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주들의 주가가 들썩이면서 관련 펀드의 수익률에 청신호가 켜졌다.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정비가 펀드 시장에 미칠 파장을 짚어 본다.
[Fund issue] ‘상속의 계절’ 맞은 삼성가 삼성그룹주 펀드 볕 드나
최근 삼성SDS의 상장 추진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건강 이상 소식이 전해지면서 삼성그룹주들이 들썩거렸다.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정비와 사업구조 개편 작업이 본격화할 것이란 기대감에 관련주들이 주목받고 있어서다. 그 덕분에 ‘고전의 늪’에 빠져 있던 삼성그룹주 펀드들의 수익률도 모처럼 꿈틀거렸다. 전문가들은 삼성그룹 계열사들의 지배구조 변화와 사업구조 개편이 주가 모멘텀으로 작용하면서 삼성그룹주 펀드의 수익률 개선세가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을 긍정적으로 내다본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은 최근 관련 주식들을 연일 사들이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투자자들은 이건희 회장의 건강 이상 소식이 전해진 5월 12일부터 20일까지 7거래일 연속 삼성전자를 순매수하고 있다. 이 기간 삼성전자 주가는 8.69% 뛰어올랐다.
[Fund issue] ‘상속의 계절’ 맞은 삼성가 삼성그룹주 펀드 볕 드나
전문가들은 시장에서 삼성의 지배구조 재편 움직임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노근창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장기적으로 인적분할을 하면 존속 법인인 지주사가 분할 신설 법인의 지분을 확대하기 위해 자사주를 추가로 사들일 가능성도 있다”며 “지배구조 개편과 주주 환원 정책이 동시에 진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생명도 외국인이 5월 13일부터 5거래일 연속, 기관은 16일부터 3거래일 연속 순매수 중이다. 삼성생명 주가는 삼성SDS 상장 추진 소식이 전해진 8일부터 20일까지 오름세를 타고 15.09% 뛰었다. 삼성물산 역시 같은 기간 13.17% 상승률을 나타냈다.

시장에서 숨은 수혜주 찾기에 나서면서 삼성SDI도 5월 13일부터 20일까지 6.83% 상승했다. 삼성그룹 지배구조가 바뀌면서 삼성물산,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에버랜드 등 계열사 지분을 다수 보유한 삼성SDI의 기업 가치가 높아질 것이란 기대감이 부각된 덕분이다. 김병기 키움증권 연구원은 “삼성SDI는 그룹 순환출자 고리의 핵심에 있어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보유한 계열사 지분 가치가 재조명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삼성그룹주 펀드 한 주 새 5% 반등
이렇게 삼성 관련 주식들이 뜀박질을 하면서 삼성그룹주 펀드의 수익률 반등 폭도 두드러졌다. 펀드평가업체 에프앤가이드 집계에 따르면 30개 삼성그룹주 펀드의 한 주간 수익률(5월 20일 기준·ETF 포함)은 4.89%를 기록했다. 개별 펀드로는 ‘한국투자킨덱스(KINDEX)삼성그룹주SW ETF’는 5.59%, ‘미래에셋타이거(TIGER)삼성그룹ETF’는 5.54%의 수익률을 거뒀다. 삼성그룹주 펀드 가운데 설정액(9112억 원)이 가장 큰 ‘한국투자삼성그룹적립식1C5’도 같은 기간 4.96%를 기록했다. 삼성그룹주 펀드는 정보기술(IT), 금융, 서비스, 건설 등 다양한 업종에 포진해 있는 삼성그룹 계열사들을 담고 있는 테마 펀드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이 2004년 처음 관련 펀드를 설정,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주목받았다. 다른 운용사들도 잇따라 출시하면서 2011년 전체 펀드 설정액이 6조 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특히 삼성전자가 재평가를 받아 증시를 주도하던 2005~2010년, 2012년 고수익을 내면서 관련 펀드들이 자금몰이를 했다. 현재 주요 펀드로는 ‘한국투자삼성그룹적립식2’(설정액 1조6463억 원), ‘한국투자삼성그룹적립식1’(1조2042억 원), ‘삼성당신을위한삼성그룹밸류인덱스자’(2698억 원) 등이 꼽힌다.
[Fund issue] ‘상속의 계절’ 맞은 삼성가 삼성그룹주 펀드 볕 드나
중소형주 장세가 펼쳐진 지난해부터 부진한 수익률과 자금 유출이란 이중고를 겪고 있다. 김후정 동양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상반기 글로벌 최대 운용사인 뱅가드가 벤치마크를 변경하면서 대형주 비중을 줄여 대형주 위주인 삼성그룹주의 움직임이 부진했다”며 “글로벌 유동성이 신흥국에서 선진국으로 이동한 점도 악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한 주간 수익률 상승 폭은 컸지만 지난 1년 수익률은 -2.98%로 부진하다. 최근 펀드의 수익률 개선 기대감은 높아졌지만 펀드에서 자금 유출은 끊이지 않는 것으로 집계됐다. 삼성그룹주 펀드에서는 지난 한 주간(20일 기준) 306억 원이 빠졌다. 연초 이후 1489억 원이 빠져 전체 설정액은 4조8244억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삼성그룹주 펀드들은 관련주들이 업종 대표주들로 구성돼 펀드 내 대형주 편입 비중이 90% 이상이다. 이에 따라 주로 상승장에서는 일반 주식형 펀드 평균 성과를 웃돌며 선전하지만 반대로 하락장에서 상대적으로 손실 폭이 더 큰 편이다.

실제로 최근 5년간 거둔 삼성그룹주 펀드의 연간 수익률을 분석해 보면 상승장을 펼쳤던 해의 성과는 2009년 60.06%, 2010년 28.23%, 2012년 12.66% 등으로 국내 주식형 펀드의 평균 성과보다 좋았다. 반면 시장이 부진했던 해의 성적은 2011년 -15.27%, 2013년 -4.93% 등을 기록, 시장 평균보다 저조한 수익률을 나타냈다. 올 들어서도 지난 5월 20일까지 수익률은 -0.06%로 국내 주식형 펀드의 평균(0.01%)을 밑도는 수준이다.


지배구조 변화, 모멘텀 될까
펀드 전문가들은 이번 사업구조 개편 가속화 기대감에 투자 심리가 개선되면서 펀드 수익률도 상승 흐름을 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설정액이 가장 큰 ‘한국투자삼성그룹펀드’를 운용하는 백재열 한국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본부 부장은 “그동안 펀드 수익률이 다소 부진했으나 일부 계열사들의 실적 턴어라운드 가능성이 가시화되고 있는 데다 계열사 간 사업 재편과 지배구조 관련 모멘텀이 부각되면서 수익률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지난해부터 기관들이 중소형주에 주목하면서 삼성그룹주 비중을 축소해 전반적으로 삼성그룹주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전반적으로 낮은 상태”라며 “이번 이슈가 투자자 관심을 높여 주가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한편 전문가들은 개별종목 간 주가 흐름은 달라질 수 있겠지만 삼성그룹주의 전체 가치는 높아질 것이라며 삼성그룹주 펀드의 성과 개선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동안 소외받았던 한국 증시로 외국인 매수세가 유입될 때 업종 대표주들로 구성된 삼성그룹주들이 최우선 편입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도 덧붙였다.

김후정 연구원은 “삼성 계열사의 사업구조 개편이 외국인과 기관의 투자 심리를 바뀌게 하는 계기가 됐다”며 “시장 심리가 호전되면서 삼성그룹주에서 대형주로 상승 흐름이 확대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안상미 한국경제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