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통신장비업체 제스퍼 와이어리스의 자항거 모하메드 최고경영자(CEO)는 “모든 기업들이 사물인터넷 기업이 될 것”이라며 “그 이점이 엄청나기 때문에 반드시 현실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물인터넷의 적용 분야는 사실상 모든 산업이다. 기존에 존재하던 모든 산업을 사물인터넷의 힘을 빌려 더 편리하고, 더 안전하고, 더 꼼꼼하게 구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한 사물인터넷 서비스가 구현되기 위해서는 센서나 통신모듈 등 하드웨어부터 통신망 등 인프라, 빅데이터(big data) 분석과 보안 등 소프트웨어까지 다양한 업종의 협력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지구상에 존재한 업종 테마 가운데 가장 크고 어려운 테마가 아닌가 싶다.
[SPECIAL REPORT] 사물인터넷 산업 어디까지 왔나
사물지능통신(M2M), 사물인터넷(IoT), 만물인터넷(IoE), 초연결(hyperconnectivity) 등 사물인터넷을 지칭하는 용어도 정의도 다양하다. 하지만 이 다양한 용어에 핵심적으로 담겨 있는 키워드 중 하나는 커뮤니케이션의 주체가 인간에서 사물로 확장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사물들이 통신 기능을 갖춰야 하고 통신 내용 즉, 데이터를 생산하기 위한 인지 능력까지 필요하다. 입력되는 데이터에 맞춰 적절하게 대응하기 위한 지능도 갖춰야 한다.

따라서 사물인터넷이 본격화되면 다양한 종류의 센서들, 통신(LTE·와이파이·지그비·블루투스·NFC· PLC 등) 칩과 모듈, 그리고 사물의 지능을 담당하는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등 시장을 양적, 질적으로 개선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모든 기업이 ‘사물인터넷’ 대상
사물인터넷의 주요 적용 분야로 거론되는 산업은 생활가전, 지능형 빌딩, 유틸리티, 자동차, 헬스케어다. 생활가전은 최근 출시한 삼성전자의 ‘스마트홈’이 좋은 예다. 지능형 빌딩은 보안이나 유틸리티(특히 전력) 관리 등에 사물인터넷을 활용하는 것을 말하는데 일본의 경우 이미 상당한 수준까지 진행돼 있다. 유틸리티는 에너지 절감(스마트그리드) 이슈가 최우선이며, 상하수도 수질 모니터링 시스템도 연구·개발(R&D) 중이다. 유틸리티의 경우 공공 서비스로 주로 정부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자동차 분야는 아직 초기 단계이며 보안, 안전성, 편의성 등 사물인터넷을 적용할 수 있는 범위가 무궁무진하다. 궁극적으로는 스마트 카 역시 스마트폰과 같이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얹힐 수 있는 하나의 거대한 플랫폼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마지막으로 헬스케어는 이미 다양한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상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으며 웨어러블 형태로 제공되는 서비스가 대부분이 될 것이다. 특히 사물인터넷에 연결되는 디바이스들의 양적 성장이 주로 이런 웨어러블에 의해 견인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가운데 어느 분야든 킬러 서비스의 등장과 더불어 상용화가 가속될 전망이다.

하드웨어 쪽이 자리를 잡고 각종 제품과 서비스가 늘어날수록 빅데이터 분석과 보안 소프트웨어 분야가 부각될 것이다. 빅데이터의 활용도는 시간이 지날수록 증가할 것으로 보이며 그 중요도가 올라갈 것이다. 또한 개인 신상정보 등 보안 이슈가 첨예해질 것으로 보여 보안업체들에 기회요인으로 제공될 전망이다.

사물인터넷 서비스 하나를 구성하기 위해 하드웨어, 네트워크, 소프트웨어를 망라하는 다양한 업종의 협업이 요구된다. 부품 하나를 만들더라도 다른 참여 업체들과 세밀한 부분에서 엄청난 분량의 커스터마이징이 필요해 개발비 부담이 과중해진다. 따라서 사물인터넷 서비스를 본격화하기 위해서는 표준화가 필수적이다. 현재 가장 주도적인 표준화 단체는 원엠투엠(oneM2M)이지만 올해 8월에나 첫 합의안이 공개되는 수준이다. 따라서 예상되는 초기 사업의 방향성은 공공 서비스의 성격을 띠는 정부와 공공기관의 프로젝트나 스마트폰 연동형의 간단한 웨어러블 등의 형태가 대종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국내의 경우 범부처적 협력은 미미한 편이며 미래창조과학부 주도로 진행되고 있어 통신사들이 네트워크뿐 아니라 플랫폼 및 서비스 분야까지 주도하는 상황이다.

표준화가 진행되면서 하드웨어의 가격은 급격하게 떨어질 것이다. 반면 빅데이터 분석 솔루션이나 보안 솔루션 등 소프트웨어의 가치는 지속적으로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하드웨어업체라면 판매가의 급격한 하락을 상쇄할 만한 판매량의 성장을 독과점할 수 있는 지배적인 사업자여야 시장 확대의 수혜를 받을 수 있다. 퀄컴(통신칩), 텔릿(통신 모듈), 시스코(통신 장비) 등이 대표적이다.

한편 지배적 사업자가 아니더라도 특정 밸류 체인을 독과점하고 있는 업체라면 기회를 맞이할 가능성이 높다. 국내에서는 다양한 하드웨어들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는 데 필요한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전문 업체인 MDS테크놀로지나 MCU 전문 업체인 어보브반도체 등이 그 분야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확보하고 있어 부각될 전망이다.


시작은 ‘통신 네트워크’
사물인터넷의 중요한 기술은 크게 세 가지로 인식 기술(센싱), 통신 네트워크, 서비스 인터페이스다. 통신 서비스 기업은 통신 네트워크를 고유 사업으로 보유하고 있고, 서비스 인터페이스 측면도 포괄할 수 있는 여건을 보유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해외의 통신사 AT&T, 버라이즌은 이미 사물인터넷과 연관된 네트워크와 서비스 사업을 하고 있다. 구글은 스마트 온도계를 개발한 사물인터넷 제조사 네스트를 인수했다.

국내의 경우 SK텔레콤은 국내 사물인터넷 시장에서의 선도 사업자다. 100만여 개 정도의 사물인터넷·사물지능통신 전용 회선을 보유해 경쟁사 대비 70만여 개가 많은 편이며, 600여 종의 사물인터넷·사물지능통신 전용 단말기를 보유하고 있다. SK텔레콤의 현재 대표 사업 중 스마트팜은 지능형 비닐하우스 관리 시스템으로 스마트폰을 통해 원격으로 농작물 재배 시설을 개폐, 제어하고 모니터링할 수 있다. BEMS(Building Energy Management System)는 건물 에너지 효율화 시스템으로 클라우드와 연결해서 사용 고객이 건물의 에너지 소비 및 설비 성능에 대한 데이터를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관리할 수 있다. KT는 B2C 스마트홈 서비스에 강점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가장 많은 유료방송 가입자를 갖고 있고, 보안 사업을 하는 KT텔레캅을 자회사로 보유하고 있다. IPTV 셋톱박스와 통신 보안망 등을 결합해 가구의 모니터링 및 원격 관제가 가능한 올-IP(All-IP) 서비스 구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업 간 거래(B2B)로는 최근 포스코ICT와 제휴해 사물인터넷을 기반으로 글로벌 물류추적 보안관제 서비스도 시작했다. 해외 운송 중인 화물의 위치와 상태 정보를 모바일 단말기와 인터넷으로 실시간 확인할 수 있다.

LG유플러스는 전자태그(RFID) 및 3세대(3G) 이동통신망을 활용한 음식물 종량제 쓰레기통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환경부가 음식물쓰레기 종량제를 시작하면서 국내 시장규모가 3000억 원으로 커졌으며, LG유플러스는 약 70%의 시장점유율로 1위 사업자로 추정된다. 또한 롱텀에볼루션(LTE) 선도 기업으로서 LTE 망을 이용한 사물인터넷 자판기 사업화, 지능형 비행로봇 사업 등 중소기업과 연계한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통신 서비스 기업이 정보기술(IT) 시장에서 항상 겪어 왔던 딜레마는 초기에 네트워크 매출의 성장에 대한 기대가 크지만, 네트워크 연결이 어느 정도 완료된 이후에는 성장이 둔화돼 왔다는 점이다. 이러한 패턴을 탈피하기 위해 통신사들은 사물인터넷 사업에 네트워크뿐 아니라 관련 밸류 체인에 다각도로 접근할 전망이다.

우선 단순한 센싱이나 사물지능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던 방식에서 스마트 기기가 복합된 종합 서비스 형식으로 바뀌고 있다. 기존의 2세대(2G)나 3G 기반의 저용량 통신 서비스에서 LTE 기반의 고ARPU(단위당 평균 매출액)를 사물인터넷 시장에도 접목하고 있다. 사물인터넷 시장의 초기부터 누릴 수 있는 네트워크 연결 매출 외에도 중기 이후의 매출 기회를 위해 사물인터넷 오픈 플랫폼을 구축하는 등 생태계 조성에 적극적이다. 연관 기업의 지분 인수도 활발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SK텔레콤은 보안업체 인수와 헬스케어 진단·기기 자회사를 보유하는 등 연계 기기와 서비스까지도 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물’보다 ‘사람’을 향한 진화
급변하는 매체 환경과 사물인터넷 기기를 제조하는 광고주를 동시에 대응해야 하는 광고 기업은 결국 그 사물을 접하고 구매하는 ‘인간’에게 다가가 있다. 무엇보다 글로벌 IT 기업 삼성전자를 광고주로 보유한 제일기획의 최근 사업 변화는 사물인터넷의 3대 요소인 인간-사물-서비스, 모두를 살펴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기존의 광고는 올드 미디어를 통해 브랜드 인지도만 높이는 데 그쳤으나, 이제는 타깃팅이 가미된 디지털 광고와 리테일숍 마케팅을 통해 사용자의 실질적 ‘구매 경험’까지도 광고 기업이 개입한다. 방법은 제품과 관련된 생태계 구축이다. 특히 웨어러블 기기의 경우 아직 제대로 된 비즈니스 모델이 잡히지 않았다. 따라서 구매뿐 아니라 지속적인 사용과 추가 구매까지 이어지는 생태계적 접근이 필요하다. 데이터에 기반을 둔 솔루션을 제시하는 것이다. 사물인터넷 기기의 이점은 여러 데이터를 디지털화해서 수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데이터 분석을 통해 마련한 솔루션으로 사물인터넷 기기를 기획하고, 실질적인 매출까지 이르게 하는 것이 미션이다. 현재는 사물인터넷 시장 초기로 하드웨어 등 ‘사물’ 위주의 접근이 많은 상황이다. 점차 사물인터넷 시장이 발전할수록 그 방향을 결정할 ‘인간’에 대한 회귀가 일어날 것이다.

이 중심에는 ‘사용자의 경험’이 놓여 있으며, 광고 기업의 역할도 따라서 확대될 수 있다. 피트니스 스마트워치로 유명한 나이키의 퓨얼밴드는 기획 단계부터 광고 기업 R/GA가 같이 진행했다고 한다. 제일기획에서도 사용자 경험 마케팅 사업을 전개하는 UX(User eXperience)팀의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으며, 삼성전자도 5월 초 조직 개편을 통해 무선사업부 디자인팀장이 교체되고, ‘UX팀’이 디자인팀 내에서 분리돼 독립적인 팀으로 격상됐다.


이대우 KDB대우증권 창조비즈니스 파트장·문지현 KDB대우증권 통신서비스/미디어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