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농부 박영옥의 투자 칼럼-첫 번째
‘주식농부’로 유명한 박영옥 스마트인컴 대표는 증권사 출신의 투자 고수다.1000억 원대 주식을 보유한 그는 매년 50%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증권 업계에서 가장 핫한 인물인 주식농부 박영옥의 투자 철학을 6회에 걸쳐 연재한다. 아마 여러분 주위에도 주식투자를 하고 있는 직장동료나 친구가 한두 명쯤은 있을 것이고, 주식에 대한 이야기도 들어봤을 것이다. 지금까지 필자가 만난 일반 투자자의 대체적인 성향에 따라 여러분이 들어봤을 대화 내용을 추정해 보면 다음과 같다.
“어떤 종목 갖고 있어?”
“**주식회사.”
“얼마나 됐는데?”
“아직 한 달 안 됐지, 아마.”
“좀 땄냐?”
“그럼!”
“와! 얼마나?”
“많이는 아니고 조금 땄어.”
“팔아!”
기업과의 동행은 소통이 전제돼야
조금 과장됐을 수는 있지만 이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말만 주식투자이지, 도박과 똑같이 인식한다는 걸 알 수 있다. 예나 지금이나 도박은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다. 도박으로 성공했다는 사례를 본 적이 있는가. 주식투자를 도박이라고 정의하고 도박처럼 하면서 성공하기를 바란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무슨 일을 하든 그 일에 대한 올바른 정의를 내려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해낼 수 있다.
내가 생각하는 투자의 정의를 이야기하면 비현실적이라며 손사래 치는 사람도 있고 철없는 소리라며 비웃는 사람도 있다. 주식은 그렇게 하는 게 아니라며 되레 나를 가르치려고 하는 사람도 없지 않다. 그래도 이런 태도를 보이는 경우 대화를 이어갈 수는 있다. 하지만 “예예, 알겠습니다”라는 식의 반응을 보이면 더 이상 대화하기가 힘들어진다. 뭔가 꿍꿍이가 있으면서 위선을 떨며 거짓말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주식투자는 기업과 소통하고 동행하면서 성장의 과실을 공유하는 것이다.’ 이것이 주식투자에 대한 필자의 정의이자 철학이자 원칙이다. 내게 주식투자는 주가를 보면서 하는 혼자만의 ‘통곡’이 아니라 기업과의 동행이다.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과 동행할 수는 없다. 호랑이도 나오고 산적도 출몰하는 험한 산을 미스터리한 인물과 함께 넘을 수는 없지 않은가. 믿을 만한 사람인지, 호랑이나 산적을 만났을 때 혼자 내빼지 않을 사람인지 알려면 대화를 해 봐야 한다. 대화, 즉 소통은 동행의 전제 조건이다. 무사히 산을 넘은 다음에는 산 너머 마을에 지고 갔던 물건을 팔아 이문을 남기고 그것을 나눠 갖는다.
이와 같은 주식투자에 대한 내 의견을 밝히면 상당수의 사람들이 세상을 너무 순진하게 본다고 여긴다. 여러분도 비슷한 생각을 하진 않을지 걱정된다. 그러나 나는 지금까지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투자를 해왔고 대부분의 경우 만족스러운 성과를 얻었다.
주식투자의 핵심은 기업의 본질을 파악하는 데 있다. 누군가 주식투자를 했다고 하면 자세한 기업 현황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이 정도 질문은 할 수 있어야 한다.
“그 기업의 경쟁력은 뭔데? 업종 전망은 어때? 주주총회에는 가 봤어? 경영자는 어떤 사람이야?”
반대로 “좀 땄느냐”는 질문을 받은 경우라면 “수급에 따라 몇 %는 얼마든지 오르내리잖아”라며 “지금 성장기에 접어들고 있다는 게 중요한 거야”라는 대답 정도는 해 줘야 도박이 아니라 주식투자를 한다고 말할 수 있다. 도박은 패를 10만 번 돌려도 어떤 가치도 생산되지 않는다. 따라서 도박으로 돈을 벌기 위해선 다른 사람을 돈을 빼먹을 수밖에 없다. 주식투자는 다르다. 기업의 성장에 따른 성과를 나누는 것이기에 ‘윈윈(win-win)’ 할 수 있다.
학벌 좋고 똑똑한 사람 많은 주식시장에서의 생존법
주식시장에는 똑똑한 사람들이 정말 많다. 좋은 학벌에 각종 자격증으로 무장하고 있는 그들은 복잡한 데이터를 종합하고, 분석해 미래를 예측한다. 농부처럼 투자하라는 ‘농심 철학’은 그들에게 답답해 보이기도 할 것이다.
비유를 하자면, 그들은 과일이 무르익은 나무를 찾아 재빠르게 이동하지만 나는 나무 하나를 지정해 과일이 익을 때까지 가꾸면서 기다리는 방식이다. 재빠르게 이동하는 쪽이 훨씬 더 높은 수익률을 달성할 것 같겠지만 현실은 다르다. 현란하고 재빠른 기술을 구사하는 그들보다 호미자루 하나 쥐고 밭에 나가는 나의 수익률이 더 높다. 원인은, 나무를 찾아다니다 보면 ‘손실’이라는 썩은 과일을 먹을 가능성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나무와 나무를 이동할 때마다 수수료라는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물론 농부처럼 투자하는 것이 마냥 쉽지만은 않다. 농작물이 그렇듯, 시간이 얼마간 지나야 하고 땀 흘리며 가꿔 줘야 한다. 열심히 농사짓고 있는 내 옆에서 큰 수고도 없이 농작물을 한 아름 수확해 가는 이웃을 보게 되는 경우도 많다. 오래도록 열매가 맺히지 않는 나무를 만날 때도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농심 투자’가 주식투자의 정도임을 알 수 있다. 여러분 역시 이 책을 덮은 후에는 나와 같은 생각을 하길 바란다.
인생의 원칙이 그렇듯, 모든 원칙은 시험에 든다. 잠깐만 원칙을 깨면 이익을 볼 것만 같은 생각이 드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다 보면 개미구멍이 난 댐처럼 결국 원칙은 사라지고 도박꾼이 돼 버린다. 당장은 손해를 보는 것 같더라도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긴 시간을 두고 보면 그것이 성공하는 길이다.
부디 조바심 때문에, 질투심 때문에 원칙을 저버리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주식투자는 일확천금을 노리는 시장이 아니다. 꾸준하게 공부하고 기업과 소통하는 사람이 성공하는 곳이다. 이 원칙이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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