 것도 점포 전략 측면에서 훨씬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시중은행과 달리 지방은행은 각각의 권역이 존재해 이를 근간으로 한 영업 방식이 효과적인 것. 이에 따라 향후 부산, 김해, 양산이 주된 영업 구역인 부산은행은 수도권과 대전, 광주, 구미 등으로 발을 넓히는 광역화를, 경남은행은 창원을 비롯한 경남지역과 울산지역 내에서의 점유율 향상 등 특화된 전략을 구사한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부산은행은 지난 7월 18일 광주광역시에 처음으로 지점을 내고 진출했는가 하면, 9월경에는 경북 구미에, 연내에는 충청권 첫 거점으로 대전에도 점포를 낼 계획이다. 국내를 넘어 해외 진출도 본격화했다. 지난 7월 말 필리핀 메트로은행(Metro Bank)과 ‘국제금융, 해외 진출 및 공동 상품 개발’을 위한 업무 협약식을 가졌고, 앞서 올 1월에도 라오스에서 둘째로 큰 시중은행인 인도차이나뱅크를 보유한 코라오(KOLAO)그룹과 포괄적 협력을 위한 업무 제휴를 했는가 하면, 지난해 9월에는 인도네시아 프르마타은행(Permata Bank)과 외환 업무, 교육사업 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한 바 있다.

그러나 부산은행의 ‘광역화’ 전략에 대해 일각에서 얘기하듯 ‘전국구 은행’으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병건 연구원은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의 단순 합산으로 이미 85조 원대 자산 규모를 보유해 시중은행 이상의 규모로 성장한 것은 맞다”고 전제한 뒤 “다만 수도권 중심인 시중은행과 독자적 지역 기반을 갖춘 지방은행을 직접적인 경쟁상대로 설정하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했다. 강혜승 연구원 역시 “자체적으로 규모가 두 배가 되니 상대적인 성장일 뿐”이라며 “서울과 수도권에 경쟁력이 없고 진출 또한 제한적이라 앞으로도 부산과 동부권에 국한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시중은행과의 경쟁은 무리, 지역 밀착 사업 강점
아닌 게 아니라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은 영업적 측면에서도 해당 지역에서 갖는 특장점을 오히려 강화하는 편이 효과적이라는 의견이 절대적이다. 수도권 외 독자적인 산업 기반을 갖추고 빠르게 성장 중인 부산, 지속적 성장을 하고 있는 경남·울산지역을 각각 배후지로 갖고 있는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이 지역 내 이점을 포기하고 무리하게 전국적 확장을 시도하면서 얻어지는 것이 없기 때문. 더구나 한동안 수도권 위주로 성장했던 경제가 최근 들어 지역으로 옮아가면서 지방은행의 성장에도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부산은행의 경우, 최근 발표된 상반기 실적에서 대출 성장과 함께 높은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부산은행은 전년 대비 6.76% 증가한 1927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달성, 전년 대비 7.32% 증가한 BS금융 전체 당기순이익(2009억 원)의 96%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전년 동기 대비 9.14% 증가한 53조6584억 원으로 눈에 띄는 성장을 보인 그룹의 총 자산 규모 또한 부산은행의 대출 성장이 뒷받침된 결과로, 부산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은 지난해 말 기준 18조1182억 원에서 올 6월 말 19억4784억 원으로 6개월 새 무려 1조3602억 원이 증가했다.
[덩치 키운 지방은행 금융 판도 흔들까] 지방銀 맹주 우뚝…지역 한계 넘어설까
이렇듯 BS금융을 이끌고 있는 핵심인 부산은행의 경쟁력은 지역 경기와 함께 지역 내 기업 대출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경남은행 인수로 규모의 경제를 이루긴 했지만, 그와 무관하게 BS금융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가 쏟아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강혜승 연구원은 “보통 은행을 평가할 때 대출성장률로 펀더멘털을 이야기하는데 BS금융은 연간 두 자릿수 성장이 가능하다”며 “이는 지방은행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가 이머징마켓이 아니라는 점에서 시중은행이 불리한 반면, 지방은행은 최근 지역 경기가 활성화된 효과를 누리고 있다는 것이다. 강혜승 연구원은 더불어 지방 부동산 경기의 활성화도 부산은행의 성장과 맞물려 있다고 설명하며 “가계대출만이 아니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담보 가치 하락이 없다는 점에서 당분간은 상대적으로 시중은행 대비 대출 자산을 중심으로 한 자산 성장에 있어 긍정적 신호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덩치 키운 지방은행 금융 판도 흔들까] 지방銀 맹주 우뚝…지역 한계 넘어설까
이를 증명하듯 BS금융은 지역 중소기업 및 영세 소상공인 지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성세환 BS금융그룹 회장 겸 부산은행장은 부산은행의 저력에 대해 “비가 오면 우산을 씌워주는 은행”이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어려울 때 더욱 적극적인 지원을 함으로써 선순환 금융을 이뤄 내고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지역에 밀착해 있는 금융의 특성상 기업의 사정을 훤히 다 알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분석한다. 대출 심사에 있어 시중은행보다 장점을 갖고 있어 철저한 리스크 관리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안정적 경영 속에 무리한 대출 안 해
리스크 관리와 더불어 BS금융의 성장을 이끈 또 다른 경쟁력은 바로 안정적인 경영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성 회장을 비롯한 그룹 경영진에 대해 전문가들은 긍정적 평가로 일관한다. 이병건 연구원은 “영업과 재무의 균형 속에 안정적으로 경영하고 있다”고 말했고, 강혜승 연구원도 “비재무적인 마인드가 결국 성과를 만들어 낸다”며 “내부 인사가 경영진이 되는 식으로 경영의 연속성이 이어지면서, 일관된 전략으로 자산 건전성과 자체 수익성 위주의 경영을 하고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BS금융은 상반기 실적 호조와 함께 총자산순익률(ROA·0.85%), 자기자본이익률(ROE·11.26%), BIS 자기자본비율(13.10%), 고정이하여신비율(1.41%), 연체비율(0.86%) 등 주요 경영 지표 또한 대부분 양호한 수준을 나타냈다.

지역 친화적인 경영진들의 성향 자체도 또 다른 경쟁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례로 최근 경남은행 인수 과정에서 불거진 경남은행 및 경남은행 노조와의 갈등에서도 마산 출신의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직접 나서 직원 고용 보장 및 지역사회 공헌사업 확대 등의 지속적인 추진을 약속하며 ‘지역금융 발전을 위한 상생 협약’을 맺는 등 친화적 행보를 이어갔다.

BS금융의 성장성에 대한 기대감이 넘치는 가운데, BS금융은 하반기에 보수적인 성장 전략으로 안정적인 수익 창출을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BS금융의 성장성에 대해 입을 모으면서도 경남은행 인수 후 조직을 빨리 안정시켜 시너지를 내는 것이 ‘관건’이자 해결 과제라고 입을 모았다.


[덩치 키운 지방은행 금융 판도 흔들까] 지방銀 맹주 우뚝…지역 한계 넘어설까
BS금융의 리더, 성세환 BS금융그룹 회장 겸 부산은행장

BS금융그룹 경영진에 대한 호평은 성세환 BS금융그룹 회장 겸 부산은행장으로부터 비롯된다. 지난 2012년부터 부산은행장을 역임하고, 이듬해인 2013년 BS금융그룹 대표이사 회장까지 겸임한 성 회장은 평생을 부산은행과 함께 한 부산은행의 상징이자 자랑이다. 1952년 경북 청도 출생인 그는 동아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79년 부산은행에 입행해 지역본부장, 부행장, BS금융지주 부사장 등을 역임하며 현재의 자리에 이르렀다. 35년을 부산은행에서 보낸 ‘뼛속’까지 ‘BS맨’인 그에 대한 조직원들의 충성도가 남다를 수밖에 없는 것도 그의 행보와 무관하지 않다.

부산은행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성 회장을 중심으로 그룹 내 내부 인사들이 경영진을 구성하고 있다는 점이 BS금융의 경쟁력인 것은 당연지사. 업계 한 관계자는 “다른 시중은행의 경우 낙하산 인사가 임명돼 엉뚱한 전략을 구사해 망가지는 경우가 있는데, 부산은행은 경영진이 안정돼 있다는 게 최대의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성 회장뿐만 아니라 이전 행장이었던 이장호 행장 또한 조직과 후배들을 위해 사심 없이 자리에서 물러나는 등 지방은행 경영진들 사이에는 ‘의리’가 통한다는 의견도 있다. 부산은행이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성장해 온 데는 이처럼 잡음 없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가는 일관된 방향성이 단단히 한 몫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조직의 혁신적 쇄신과 조직원들과의 소통 리더십으로 평가받는 성 회장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안정적이고 견실한 경영 능력을 달성해 왔다. ‘대어’였던 경남은행 인수에 성공하고, 동남아 등 글로벌 진출의 초석도 다졌다. 한편 성 회장의 롤 모델은 미국의 웰스파고 은행인 것으로 알려졌다. 어려운 경영 환경에서도 소매금융과 교차판매 중심 영업이라는 특화된 비즈니스 모델로 높은 수익을 낸 웰스파고 은행처럼 부산은행도 차별화된 비즈니스로 수익성과 건전성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성세환 회장은…
1952년생. 1972년 부산 배정고 졸업. 1979년 동아대 경제학과 졸업. 부산은행 입행. 2008년 부산은행 부행장. 2011년 BS금융지주 부사장. 2012년 부산은행 은행장(현). 2013년 BS금융그룹 대표이사 회장(현).


박진영 기자 bluep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