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G2로서 지위와 성장을 지속하려면 세계 곳곳의 지역 전략이 중요하다.
그중에서도 중국은 2000년 이후 특히 아프리카에 힘을 쏟고 있다. 최후의 미개척시장(last frontier)이라는 아프리카와 중국의 관계를 무역과 전략 차원에서 살펴본다.
[IN CHINA] 아프리카를 향한 중국의 끊임없는 러브콜
중국과 아프리카의 무역에서 눈에 띄는 것은 중국이 아프리카로부터 자원 수입을 대폭 늘리고 있는 점이다. 석유, 철광석, 구리, 다이아몬드, 망간, 천연가스 등 다양한데, 특히 석유는 아프리카로부터 총수입의 40% 이상이나 된다. 석유 수입이 사우디아라비아 다음으로 많은 앙골라를 포함해 남수단, 알제리, 나이지리아 등 10여 개국이다.

중국의 아프리카 자원 수입이 크게 늘어난 이유는 한마디로 중국과 아프리카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다. 중국의 경우는 에너지의 안보 관점, 미국 석유 메이저들 때문에 안정적 석유 확보에 부담이 있고, 아프리카 국가들도 최근 생산이 늘고 있는 북미 석유 때문에 수출처 다변화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자원 수입과 함께 개발원조 증가도 뚜렷한 현상이다. 이는 자원 수입을 늘리려면 자원 채굴현장부터 항만까지 도로 정비가 필수적인데, 이를 개발원조라는 형태로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국무원에 의하면 중국의 지역별 대외원조액 중 아프리카가 40% 이상을 차지해 1위라고 한다. 중국의 대외원조는 패키지형 프로젝트, 일반 물자 원조, 기술 협력, 인력개발 원조, 의료팀 파견, 긴급 인도주의 원조 등이 있는데, 그중 패키지형 프로젝트가 40% 이상으로 가장 많다.

패키지형 프로젝트는 중국이 무상원조 또는 무이자차관 등을 제공하고 아프리카의 인프라 프로젝트를 중국 기업이 수주, 건설하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중국이 아프리카에서 진행하는 건설 프로젝트를 보면 지난 10년간 계속 증가 추세로 특히 주요 산유국인 앙골라, 나이지리아, 알제리, 수단 등이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구체적인 내용으론 자원 수입에 필요한 항만, 도로, 파이프라인, 사무실 및 근로자 주택, 전기가스 공급을 위한 플랜트건설 등이다.


전기·기계·자동차·철강 등 아프리카 수출 급증
수입뿐 아니라 수출도 급속히 확대되는 추세다. 수출은 주로 공업제품 수출인데, 전기, 기계, 자동차, 철강과 같은 기계, 소재 제품과 섬유, 신발, 가구 등 노동집약 제품이 대종을 이루고 있다. 특히 전기, 기계, 자동차, 철강 등 4개 품목이 대아프리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27.3%에서 작년에는 40.7%로 대폭 높아졌다. 가공무역국인 중국과 자원국인 아프리카 간의 분업인 셈이다. 최근엔 중국의 대아프리카 수출이 가공도 높은 제품으로 이동하고 있는 점도 특징이다.

또한 아프리카 산유국을 중심으로 하는 인프라 개발에 필요한 건설기계, 철강, 트럭, 발전 장치 등 자재 수출이 많은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기도 하다. 실제 아프리카는 중국의 프로젝트 수주가 많은 지역으로 구미 등 선진국에 비해 중국산 설비는 가격 경쟁력이 있는 데다 아프리카 각지에 사후관리(AS) 시스템도 비교적 잘 갖춰져 있어 비교우위가 있다는 평가다.

게다가 수출에서 차지하는 자원 비중이 낮은 모리타니, 이집트, 마다가스카르 등과의 무역에선 중국이 오히려 수출 초과다. 가격이 싼 데다 아프리카 현지에서 필요로 하는 일정 품질도 구비하고 있는 중국산 기계나 노동집약 제품이 아프리카 소비자에게 먹히고 있기 때문이다. 분석에 의하면 중국 정부가 아프리카 각지에 중국 상품 전시판매센터를 설치해서 판매 거점을 넓히고 있는 점도 아프리카 수출이 급증하고 있는 요인 중 하나라고 한다.

무역 결제를 위안화로 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도 중국의 대아프리카 수출을 촉진시키고 있는 요인이다. 중국은 아프리카로부터 주로 자원을 수입하고 있는데, 이때 수입 결제통화를 달러에서 위안화로 전환하고 있다. 중국 상무부연구원은 “위안화sms 달러 대신 중국과 아프리카 무역의 주요 결제통화가 되고 있고, 동시에 중국과 아프리카 간의 거래비용도 절감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편 아프리카 국가들도 거래비용 감소로 위안화 이용을 환영하고 있다. 나이지리아 등 아프리카 여러 국가에서 외환보유고에 위안화를 포함시키고 있는 사례도 늘고 있다. 분석에 의하면 아프리카는 위안화의 국제화가 가장 빠른 지역으로 2015년까지 중국과 아프리카 간의 무역은 적어도 1000억 달러가량 위안화로 결제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프리카는 전체적으로 대중국 무역 흑자이므로 누적된 위안화로 중국으로부터 수입을 늘릴 것으로 보인다. 또 위안화 결제가 확대되면 중국 기업이나 아프리카 기업이나 위안화 변동 위험도 줄일 수 있다.


FOCAC를 통해 아프리카 지원
2000년 들어 중국은 아프리카와의 협력을 외교 전략의 일환으로 강화해 왔는데, 그 중심은 2000년 발족한 중국·아프리카협력포럼(FOCAC)이다. 중국과 아프리카에서 3년마다 교대로 개최되고 있고, 중국에서 개최할 때는 아프리카 수반들이 중국을 방문한다. 최근 5회 FOCAC 회의는 2012년 베이징에서 개최됐다. 이때 5가지 주요 방침이 발표됐다.

첫째, 투융자를 확대해 아프리카 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지원한다. 향후 3년간 아프리카 국가에 대해 금리 등 대출 조건을 우대한 자금을 200억 달러(2조 원) 제공하고, 도로나 항만 등 인프라 정비, 농업, 제조업, 중소기업을 중점적으로 지원한다.

둘째, 대아프리카 원조를 지속적으로 확대해서 그 성과를 아프리카 국민들의 생활 향상과 연결시킨다. 농업기술지원센터를 증설하고, 아프리카 국가들의 농업 생산성을 높인다. 아프리카에서 인재 3만 명을 육성하고 중국에서의 아프리카 유학생 1만8000명에게 중국 정부의 장학금을 지급한다.

셋째, 아프리카의 지역 통합을 지원한다. 국가들 간에 연결돼 있는 인프라 정비에 대해 중국 기업, 금융기관의 참여를 장려하고 인센티브도 제공한다.

넷째, 민간, 학술 교류를 확대하고 다섯째,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 아프리카의 평화 유지 활동에 자금을 지원한다 등이다. 이 중 첫째 인프라 정비 지원이 가장 중요하지만, 셋째 아프리카의 지역 통합 지원도 향후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아프리카는 54개의 독립국으로 구성돼 있어 국가에 따라선 규모는 작지만 인프라 건설 요지를 장악하고 있거나 항만이 없는 내륙국으로 다른 국가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한 국가들이 있다. 그만큼 아프리카의 통합 인프라 건설이 중요한 셈이다.

특히 FOCAC는 중국 기업의 대아프리카 직접투자를 권장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 2006년 중국·아프리카 발전기금을 설립했다. 당초 10억 달러 규모였으나 2012년 5차 회의 때는 50억 달러(5조 원)로 회를 거듭할수록 규모가 커지고 있다. 이 기금은 차관, 대출과 달리 위험자산에 투자하는 특징을 갖고 있는데, 투자 비중은 천연자원이 가장 높고 금융, 건설, 제조업 순으로 돼 있다. 국가별로 보면 에티오피아는 유리와 자동차 관련, 우간다는 섬유와 철강 제품, 말리는 제당 등에 투자가 많고, 전체적으로 현지 고용 창출과 부가가치 증가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다.

중국은 8500만의 노동집약 제조업이 있지만 이미 생산가능인구의 감소에 직면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이 아프리카에서 약 500만을 고용한다면 이는 현재 아프리카의 생산가능인구 1000만의 약 절반에게 취업 기회를 주는 셈이기 때문에 그만큼 중국과 아프리카 간에는 시너지 잠재력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정유신 한국벤처투자대표 겸 중국자본시장연구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