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만 미래에셋 수석 부회장

정통 증권맨인 최현만 미래에셋금융그룹 수석 부회장(이하 부회장)이 미래에셋생명을 맡은 이후 그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증권과 자산 운용 등 미래에셋그룹의 축적된 자산관리 노하우를 보험 업계에 접목해 보수적인 보험 업계의 혁신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중순 1년 중 절반은 영업 현장을 다닐 정도로 ‘현장’을 중시하는 그를 서울 을지로 미래에셋센터원 빌딩 집무실에서 만났다.
[SPECIAL INTERVIEW] “미래에셋그룹 대표 영업맨으로 영원히 남고 싶어요”
올 초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만난 금융감독원 간부는 “보험사들이 왜 지금껏 ‘진심의 차이’ 같은 상품을 안 내놨는지 안타깝다”는 말을 했다. ‘진심의 차이’는 미래에셋생명이 지난해 1월 내놓은 변액보험으로 판매수수료 체계를 과감하게 개선해 해지 환급률을 높인 게 특징이다. ‘진심의 차이’는 출시 이후 많은 인기를 얻으며 현재 온라인 판매망을 통해서도 판매되고 있다. ‘진심의 차이’는 최현만 부회장이 미래에셋생명으로 옮긴 후 내놓은 사실상 첫 작품이다. 첫 작품을 통해 최 부회장은 보험 업계 혁신의 아이콘으로 부상했다.

최 부회장의 이 같은 행보는 ‘자산관리의 명가’ 미래에셋그룹의 지향점과 그 맥을 같이 한다. 자산 운용과 증권 등을 통해 축적한 자산관리 노하우를 미래에셋생명을 통해서도 구현하겠다는 것이다. 미래에셋그룹 수석부회장으로 그룹을 이끌며 미래에셋생명의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그를 을지로 미래에셋센터원 집무실에서 만났다.
[SPECIAL INTERVIEW] “미래에셋그룹 대표 영업맨으로 영원히 남고 싶어요”
평소 현장의 중요성을 자주 피력하셨습니다. 6월이면 미래에셋생명을 맡으신 지도 2년이 되는데요, 그간 전국 일주를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전국의 각 지점을 평균 2회 이상은 방문했던 것 같습니다. 5번 이상 찾은 곳도 있습니다. 전국 지점을 다니며 파이낸셜컨설턴트(FC)들은 물론이고 내부 직원들도 거의 다 만났습니다. 올해도 상하반기로 나눠 방문 일정을 잡았고, 그대로 할 겁니다.”


전 지점을 2회 이상 방문하셨으면 전반적인 파악이 끝났을 것 같습니다. 같은 금융업이지만 증권과 보험은 차이가 클 텐데요.
“보험은 두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하나는 장기 자산 운용이라는 점이고, 또 하나는 부채 산업이라는 점입니다. 변액보험도 마찬가지지만 보험은 일반적인 투자의 영역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보험은 여러 사람이 어려운 한 사람을 위해 조금씩 모으는, 상호부조 정신에서 출발합니다. 그 어려운 사람이 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그때를 대비하는 겁니다. 미래에셋생명은 그 기본에 충실하고자 합니다. 그룹이 추구하는 정신인 ‘Build on principle’과 같은 맥락입니다. 물론 개선할 부분도 많지만 보험은 보험에 충실해야 합니다.”


개선해야 할 점이라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말씀하시는지요.
“시대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 했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그간 한국 경제는 고성장, 압축 성장을 하는 과정에서 부의 증가가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보험에 대한 필요성이 부각되지 못했습니다. 일자리도 있고 은행 금리도 높으니까 보험의 필요성을 못 느낀 겁니다. 보험 업계에서도 단순 서비스에 치중한 부분이 있고요. 그런데 지금은 어떻습니까. 저성장·저금리가 지속되면서 예전 같은 대응으로는 노후를 준비할 수 없습니다. 이에 따라 소비자도 보험 업계도 변해야 합니다. 보험이라는 게 장기 자산 운용이라는 특징이 있습니다. 거기에 맞는 차별화된 상품과 서비스가 필요한 겁니다. 지금이야말로 질 높은 자산관리와 사후관리 등 기본에 충실해야 합니다.”


일각에서는 현 상황을 놓고 보험의 위기라고 하는데, 부회장님께서는 오히려 보험의 기회라고 보시는 것 같습니다.
“저는 그렇다고 봅니다. 제가 태어났을 때만 해도 평균수명이 약 52세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100세 시대를 얘기합니다. 또 고성장 시대에는 보너스도 많고 월급도 올랐지만 지금은 구조적으로 어렵습니다. 특히 한국은 고령화 속도가 굉장히 빠른데 이런 상황에서 보험의 중요성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효율적인 자산관리입니다. ‘보험’의 위기는 달리 말해 ‘운용’의 위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운용만 잘 해도 되는데 그게 쉽지 않은 거죠. 합리적인 운용을 위해서는 우선 자산의 성격이 좋아야 합니다. 좋은 자산은 유동성, 수익성, 성장성 등 세 가지 조건을 충족시켜야 합니다. 이 세 가지 잣대를 자산에 대입해 보면 자산의 질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자산 시장이 처한 상황이 그리 녹록지 않습니다. 국내 부동산은 가치도 하락하고 매매도 잘 안 되고, 채권 이자율도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닙니다. 운용이 녹록지 않은 거죠. 그렇다고 주식만 하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주식은 신도 모른다고 하잖습니까. 그래서 우리는 보험이 더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래에셋증권이 브로커리지가 아니라 자산 운용 등 기본에 충실했듯이 보험도 마찬가지입니다. 장기적인 자산 운용 관점에서 노력한다면, 특히 연금이 녹아 있는 보험으로 저성장·저금리 시대를 준비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말씀을 듣고 보니 보험의 역할이 점점 커질 수밖에 없는 듯합니다.
“예전에는 보험 들어 달라면 ‘보험이 왜 필요해’, ‘내가 벌어서 애들 가르치고 생활하면 되지’라고 생각했어요. 은퇴 후에는 퇴직금 받아서 이자로 충분히 살았고요. 하지만 지금은 그걸로 안 되잖습니까. 아이들 공부시키고, 병원비 내고, 일 년에 한 번 여행이라도 다니려면 자산관리를 안 할 수가 없습니다. 제가 미래에셋 창립 멤버로 자산 운용, 캐피털, 증권의 대표를 지냈잖아요. 그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에셋생명 FC를 미래에셋이 추구하는 종합자산관리 컨설턴트로 만들고 있습니다. 미래에셋은 모두가 컨설턴트고, 모두가 영업맨이 돼야 합니다.”


최근 금융사들 중에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곳이 많습니다. 미래에셋생명도 해외 진출 계획이 있으신지요.
“보험 자체만으로는 해외 진출에 한계가 있습니다. 하지만 넓게 보면 미래에셋생명은 이미 세계화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미래에셋생명 보험에 가입하면 운용 자금이 들어오는데, 그걸 미래에셋그룹에서 글로벌하게 운용하기 때문입니다.”


그룹 차원에서의 세계화는 미래에셋이 그 어떤 금융사보다 앞선 게 사실입니다.
“미래에셋은 홍콩, 브라질, 베트남 등 다양한 지역에 진출해 있습니다. 해외 진출을 할 때도 브로커리지가 아니라 자산을 찾아갔고, 지금도 그 노력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 금리가 2.5% 수준인데요, 호텔 이익률이 7~8% 나오면 괜찮은 것 아닙니까. 우리가 포시즌호텔을 인수한 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시카고 오피스빌딩, 브라질 상파울루 오피스빌딩 등을 매입한 것도 그 연장선입니다. 그룹 차원의 그런 경험을 미래에셋생명에 접목하고 있습니다. 변액보험 수익률 업계 1위라는 사실이 그 증거입니다. 그런 면에서 ‘진심의 차이’는 수익률도 일등이지만 거기에 들어 있는 정신에 주목해야 합니다. 판매 수수료를 7년에 걸쳐 받겠다는 건 ‘우리가 운용을 잘 하니까 선취가 아니라 나중에 판매 수수료를 받겠다’는 일종의 자신감에서 비롯된 겁니다. 비단 미래에셋자산운용뿐 아닙니다. 핌코, 피델리티 등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의 좋은 상품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진심의 차이’ 얘기가 나왔으니 하는 말입니다만, 처음에는 FC들의 반발도 있었겠습니다.
“판매 수수료를 줄이는 데 의문을 가진 FC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제 의도를, ‘진심’을 담아 얘기했더니 고맙게도 다들 공감하더군요. 다른 판매 수수료를 손댄 건 아니니까요. 제조업도 손이 많이 가는 제품은 비쌉니다. 보험에도 손이 많이 가는 상품이 있는데, 보장성 상품이 대표적입니다. 그런 상품은 수수료가 상대적으로 높은데, 그런 건 그대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SPECIAL INTERVIEW] “미래에셋그룹 대표 영업맨으로 영원히 남고 싶어요”
그 덕에 혁신의 전도사라는 호칭을 얻으셨습니다. 많은 CEO들이 혁신을 얘기하지만 혁신을 실행하는 건 상당히 어렵습니다. 어떻게 하면 혁신이 가능할까요.
“혁신과 도전, 열정 등은 모두 습관에서 비롯됩니다. 저는 경험으로 그걸 깨달았습니다. 미래에셋 창업의 모토가 증권업의 혁신이었습니다. 직접투자가 아닌 간접투자, 브로커리지가 아닌 자산 운용에 기반을 둔 금융업이 우리의 목표였습니다. 초기에는 전광판도 없고, 종목 추천도 안 하는 걸 보고 많은 분들이 ‘증권사가 뭐 이러냐’는 우려를 하셨습니다. ‘2년 안에 망한다’는 소리까지 들었지만 승승장구했습니다. 기존의 것을 리모델링하는 것, 고정관념을 바꾸는 것 모두가 혁신입니다. 혁신을 하기 위해서는 의식의 전환뿐 아니라 인내가 필요합니다. 듀퐁과 같은 세계적인 장수기업의 역사는 인내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기업이 지속 가능하려면 고정관념, 나태함, 동력이 떨어진 자원 같은 걸 버리고, 그걸 인내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임기가 정해진 CEO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런 인내를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창립 멤버이기 때문에 그런 게 가능하다는 말씀이시군요.
“미래에셋에 뼈를 묻겠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거죠. 실제로 CEO가 앞장서서 보여 주는 게 가장 설득력이 있습니다. 저뿐 아니라 (박현주) 회장님께서도 아직 현장에서 뛰십니다. 회장님은 예나 지금이나 수행원 없이 해외 자산을 찾아다니십니다. 제가 국내에서 다양한 분들을 만나는 것처럼 회장님은 해외에서 많은 분들을 만나십니다. 그 과정을 통해 부동산 시장, 주식시장의 흐름을 파악하고 그걸 그룹에 실시간으로 전달합니다. 계열사 사장들은 그 정보를 활용해 경영에 반영하고요. 미래에셋의 일상적인 경영이 그렇게 이루어집니다. 어느 금융지주 회장이 그런 일을 하시겠습니까. 저는 박 회장님 밑에서 일하는 미래에셋그룹 직원들은 행복하다고 생각합니다.”


보험에서도 그 정신을 이어가겠다는 말씀이시군요.
“모든 혁신은 우리를 위한 것이라기보다 고객을 위한 변화였습니다. 미래에셋증권 대표로 있을 때 업계 인사들이 ‘돈 안 되는 퇴직연금을 왜 하느냐’고 했습니다. 그럼에도 1년에 100억 원 이상 들여가며 사업을 했고, 지금 업계를 선도하고 있습니다. 보험도 그렇게 만들고 싶습니다. 미래에셋생명에 오면서 펀드매니저 수를 늘리고, 법인영업을 강화했습니다. 그 결과 변액보험 수익률 1등에 올랐습니다. 영업도 마찬가집니다. 회장님이 해외에서 뛰는 것처럼 저도 미래에셋생명의 다른 임직원 못지않게 영업 현장에서 뜁니다. 자산운용사에 있을 때도 장이 설 때는 펀드매니저로, 끝나면 영업을 나갔습니다. 그게 습관이 됐죠. 지금도 그룹 수석부회장이 아니라 ‘미래에셋 대표 영업맨’으로 불러 줬으면 좋겠습니다.”


생명보험 업계는 빅3의 시장점유율이 워낙 커서 그 벽을 깨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미래에셋은 보험 업계에서 규모의 경쟁은 원치 않습니다. 다만 미래에셋 창업 멤버로 제 힘이 닿는 한 미래에셋의 얼굴로, 질적인 경쟁은 정말 해 보고 싶습니다. 한국 금융산업에서 미래에셋이 남긴 발자취는 적지 않습니다. 간접투자, 자산 배분, 뮤추얼펀드, 해외 자산 운용, 개방형 펀드, 사모펀드 등 많은 영역에서 미래에셋은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았습니다. 고객들에게 좋은 거니까 할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해외 시장으로 진출한 것도 안정성, 수익성, 성장성 등에서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미래에셋처럼 초지일관한 회사도 없습니다. 100조, 130조 원 규모의 경쟁사를 규모로 이기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미래에셋은 종합자산관리 컨설턴트화된 FC로 질적인 경쟁은 할 겁니다. 질적 경쟁에서는 1등이 가능하다고 확신합니다.”
[SPECIAL INTERVIEW] “미래에셋그룹 대표 영업맨으로 영원히 남고 싶어요”
대담 권오준 편집장 | 정리 신규섭 기자 wawoo@hankyung.com│사진 서범세 기자