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의 펀드 슈퍼마켓을 오픈한 지 벌써 한 달이 지났다. 펀드 슈퍼마켓은 온라인상에서 여러 자산운용사의 펀드들을 투자자가 직접 비교, 선택해서 투자할 수 있는 일종의 펀드 장터다. 이미 영국이나 미국 등은 10여 년 전에 도입해 활성화한 펀드 가입 채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 47개 자산운용사와 펀드평가사, 증권 유관기관 등이 공동으로 회사를 설립해 마침내 지난 4월 24일 펀드 슈퍼마켓을 선보였다.

불과 한 달 동안 펀드 슈퍼마켓 계좌를 만든 투자자가 1만 명이 넘었으며 200억 원 이상의 자금이 몰렸다. 세월호 침몰 사고에 따른 사회적 애도 분위기와 휴일이 많았던 5월이란 점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관심이다. 펀드 슈퍼마켓의 한 달을 되돌아보면 최근 달라지고 있는 금융 소비자의 니즈(needs)를 확인할 수 있다.

첫째, 타인에게 의존하기보다는 자기 주도적으로 직접 결정하고 싶어 한다. 금융위기 등을 겪으면서 소비자들은 극단적인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에서 자신의 삶과 자산을 완벽하게 통제하고 싶어 한다. 이러한 통제 가능성은 인터넷의 확산 등으로 더욱 강화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언제든지 다양하고 많은 정보를 손쉽게 접할 수 있으며 이를 활용해 자기 스스로 직접 결정하는 일이 가능해졌다. 펀드 투자 역시 자기가 스스로 비교하고 선택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둘째, 충분히 비교한 다음 신중하게 선택하려는 성향이 강해지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직전까지만 해도 펀드 열풍이라고 불릴 만큼 펀드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많은 펀드 투자자들이 쓰디쓴 손실을 겪어야 했다. 이제 투자자들은 더욱 신중하게 펀드를 비교하고 선택하려고 한다. 펀드평가사 사이트는 물론이고 투자자들의 다양한 경험과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투자 관련 커뮤니티 등을 통해 많은 정보를 확인한다. 단지 규모가 큰 은행이나 증권사 계열의 펀드보다는 명확한 운용 철학과 전략을 가진 자산운용사의 펀드가 각광받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셋째, 한정된 상품보다는 더 많은 상품에 대한 폭넓은 선택권을 갖고 싶어 한다. 옥션이나 이베이 같은 오픈마켓이 성공한 것은 소비자들에게 선택권을 부여했기 때문이다. 펀드 투자 역시 마찬가지다. 소비자들은 기존 증권사나 은행이 자사 계열 자산운용사의 펀드를 중심으로 한정된 상품만을 제시하는 한계점에 대해 불만이 적지 않았다. 이러한 불만을 눈치 챈 일부 증권사들이 오픈마켓을 선언하고 더 많은 펀드를 진열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히려고 하지만 쉽지 않다. 펀드 슈퍼마켓은 이러한 투자자들의 요구에 부응해 펀드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도입됐다.

넷째, 조금이라도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라면 어떤 노력도 아끼지 않는다. 최근 해외 직구(직접구매)족이 급증하면서 뜨거운 소비 트렌드로 떠올랐다. 해외 직구란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해외에서 직접 제품을 구입하는 것을 가리킨다. 이는 해외에서 직접 구입하는 것이 경우에 따라서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국경을 넘나들 수 있는 세상이 된 것이다.

다섯째,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을 더 편리하게 생각한다. 스마트폰 보급 등으로 온라인을 통한 금융 거래가 급증하고 있다. 가정이나 사무실 등 자기의 공간에서 온라인을 통해 물건을 사거나 금융 거래를 하는 일이 일상화된 지 오래다. 은행이나 증권사 지점에 나가서 금융 거래를 하는 것이 오히려 어색할 지경이다. 이 때문에 기존 은행이나 증권사들도 지점망을 줄이고 온라인 마켓을 강화해 가고 있다.

펀드 슈퍼마켓은 금융 소비자들의 변하는 트렌드에 맞는 새로운 펀드 시장이다. 온라인 금융의 중심으로서 침체된 금융투자 업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선도자가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차문현 펀드온라인코리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