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에 특화된 임대, 렌트

렌트(rent)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주택 임대업이다. 렌트는 임대료가 높고 1, 2년 치 월세를 한번에 받을 수 있다는 장점으로 서울 한남동과 경기도 평택 등 외국인 거주 지역에서는 인기가 높다. 지역에 특화된 수익형 부동산, 렌트 시장을 취재했다.
[COVER STORY] 월세 최고 1800만 원…한남동·평택 뜬다
중견기업을 경영하는 A씨는 2004년 한남동 4층짜리 주택을 매입했다. 대지 303.6㎡, 연면적 858㎡의 주택이지만 당시만 해도 땅값이 상대적으로 싸서 18억 원에 샀다. 한남동은 미군과 외국계 회사 주재원들이 가장 선호하는 지역이라 임대는 금방 나갔다. 현재도 층마다 400만 원 전후의 임대료를 받고 있다. 지금은 이런 장점이 부각되면서 땅값도 많이 올랐다.

A씨처럼 한남동과 이태원동, 성북동, 평창동 등 외국인들이 선호하는 지역은 이들을 상대로 한 렌트가 오래전부터 자리 잡아 왔다. 렌트의 가장 큰 장점은 1~2년 치 임대료를 선불로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주택 관리에 별도의 비용이 필요하지 않다는 점도 외국인들을 선호하는 요인이다. 외국인에게 주택을 임대할 때는 사전조사를 거치는데, 임대 기간에 문제가 생기면 임차인이 보상을 한다. 주택도 깨끗하게 보전할 수 있고, 임대료가 밀릴 염려도 없어 주인 입장에서는 큰 매력이 아닐 수 없다.
[COVER STORY] 월세 최고 1800만 원…한남동·평택 뜬다
주재원·미군·대사관 직원 등이 주 고객
렌트 시장은 1960년대 한남동과 이태원동을 중심으로 형성됐는데, 현재도 한국에 주재하는 외국인들이 늘면서 시장은 조금씩 확장되는 추세다. 렌트의 고객군은 크게 세 가지다. 용산과 평택, 의정부, 동두천을 중심으로 미군에 소속된 군인과 군속(civilians), 대사관 직원, 그리고 한국 주재원 등이다. 그 외 학원이나 학교 강사들이 있지만 그들은 렌트 금액이 적고 단기 계약자들이 때문에 이 고객군에 포함시키지 않는다.

계약 기간은 직업에 따라 차이가 있는데 주재원은 2년이 일반적이지만 3년을 계약하는 경우도 있다. 반면 대사관 직원이나 군인은 1년 계약이 기본이다. 임대료는 임대차 기간의 총 월세 선납이 원칙이지만, 최근에는 1년씩 선불하는 회사가 많아졌다. 군인은 1개월 또는 2개월 월세에 해당하는 보증금과 매달 월세를 지급하는 게 일반적이다.

임대료는 전용면적 기준으로 적용되는데 3.3㎡당 8만~11만 원(관리비 포함) 수준이다. 임차 수요가 가장 많은 115.5㎡를 기준으로 보면 약 350만 원의 월세를 기대할 수 있다. 여기에 주택의 노후 정도, 주민 편의시설 여부 등에 조금씩 차이가 있다.

이는 일반적인 수준이지, 외국계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1000만 원 이상의 월세를 내기도 한다. 부동산 컨설팅업체 DTZ의 이희경 이사는 “외국계 대기업이나 금융사 CEO들은 월세 1500만~1600만 원, 최고는 1800만 원 주택에 거주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런 럭셔리 주택은 대지 990㎡, 건평 495㎡ 이상으로 한남동에서도 최고의 전망을 가진 단독주택이 대부분이다.

임대료는 직급에 따라 정해진 게 보통이다. 대리·과장급은 월세 500만 원 이내다. 일반적으로 400만 원 수준이며, 가족 없이 혼자 지내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여행 가방 하나만 들고 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세탁기, 냉장고, 에어컨, 붙박이 등을 갖춘 주택을 선호한다.

반면 가족과 함께 한국에 머무는 경우는 월세 수준이 통상 600만 원을 넘는다. 대부분 중간관리자급 이상으로 차장은 600만 원, 임원급은 800만~900만 원, CEO는 1000만 원 이상이다. 회사 규모에 따라서도 조금씩 차이가 있는데 대기업의 경우 CEO급의 임대료가 1500만 원 이상 간다.

이희경 이사는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지만 예전 강남에서 렌트가 불가능했던 이유가 세탁기, 냉장고, 건조기 등을 갖춘 곳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요즘은 소비자들의 요구를 반영한 곳이 늘어 강남에서도 렌트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수요자들의 요구도 달라졌다. 초기 한국에 들어온 외국인들은 고층 아파트를 선호하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아파트를 선호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싱글이거나 가족이 단출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촌동 시티파크, 파크타워, 한강변의 대림아크로비스타, 삼각지 자이, 삼각지 대우 등이 주요 거주지다. 임대료는 월 550만~600만 원 정도다.
미군 기지 이전으로 관심이 높아진 평택.
미군 기지 이전으로 관심이 높아진 평택.
군인 상대 렌트는 이태원에서 평택으로 이전 중
군인들도 직급에 따라 임대료가 정해져 있다. 미군은 초급 장교인 소위부터 대령까지 임대료가 나오는데 통상 340만 원부터 560만 원 수준이다. 군인 외 미군에 소속된 군무원은 등급에 따라 임대료가 차이 난다. 군인은 2개월 치에 해당하는 보증금에 월세를 내고, 군무원은 주재원들처럼 2년 월세를 선납한다.

지역적으로 미군부대가 옮겨 가는 평택이 가장 핫한 지역이다. 주요 지역은 평택시 팽성읍 안정리와 근내리, 동창리, 두정리 등이다. 495㎡ 대지에 3층 빌라가 가장 일반적인데, 각 층의 전용면적은 148.5㎡ 이상이다. 주로 군인 가족이 입주하는데 월 임대료는 160만 원 정도다. 현재 관리 지역의 경우 땅값은 3.3㎡당 약 150만 원이다.

군무원은 빌라보다는 단독주택을 선호한다. 선호하는 주택형은 대지 990㎡에 전용면적 231㎡다. 군무원은 군인보다 월세도 높고, 1년 치를 선불로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월세는 270만 원 정도다.
외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이태원.
외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이태원.
이근식 지엠공인중개 대표는 “초기에는 이태원에서 렌트를 하던 이들이 내려와서 사업을 했는데 지금은 강남, 이촌 등의 투자자들도 참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직업군도 사업가에서 교수, 의사 등 다양하다.

지난해 팽성읍 원정리에 단독주택을 짓고 군무원을 대상으로 렌트를 시작한 박 모 교수가 동호인 형태로 투자한 경우다. 방배동에 사는 박 교수는 지인들과 공동으로 원정리 인근 관리지역 내 토지 2075.7㎡를 구입했다. 토지 매매대금과 토목설계 공사비, 인허가 농지전용료 등을 포함해 9억5000만 원이 들었다.
미군 군무원들이 선호하는 평택의 단독주택.
미군 군무원들이 선호하는 평택의 단독주택.
공동 투자자들과 5필지로 대지를 분할한 후 250.8㎡의 단독주택을 지었다. 단지 내 도로 등 제반 비용을 포함한 토지 구입 가격은 1억9000만 원, 건축비는 2억8000만 원으로 총 4억7000만 원이 들었다. 주택을 지은 후 미군 공병단 소속 군무원에게 1년 선불로 4만590달러(약 4187만6000원)를 받고 임대를 주었다.

이근식 대표는 “박 교수처럼 동호인 형태로 투자하는 방법은 토지 구입과 건축 과정에서 많은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며 “다만 토지 선정과 건축, 최종적으로 임차인 물색과 주택 관리까지 전문가의 조언을 확실하게 받고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10년·20년 장기 임대 가능한 대사관 렌트
미군과 함께 대사관도 주요 렌트 수요자다. 대사관에서 나오는 임대 수요는 규모에 따라 임대료가 천차만별이다. 대사관이 작은 곳은 월 700만~900만 원, 큰 곳은 1500만 원 이상. 일반적으로는 1000만 원이 보통이다. 대사관 직원들은 월세 150만 원에서 400만 원의 주택에 거주한다.

대사관저는 숙소보다는 리셉션장으로 많이 쓰이기 때문에 특별히 다이닝 공간이 넓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지하에 홀이 있거나 거실과 정원이 연결된 곳을 선호한다. 따라서 대사관저로 적합한 주택은 다른 용도로 임대가 어렵다. 그 대신 대사관저는 한 번 계약을 하면 10년, 20년 장기 계약이 가능하다. 대사관을 옮기려면 자국 국회의 허가를 구해야 하는 등 과정이 복잡하기 때문이다.
국제학교가 있는 반포동도 외국인 선호 지역이다.
국제학교가 있는 반포동도 외국인 선호 지역이다.
몇 해 전부터 유럽 국가의 대사관저로 임차된 한남동 주택이 그런 곳이다. 한 자산가가 330㎡땅을 3.3㎡ 당 2800만 원에 구입해 3층짜리 건물을 지은 후 대사관에 임대했다. 주변 부동산중개업체에서는 이곳의 임대료를 월 2000만 원 이상으로 보고 있다. 대사관은 지금도 1년 치 월세를 매년 선불로 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은퇴 후 임대수익을 노리고 주택을 구입하는 이들도 생겼다. 6년 전 이태원동 빌라를 구입한 B씨가 그런 사례다. 대기업에 다니던 B씨는 은퇴를 앞두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태원동 92.8㎡ 빌라를 4억 원대에 구입했다. 방 2개, 화장실 2개인 중소 빌라지만 매달 250만 원의 월세를 받고 있다. 은행 대출을 끼고 산 덕에 수익률은 10%가 넘는다. 그 사이 빌라 가격도 올라서 지금은 6억 원을 호가한다.

앞선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한남동과 이태원동은 매매 가격이 많이 올라 수익률은 예전만 못하다. 그 대신 상대적으로 땅값이 많이 오르지 않은 성북동은 수익률이 아직은 괜찮은 편이다.

대부분의 부동산이 그렇듯 렌트의 성패는 입지에 달렸다. 외국인들이 주택을 선택할 때 가장 먼저 보는 것이 학교다. 현재 수도권에는 20여 개의 국제학교와 국제 유치원이 있다. 이렇다 보니 렌트 시장도 국제학교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최근 외국인들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는 연희동이 대표적이다. 서울외국인학교(Seoul Foreign School)가 연희동에 있다. 유치원과 초등 과정이 개설된 덜위치칼리지서울(Dulwich College Seoul)이 있는 반포동의 반포 래미안퍼스티지와 반포 자이가 인기를 끄는 것도 같은 이유다. 이런 곳은 임대 수요가 항상 대기 중이다.


신규섭 기자 wawoo@hankyung.com│사진 한국경제신문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