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분히 번잡스럽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평소에 전혀 해 보지 않던 헤어 손질과 메이크업을 받고, 몇 번씩 옷을 갈아입으며 카메라 앞에 선다는 것, 더구나 ‘요즘 남자’도 아닌 은발의 신사에겐 그럴 법도 했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편견에서 비롯된 기우였음을, 임병규 나노드론 글로벌 대표이사는 보여 줬다.
짙은 네이비 컬러의 ‘핀 스트라이프 슈트’와 블랙 ‘페이턴트 슈즈’, 그리고 대충 구겨 넣은 듯한 ‘포켓스퀘어’까지 이 클래식한 옷차림의 주인공이 바로 임 대표다. 선이 굵은 얼굴 표정까지 더해지니 그야말로 ‘포스 작렬’이다.
“항상 어두운 계열의 슈트를 즐겨 입습니다. 그 대신 타이와 포켓스퀘어는 컬러풀하게 매치하죠. 가끔씩 보타이를 착용하기도 해요. 슈트는 몸에 딱 맞게 입는 반면, 헤어는 살짝 흐트려서 자연스럽게 연출합니다.”
그에게 패션은 상대방에게 예의를 갖추고 호감을 얻는, 그러니까 최고경영자(CEO)로서 반드시 갖춰야 할 중요한 부분이다. 그것도 임 대표처럼 한창 잘나는 기업의 CEO인 경우에는 더더욱. 임 대표는 최근 국내외 비즈니스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초미세먼지까지 걸러내는 공기청정기 나노드론의 인기 때문이다. 나노드론 글로벌은 독일 본사에서 생산한 공기청정기 나노드론을 전 세계 시장에 수출하는 본부 역할을 하고 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독일에서 생산하고 서울에서 마케팅을 전담한다.
따라서 업무로 인한 해외 출장이 많다 보니 해외 남성들의 패션을 자주 접한다는 점도 그의 패셔너블 스타일을 가능케 하는 부분이다. 출장 때마다 패션 아이템을 쇼핑하기도 한다는 그는 특히, 포켓스퀘어나 타이처럼 사소하지만 존재감을 보여 줄 수 있는 아이템을 자주 구입하는 편이라고. 온 몸으로 클래식함과 중후함을 내뿜던 그의 스타일은 그냥 얻어진 게 아니었다.
“업무상 유럽 친구들을 많이 만나는데 그들을 보면 참 멋지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주의 깊게 관찰을 했더니 컬러풀한 소품들을 많이 활용하더군요. 그런데 그게 촌스럽지 않고 세련돼 보였어요. 당장 벤치마킹을 해서 슈트 위에 포켓스퀘어를 꽂고 프린트 타이를 매고 안경을 썼죠.(웃음) 요즘은 선명한 레드에서 짙은 와인 컬러까지 레드 계열의 타이를 즐겨 매는 편이에요. 레드는 상대방에 대한 신뢰를 나타내기도 하고, 성공을 상징하는 색상이기도 하니까요.”
환갑이 훌쩍 넘은 나이로는 도저히 보이지 않는 신체 나이도 패션을 완성시키는 요소. 임 대표는 몸매 관리 또한 아주 철저하다. 늘 몸에 딱 맞게 떨어지는 슈트를 입고 꼿꼿한 자세를 유지하는 것도 그중 하나. 중년 남자의 중후함은 도무지 흉내 낼 수 없다던 어떤 드라마 대사가 기억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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