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 ‘제2의 인생’ 시작점 갱년기 극복하기
한의원에 오는 환자들 중에 갱년기에 접어든 40~50대 중년 여성의 비율이 높다. 난소의 기능이 상실되고, 여성호르몬의 분비가 없어져 여러 증상이 나타나는 갱년기는 자연스러운 인생의 과정일 뿐인데 곧 노인이 된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져, 그 말 자체만으로도 우울한 기분이 들게 한다. 하지만 이 시기를 얼마나 지혜롭게 잘 넘기느냐가 중요하다.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 인생의 전환점에서 새로운 시작을 준비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폐경이 시작되면 중년의 여성들은 상실감과 함께 무기력해지고 작은 일에도 예민해지며 자주 화를 내게 되는데, 이는 난소의 기능이 떨어지면서 발생하는 현상이다. 전체적으로 호르몬의 균형이 무너지면 자율신경중추에 영향을 줘 자율신경계의 실조를 통해 정서적으로 매우 불안정한 상태가 많아져 신경과민, 우울증, 불면증, 흥분 상태, 불안증, 건망증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이를 심각한 질환으로 진단해 본인 스스로가 환자라는 틀에 가두면 안 된다. 이전보다 더욱 규칙적인 생활 리듬을 가져야 하고, 우울감이나 스트레스를 조절할 취미 생활이나 종교 생활, 봉사 활동 등으로 자존감을 높여야 한다.

갱년기로 인한 신진대사 장애 탓에 이전과 같은 양을 먹고, 비슷한 생활을 해도 살이 찌기 시작하는데 특히 복부, 허벅지 등에 쉽게 살이 찌기 시작한다. 유산소운동으로 기혈 순환을 활발하게 해 최대한 비만을 방지하고, 순환 장애로 인한 혈관질환이 생기는 것도 신경 써야 한다. 그리고 반드시 근력운동을 병행해 골다공증을 예방하고, 무릎이나 허리 근력을 강화하도록 해야 한다. 자주 목욕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되며, 주기적인 침, 뜸, 부항 치료로 순환 장애의 개선을 적극적으로 도움 받을 것을 권한다.

또 다른 중요한 갱년기 증상으로 호르몬 균형이 무너지면서 월경불순, 질 내의 세균 저항력 저하로 인한 반복적 세균 감염, 각종 자궁질환, 질 건조증 등의 생식기 질환과 빈뇨, 배뇨 곤란을 동반하는 요도 증후군도 많이 발생하므로 주기적인 부인과 검진으로 혹시 모를 큰 질병을 조기에 발견해야 한다.

또한 얼굴이 갑자기 달아오르는 안면홍조 증상이 자주 나타나는데 이와 동반해 두통, 어지럼증, 이명, 가슴두근거림, 뒷목과 어깨 등의 통증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때는 증상 하나하나에 따라 이 병원 저 병원 다니는 것보다는 화(火)의 개념으로 접근하는 근본적인 한방 치료가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모든 갱년기 여성에게 좋다고 선전되는, 진단 없이 무분별하게 판매되는 건강보조식품의 사용은 반드시 전문가와 상의해 본인의 체질에 맞는 처방을 정량으로 복용할 것을 강조한다. 갱년기 때는 신진대사가 원활하지 못해 한의학에서 질병의 많은 원인이 되는 담(痰)이 몸에 많이 쌓이게 되므로, 식이섬유가 풍부한 음식으로 노폐물 배출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하고, 순환의 원동력이 되는 양질의 단백질, 무기질, 비타민이 함유된 식사와 혈관 건강을 위한 저지방·저염분 식사 등 고른 영양 섭취에 더욱 신경을 쓰도록 해야 한다.

갱년기는 젊고 화려했던 황금기의 끝이 아닌, 행복하고 건강한 노년을 위해 몸과 마음을 준비하는 인생의 쉼표 같은 소중한 시기이니, 그동안 가족들에게 양보했던 나의 인생을 되돌아보고, 내 자신을 다시 한 번 꼼꼼히 챙겨 볼 수 있는 제2의 인생 시작점인 것이다.


박소연 연세한의원 원장·대한 여한의사협회 총무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