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기업공개(IPO)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면서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가 자금 몰이를 하고 있다. 전체 설정액이 지난 4월 출시 이후 5000억 원을 넘어섰다.
[Fund issue]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 연 6~8% 수익률 ‘너끈’
삼성SDS, 삼성에버랜드 등이 연내 상장을 추진하면서 하반기 기업공개(IPO)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부진한 증시로 주식투자 상품의 성과가 전반적으로 저조한 상황이나 상대적으로 공모주 투자 수익률이 견조하다 보니 투자자들의 관심이 공모주로 집중되고 있다.

관련 상품으로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가 자금 몰이를 하고 있다. 펀드 이름만 봤을 때는 공모주 투자와 관련이 없어 보이나 펀드 내 주요 편입 자산인 공모주의 ‘10% 우선 배정’ 혜택이 부각되면서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의 전체 설정액은 지난 4월 출시 이후 석 달여 만에 5000억 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펀드 규모가 급속도로 커지는 것을 무작정 반길 수 없게 됐다. 펀드 사이즈가 커질수록 펀드당 편입할 수 있는 공모주 물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펀드 수익의 기여도가 낮아질 수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공모주 이외에 하이일드채권에도 투자하는 펀드”라며 “투자자 성향에 맞춰 공모펀드와 사모펀드의 장단점을 꼼꼼히 따져본 뒤 선별해 투자하라”는 조언이다.


공모주 10% 우선 배정 효과에 ‘뭉칫돈’ 몰려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는 분리과세 혜택이 있어 주로 자산가들의 관심 상품으로 꼽힌다. 펀드 투자 시 거두는 이자·배당소득에 대해 1인당 5000만 원 한도 내에서 종합소득세 대신 원천세율(15.4%)을 적용, 분리과세한다.

금융투자협회 집계(7월 10일 기준)에 따르면 73개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 전체 설정액은 5754억 원을 나타냈다. 주식형 펀드에서 자금 유출이 두드러지는 상황이나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는 지난 4월 관련 상품들이 줄줄이 출시된 이후 석 달여 만에 5000억 원 넘는 뭉칫돈이 몰렸다.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는 전체 자산의 60% 이상 채권에 투자하고, 40% 이하는 공모주나 유상증자 관련 주식에 투자할 수 있다. 특히 펀드 내 30% 이상 비우량채권(BBB+ 이하)이나 코넥스(KONEX) 주식을 담아야 한다. 따라서 일반 채권형 펀드 대비 상대적으로 위험이 높은 상품으로 분류된다. 그럼에도 투자자들이 몰리는 이유는 ‘10% 공모주 우선 배정’ 혜택 때문이다.

최근 공모주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일반 투자자들도 일반 공모주 펀드보다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로 집중되고 있다. 상반기 공모주가 상장 이후 주가 수익률이 고공행진을 펼치면서 청약 경쟁률도 치솟고 있다. 이에 따라 일반 공모주 펀드도 공모주 청약 경쟁률이 수백 대 1에 달해 실제로 펀드가 받아 편입하는 물량이 극히 적기 때문에 펀드 내 0.1%를 채우기도 힘든 상황이다. 하지만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는 10% 우선 배정 혜택에 따라 그만큼 공모주 투자로 펀드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 손석찬 KTB자산운용 상품개발팀장은 “공모주 시장이 2012년 바닥을 치고 지난해부터 개선되고 있다”며 “올해 대형 그룹 계열사 등 대어급 종목과 IPO에 나서는 기업들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공모주 성과를 기대해 볼 만하다”고 전망했다.

운용 업계는 비과세 하이일드펀드의 목표 수익률을 연 6~8% 정도로 잡고 있다. 올해 공모주 투자 수익률은 연 3% 내외로 추정했다. 이와 함께 국공채 투자로 연 2.7% 안팎, 하이일드채권 투자로 연 3~4% 수익률을 낼 것이란 진단이다.

비과세 하이일드펀드와 일반 공모주 펀드의 성과에서도 우선 배정 때문에 수익률 차이가 크게 벌어진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2013년 공모주 투자 성과를 가지고 비과세 하이일드펀드와 일반 공모주 펀드 간 성과를 분석, 비교해 봤더니 비과세 하이일드펀드가 공모주 펀드 대비 2.6배 높은 수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펀드 규모가 급속도로 커지면서 그만큼 펀드당 배정받을 수 있는 공모주가 줄어 당초 기대보다 펀드 내 수익 기여도가 낮을 것이란 게 업계 지적이다. 손 팀장은 “최근 실시한 화인베스틸 청약에서는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들 간 청약 경쟁이 높지 않아 일반 공모주 펀드 대비 많은 물량을 받을 수 있었다”며 “하반기 관심이 높은 쿠쿠전자 청약 때는 분리과세 하이일드 펀드 간 경쟁력도 높아질 것으로 보여 펀드당 배정 물량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민홍 한국투자증권 상품전략부 팀장은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는 연말까지 가입할 수 있는 한시적 상품이고, 어느 정도 투자자 수요를 채우면서 펀드 설정액 증가 속도로 지난달 대비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편입 가능한 하이일드채권도 제한적이라 일정 규모를 넘어서면 추가 판매를 중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모·사모펀드 장단점 따져봐야
현재 설정된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는 73개로 ‘흥국분리과세하이일드(채권혼합)’와 ‘KTB공모주하이일드분리과세(채권혼합)’ 2개를 제외하면 71개 모두 사모형이다. 사모펀드는 주식, 채권 모두 종목당 편입 비중 제한 없이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수익률을 끌어올릴 수 있어 공모펀드보다 유리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의 진단이다. 사모펀드는 공모주 종목당 전체 펀드 자산 내 20%까지 담을 수 있지만 공모펀드는 종목당 10%로 제한된다.

채권 역시 사모펀드는 하나의 하이일드채권만으로 30% 채우면 되지만 공모펀드는 채권 종목당 투자 비율이 10%로 제한되기 때문에 공모펀드 운용사는 다양한 비우량채권을 발굴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Fund issue]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 연 6~8% 수익률 ‘너끈’
사모펀드는 원하는 종목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수 있지만 투자자 성향별로 공모·사모펀드의 장단점을 잘 따져본 뒤 선별 투자할 것을 조언했다. 사모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는 짧은 기간 동안 고수익을 원하는 고액자산가들에게 유리하다는 평가다. 71개 사모펀드의 만기는 대부분 1년~1년 2개월 정도로 짧기 때문에 사모펀드 운용사들은 향후 1년 내 IPO를 하는 우량주를 선별해 집중적으로 투자해 수익률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또 펀드 만기와 규모를 고려해 하이일드채권은 1~2종목만 편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하이일드채권 투자에 따른 미상환 리스크(위험)가 공모펀드보다 클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대형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가 관심을 끌고 있지만 하이일드채권 리스크가 큰 게 단점”이라며 “주로 중소형 운용사들이 내놓은 상품들”이라고 말했다.

한편 공모는 일반인들이 다소 쉽게 가입할 수 있고 투자 대상이 분산되는 측면은 있다. 공모펀드는 내년 하반기부터 공모주 10% 우선 배정 효과가 극대화될 것으로 업계는 전망했다. 사모펀드들이 청산되거나 설정액이 줄면 그만큼 할당받는 공모 물량이 늘어날 수 있어서다. 국내 공모주 시장이 장기 호황을 누릴 것으로 예상하는 소액 투자자에게 공모펀드가 적합하다는 게 전문가 조언이다.


안상미 한국경제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