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관련 업계에 종사하는 한 지인은 ‘패셔너블한 CEO’의 대표주자로 주저 없이 그를 꼽았다. 듣고 보니 기자에게도 낯설지 않은 이름, 스타일 좋기로 소문난 정승우 유중재단 이사장 겸 유중아트센터 대표(37)였다.
촬영 당일, 청바지에 반팔 티셔츠 차림을 한 그는 백팩을 한쪽 어깨에 걸쳐 멘 센스 넘치는 스타일로 스튜디오에 등장했다. 언론 등에서 자주 봐 왔던 슈트 차림의 그와는 전혀 다른 모습. 훤칠한 키에 하얀 피부까지 모든 조건을 갖춘 그는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모델로 충분히 오해할 수 있을 만큼 화려한 비주얼을 자랑했다.
“업무 때문에 거의 일주일 내내 슈트를 입어요. 다만 수시로 전시 작업을 위해 현장에도 나가는 등 활동적인 업무를 병행하기 때문에 너무 슬림하거나 피트 되지 않는, 좀 편안한 디자인을 선호하는 편이에요.”
최고경영자(CEO)라는 자리도 자리지만, 무엇보다 그가 슈트를 선호하는 데는 30대 후반이라는 ‘나이’가 배경에 깔려 있다. 정 대표의 이력을 살펴보면 충분히 이해가 가는 대목. 고려대에서 법학을 전공한 그는 몇 년 동안 직장생활을 하다 30대 중반의 나이에 유중재단을 설립했다. 지·덕·체 삼위일체의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한 유중재단은 그가 외조부의 뜻을 이어받아 설립한 것으로, 유학생 지원 사업, 신진 작가 및 음악도 지원 사업 등을 하고 있다. 갤러리와 창작 스튜디오 등을 운영하는 유중아트센터도 유중재단의 주요 사업 중 하나.
“처음 저를 보는 분들은 대표의 비서나 대리인쯤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았어요.(웃음) 그런 일들이 많다 보니 자연스레 좀 점잖고, 나이가 들어 보이는 패션을 의도적으로 입게 되더군요. 그나마 슈트가 잘 어울린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 편이라 참 다행이에요.” 아트센터 업무로 인해 자연스레 음악과 미술 등 예술이 일상이 된 삶을 살고 있는 것도 그의 패션 센스와 감성에 한 몫 하는 부분일 터. 그뿐만 아니라 타고난 ‘옷걸이’까지 좋으니 그야말로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다. 워낙 ‘외모’로 주목받은 경험이 많아서일까. 그는 ‘패셔너블한 CEO’라는 시선은 무엇보다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다 보니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CEO는 조직의 얼굴이잖아요. 철저한 자기 관리가 패션에서도 그대로 드러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닌 게 아니라 그가 들고 온 패션 아이템들을 보니 꼼꼼한 성격이 한눈에 보였다. 슈트리가 끼워진 채 더스트 백에 곱게 담겨 있는 구두가 그 대표적인 예. 성공한 남자는 구두부터 다르다고 했던가. 과연 정 대표가 그 말을 증명해 보이고 있는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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