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 프리드먼 교수의 ‘토털 리더십’

“그 사람은 참 정치적이야”라는 평가 속엔 긍정적인 의미보다 부정적인 의미가 먼저 다가오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스튜 프리드먼 교수는 가정과 직장, 공동체와 개인적 삶의 영역에서 모두가 만족하는 리더십을 이루기 위해서는 ‘정치적’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정치적으로 어떻게 상대방을 내 편으로 포섭할 수 있는 것일까.
[COURSERA CLASS] 상대방을 내 편으로 포섭하는 기술
스튜 프리드먼 교수의 친구인 조엘 델루카(Joel DeLuca)는 우주항공산업에 종사하다 미 공군에서 일을 하게 된 엔지니어다. 그런데 델루카는 작업을 수행하면서 특별한 질문에 매료됐다. 함께 일을 한 동료들 중에는 자신의 업무를 수행하는 데 다른 사람을 움직여서 자신에게 필요한 작업을 잘 마무리 짓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또 어떤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힘을 빌리는 데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자신의 업무 수행에도 차질을 빚는 경우가 허다했다. 이를 지켜보면서 그는 과연 ‘정치적으로 능통하다’는 것은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 알아보기로 결심한 것이다.

델루카는 먼저 자신이 근무하고 있던 조직 내에서 ‘큰 영향력을 갖고 있다’고 평가되는 사람들을 찾기 시작했다. 그 결과 델루카는 그들에게서 공통적인 특성 두 가지를 발견한다. 첫째는 그들은 ‘정치적’이라는 단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이고, 둘째는 그들은 주변 사람들을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는 데 매우 익숙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먼저 생각해 보자. 사람들은 왜 자신이 ‘정치적인 사람’이라는 평가를 듣는 걸 거부하는 것일까. 델루카는 그 이유를 두 가지로 설명하고 있다.

첫째, 사람들은 자신의 아이디어가 충분히 가치를 지니고 있다면 ‘정치적’이지 않고도 얼마든지 성과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델루카는 이 같은 합리주의(rationalist)적인 경향은 젊은 엔지니어들 사이에서 많이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엔지니어가 창조적인 아이디어와 독특한 디자인을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윗선에서 자금을 지원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는 윗사람들이 멍청해서 ‘아이디어의 가치’를 모르기 때문이지, 자신이 윗사람들과 바보 같은(?) 정치 게임에 뛰어들 이유는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들의 합리주의적 주장은 타당한 것일까. 이를 판단하기 위해 먼저 다음의 두 문장을 읽은 뒤, 무엇이 더 정확하고 옳은 것인지를 따져보자. ① 조직은 합리적인 시스템이며 이를 유지하기 위해 인간을 이용한다. ② 조직은 인간의 시스템으로 구성돼 있으며 합리적으로 행동하려고 노력한다.

아마도 당신은 ②번 문장에 훨씬 더 동의했을 것이다. 이는 다시 말해, 다른 이들을 끌어들여 당신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어쩌면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라는 것이다. ‘나의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위해 윗선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전혀 ‘바보 같은 일’이 아닌 것이다.

둘째, 사람들은 다른 사람을 ‘조정’한다는 생각에 본능적으로 거부감을 느낀다. 말하자면 도덕적(moral)인 측면이 작동한 결과다. 그렇다면 이때 당신이 도덕적으로 비난을 받을 상황인지 아닌지 어떻게 판단할까. 프리드먼 교수는 스스로에게 이 같은 질문을 먼저 해 보라고 말한다.

“당신이 지금 취하고자 하는 어떤 행동이 뉴욕타임스 1면에 나간다면 많은 사람들이 나를 지지할 것인가?” 만약 당신의 행동이 당신뿐 아니라 회사나 공동체에 공통적으로 혜택을 가져온다면, 당신의 행동은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스스로 이 같은 질문을 던져 “예”라는 대답이 나온다면 당신의 행동은 도덕적으로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다. 프리드먼 교수는 ‘정치적’인 것과 ‘속임수’의 차이는 바로 여기서 비롯된다고 강조한다. 리더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조직원을 이용하거나 속이는 것이 아니라, 그룹 모두의 이익과 관심사를 염두에 두고 움직인다면 이는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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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을 ‘내 편’으로 만드는 방법
그렇다면 조직에서 어떻게 ‘정치적인’ 행동을 통해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끌어낼 수 있는 것일까. 여기에 도움이 되는 것이 프리드먼 교수가 제안하는 ‘정치적 지도(political mapping)’다. 이 도구를 사용하는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주요 플레이어(players)들은 누구인가? 당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한 결정에 그들이 얼마나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가? 그들의 생각을 바꿀 수 있는 확률은 얼마나 되는가? 이들 중 다른 주요 플레이어들과 강한 긍정적 혹은 부정적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이를 지도 위에 따져본다면 당신이 누구를 어떻게 공략해야 하는지 그 전략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당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모든 주요 플레이어’들로부터 지원을 받을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원의 51%만 움직이면 당신이 목표를 이루는 데는 충분하다. 다시 말해, 이 ‘정치적 지도’를 통해 당신이 확인해야 할 것은 당신이 목록에 적어놓은 주요 플레이어들 중 50%의 지지를 얻기 위해 누구를 먼저 포섭하면 좋을지를 가려내는 데 있다.

가장 중요한 평가 요소는 ‘관계’다. 마이너스 관계를 맺고 있는 이들보다는 플러스 관계를 맺고 있는 이들이 훨씬 유리할 수 있다. 그다음으로는 변화 가능성을 고려해 대상자를 선정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만약 마이너스 관계를 맺고 있지만 당신의 성과를 달성하는 데 영향력이 큰 플레이어라면 제3자를 통해 설득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당신을 평소에 별로 좋게 생각하지 않는 상사가 당신의 프로젝트를 반대한다고 해 보자. 당신이 ‘더 설득력 있지 못한’ 주장을 내세워 이 사람을 움직이기란 사실상 어렵다고 볼 수 있다. 그 대신 당신의 네트워크 중 그 상사가 신뢰하는 다른 이들을 활용해 상사의 지원을 받아 내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얘기다.

몇 년간의 조사를 통해 델루카는 정치적으로 능통한 리더와 그렇지 못한 리더의 가장 큰 차이는 다름 아닌 ‘태도’에서 비롯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좋은 리더는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다른 사람을 조정하지 않으며 조직의 관심사를 중요하게 여긴다. 이들은 또한 조직 내에서 이뤄지는 정치 게임을 자신의 목표를 위한 흥미롭고 도전적인 업무의 한 부분으로 생각한다. 쉽게 말해 ‘정치적으로’ 다른 사람의 지원을 얻고자 한다면 그 사람의 관심사가 무엇인지, 개인적인 목표가 무엇인지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 그래야 당신의 목표와 다른 사람의 목표를 서로 맞춰 나가고, 그 과정에서 ‘정치적’으로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원하는 결과를 얻어 내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대인관계 기술이 뛰어나거나 외향적인 성격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리더로서 다른 사람들의 관심사가 무엇인지를 파악한 뒤 ‘공동의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위해 각자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하는지, 그리고 이를 통해 어떻게 일을 체계적으로 완료해 갈 것인지에 초점을 맞추는 사고방식이 필요하다. 나를 위해 다른 사람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아닌 다른 이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목표를 맞춰 나가는 작업이 바로 ‘정치 게임’의 승패를 좌우하는 핵심인 셈이다.

이제까지 진행된 스튜 프리드먼 교수의 토털리더십 강의의 결론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대부분의 학생이나 직장인, 그리고 리더들은 자신이 원하는 목표를 세우고 실행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있어서 어느 정도 진전을 보이는 데까진 성공하기 쉽지만 ‘완벽하게’ 달성해 내는 경우는 드물다는 것이다. 만약 당신의 목표가 삶에 큰 변화를 주는 것이라면 긴 시간의 노력과 인내가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둘째, 처음 강의를 시작했을 때 당신은 아마도 다양한 영역 내 하나의 이익을 위해 다른 하나를 희생해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강의를 통해 모든 네 가지 영역을 균형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과, 어떻게 해야 개인이나 가정에서의 삶을 희생시키지 않으면서도 직장에서 높은 성취를 이룰 수 있는지 배울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이 강의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은 다름 아닌 리더의 자질이다. 리더는 나의 목표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목표가 무엇인지, 이를 이루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꿰뚫고 있어야 한다. 다른 이들이 지금 ‘얻고자 하는 것’ 혹은 ‘이루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한다면, 당신의 리더십과 행복은 쉽게 흔들릴 수 있다.


강의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Better Leader, Richer Life’(https://class.coursera.org/totalleadership)

번역 박근수 guen.park@gmail.com│정리 이정흔 기자 viva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