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에서 배우는 교훈-첫 번째
인생에서 실패는 병가지상사라고 한다. 이길 때도 있지만 질 때도 있다는 뜻이다. 실패 없이 순탄하게 성공한 사람보다는 실패를 거울삼아서 원인을 분석하고 두 번 다시 실패하지 않기 위해서 뼈를 깎는 노력으로 성공한 사람에게 배울 게 더 많다. 투자 실패는 공포와 탐욕, 불순종과 교만이라는 인간이 원초적으로 가지고 있는 감정을 극복하지 못한 결과인 경우가 많다. 지나친 공포감도 문제지만 탐욕은 더욱 나쁘다. 150년 된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하면서 미국의 금융위기가 왔을 때 이구동성으로 월가의 탐욕이 화를 불렀다고 했다. 욕심이 없다면 자본주의가 발전할 수도 없고 성공 또한 없다. 그러나 정도를 넘는 탐욕은 필연적으로 무리수를 두게 돼 파국으로 치닫게 한다. 탐욕의 뿌리를 찾아 들어가면 직원이나 금융기관의 무리한 성과급 체계를 만나게 된다. 성과급 체계는 금융위기 때 많은 지적을 받았지만 지금도 여기저기서 논란이 되고 있다.탐욕도 나쁘지만 공포도 문제
머리 좋은 유능한 인재를 많이 거느리고 있는 투자은행(IB)들은 복잡한 파생상품을 만들어 내놓는다. 전 세계를 금융위기로 몰아넣었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는 빚을 담보로 빚을 만들어 또 다른 빚에 투자한 꼴이다. 이런 상품은 일반인이 잘 알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다. 마치 카드를 돌려 막는 것과 비슷하다. 상품을 만드는 사람은 팔리면 팔린 양에 따라서 먼저 성과급을 취한다. 나중에 잘못돼도 성과급을 반납할 필요가 없다. 우리나라에서도 소위 부동산 펀드가 유행한 적이 있다. 지금은 거의 대부분이 망했거나 부실해진 것들이지만 당시로서는 알 수가 없었다는 이유로 상품은 잘 팔렸고 상품을 만들거나 판매한 직원들은 성과급을 챙겼다. 그러나 잘못됐을 경우에는 대부분이 투자자인 고객의 손실로 돌아가고 만든 사람과 판매한 사람은 단지 수습하느라 고생만 할 뿐이다.
모두가 금융기관의 탐욕이 빚은 참사다. 금융위기 이후에 금융 감독도 많이 강화되기는 했지만 금융기관의 탐욕은 반드시 되풀이되기 때문에 생산자와 소비자, 감독기관 모두가 정신을 차리고 깨어 있는 방법밖에 없다. 시대의 흐름을 잘못 읽었다고 변명을 할 수는 있지만 행여 이때 한몫 챙기자는 식의 발상은 없었는지 반성할 일이다. ‘최고의 인센티브는 인정’이라는 말이 있다. 인정에는 승진도 있겠지만 금전적 보상이 최고다. 그러다 보니 보수가 높고 위험 정도가 높은 랩어카운트, 하이일드펀드, 주식형 펀드, 부동산 펀드 등 실물 펀드를 투자 성향도 맞지 않는 고객에게 무리하게 파는 경우가 생긴다. 고객 보호와 시장의 신뢰와 발전을 위해서 적절하게 동기 부여를 할 수 있는 합리적인 성과급 체계가 필요하다.
탐욕도 나쁘지만 공포 또한 문제다. 바람이 불면 풀이 먼저 눕는다고 한다. 간이 약한 민초들은 상투에는 용감하고 바닥에서는 극도의 공포감을 갖는다. 투자의 본질은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것인데 돈의 흐름은 반대로 주가가 올라가면 자금도 들어오고 빠지면 자금도 빠져나간다. 투자가 현재가 아닌 미래를 보는 것인데 과도한 공포감으로 판단력이 마비돼 ‘인지적 편향’ 현상이 생기는 것이다. 위험한 투자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역발상 전략이 필요하다. 예측하기 힘든 시장의 변덕을 이길 만큼 강한 의지도 필요하지만 여유 자금으로 투자해야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 금융위기 때 “100년 만에 처음 겪는 일이다”, “검은 백조가 출현했다”, “폭풍우가 몰아치는데 뱃삯이 싸다고 배를 탈 필요가 없다”, “터널 속에서 보이는 불빛은 터널의 끝이 아니고 무서운 속도로 마주 달려오는 기차의 불빛일지도 모른다”라며 미네르바 같은 선동가들이 준동할 때 이들 말만 듣고 시장에서 빠져나온 사람들은 1년 만에 ‘브이(V)’자로 급반등했으니 얼마나 억울하겠는가? 의도된 낙관론보다는 국가나 기업의 위기관리 능력을 믿고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는 것이 중요하다.
골프 이야기를 해 보자. 세계 톱랭커들이 성공한 것은 탁월한 위기관리 능력에 있지만 반면 무리한 욕심으로 다 잡은 우승을 놓치는 경우도 많다. 얼마 전에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US오픈 마지막 날 경기에서 미셸위 선수가 보여 준 어이없는 무리한 샷이 대표적이다. 마지막 날 미셸위는 16번 홀까지 2위와 4타 이상 충분히 앞서 지키기만 하면 우승은 따 놓은 당상이었다. 16번 홀에서 티샷을 한 공이 페어웨이 벙커에 빠졌다. 페어웨이 벙커는 아마추어는 싫어하겠지만 필자도 별로 두려워하지 않는 곳이다. 원리만 알면 페어웨이와 다를 게 하나도 없다. 더군다나 파5이기 때문에 페어웨이로 보내서 3온 시키면 된다. 그런데 갑자기 미셸위는 우드를 꺼내 들고 2온을 노린 것이다. 샷을 한 공은 벙커 옆 덤불 속으로 날아갔고 미셸위는 결국 벌타를 먹었다. 그 홀에서만 2타를 잃은 것이다. 다음 홀에서 버디로 만회했으니 망정이지 하마터면 리듬을 잃고 연장까지 갔다면 우승컵을 헌납할지도 모를 어이없는 일이었다.
그때 미셸위의 머릿속에 어떤 생각이 지배하고 있었을까? 아마도 우승은 틀림없으니 팬서비스를 하자는 자만심에 차 있지 않았을까. 이상하리만큼 신은 이런 만용을 잘 용납하지 않는다. 골프는 화려한 삿을 보여 주기 위한 것이 아니고 실수를 줄이고 위험을 잘 관리하는 운동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특히, 프로는 돈이 곧 자신의 가치이기에 우승이 목표이지 화려한 샷이나 패션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트러블 상황에 고개 드는 탐욕과 불순종
골프에서의 탐욕과 불순종은 벙커와 러프 같은 트러블 상황에서 잘 나타난다. 러프에서 롱 아이언이나 우드를 꺼내 들고 그린에 올리려고 시도하는 아마추어들이 생각보다 많다. 러프는 웨지 같은 로프트가 큰 클럽으로 일단 탈출하는 것이 첫째 목표다. 다음 샷은 탈출한 다음에 생각하면 된다. 다음 샷을 잘해서 핀에 붙이면 타수를 잃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탐욕도 아닌 무리한 샷의 결과는 더 깊은 러프에 박히거나 더 높은 산으로 올라가서 샷이 불가능한 상황이 되거나, 심하면 옆구리나 손목을 다쳐서 한동안 골프채를 잡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마치 좋지 않은 주식으로 손해 본 것을 만회하기 위해서 더 나쁜 주식에 투자하거나 떨어지는 칼날을 잡겠다고 계속 물 타기 하는 것과 비슷하다.
위험에 빠졌을 때는 빨리 위험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목표는 오직 탈출에만 집중해야 한다. 턱이 높은 벙커도 마찬가지다. 목표한 방향으로 보내고 싶은 마음이야 간절하겠지만 어차피 올리기 어렵다면 옆으로 빼면 된다. 다음 샷을 잘해서 붙이면 되기 때문이다. 맞바람이 불 때도 마찬가지다. 바람을 이기려고 하면 더 힘이 들어가고, 휘는 구질을 가진 공은 더 휘게 된다. 이럴 때일수록 채를 더 짧게 잡고 티를 낮게 꽂고 중앙으로 조금 옮겨서 낮고 부드럽게 샷을 해야 한다. 맞서지 말라는 뜻이다.
초보 시절 해저드에 대한 공포는 누구나 경험했을 것이다. 물귀신이 붙었는지 해저드만 나오면 쪼루(토핑)가 나거나 뒤땅을 쳐서 물에 빠지곤 했다. 해저드는 공포 자체였다. 입스(yips) 현상도 마찬가지다. 멀쩡하게 잘 치다가 어느 날 갑자기 어떻게 쳐야 할지 아무 생각도 나지 않고 머릿속이 하얗게 되는 것이다. 불안감이나 공포감을 극복하는 데는 많은 연습과 함께 자신감을 얻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위험이나 환경에 맞서지 말고 순종하면서 한 걸음 한 걸음 인내하면서 가다 보면 모든 것은 다 지나가기 마련이다.
도덕재 한국투자증권 상무·WPGA 티칭 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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